누가 입을 데리고 갔다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523
박미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꾸 자꾸 시시하다고 말하는 시.
머물러 있는 것이 안타깝기도 한 시.

아포리즘이 딱히 좋다, 싫다 하는 것은 아닌데
요즘 읽은 시집들에는 무척 없는 편이다. 고른 시집 마다 그렇다.


- 참, 시시하기도 하지
이 모든 뒤척임 - 시인의 말 중

- 너무 애태우지 말고
그렇다고 잊어버리지도 마
아무렴 어때 ? - 모자 중

- <북극성>
옛날에 우리는
때때로 할 말을 잃고

까마득히 깊어져서
더할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서로의 가슴에
시퍼런 멍으로 빛나며

여기까지 흘러왔으니

잘 가라,
아주 잘 가거라

떠나보내도 제자리인 빛이

저토록 서러운 것은
지금도 옛날이기 때문이다


2019. ju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19-06-18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뭐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ellas 2019-06-18 14:11   좋아요 0 | URL
발언의 의도가 애매해서 일단 박제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는 살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 ㅣ 창비시선 421
임경섭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있고 없고, 없으며 있는것.
도돌이표가 시가 되면 이럴지도.

- 시간이 가고 있다
의미없이 가는 시간은 늘 처참하다 - bist du bei mir

- 그러고 나서 스스로를 위로한다
모든 문장은 가능성으로만 존재한다고 - 눈이 내리고 있다

- 그러나 이내 앨리스는 흐르는 것을 도랑이라 부르든 들이라 부르든 숲이라 부르든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문턱 너머에 있는 자신이 안에 선 건지 밖에 선 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앨리스에게는 언제나 자신이 서 있는 곳이 안이고 그곳의 저편이 밖이었다 밖으로 나가봤자 그곳은 언제나 어딘가의 안이었다 앨리스는 자신이 뿌리박힌 식물처럼 영원히 배경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음을 알아 차렸다 - 바시코프스카의 일흔 여섯번째 생일

2019. ju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진이, 지니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죽음, 존재, 인간, 자연, 존엄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정보의 양이 많은 이야기라 문득 취재기를 읽는 느낌도 있었지만, 다른 종에 대한 이해와 진이의 심리를 알기 위한 타당한 분량 같기도 하다.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 대단스러운 일도, 대수롭지 않은 일도 아니라는 두가지 측면의 사고를 유연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좋았다. 혼란의 시기를 지나 가차없는 선택을 내리는 모습은 장엄해 보이기도 하겠지만, 그 또한 ‘결단’이라고 까지 추켜세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듯 하다.

어쨌든 나에게는 이 이야기가 ‘사랑의 실천’이라고 까지는 느껴지지 않았고,
당연한 ‘죄책감’, ‘부채의식’, ‘겸허함’이라는 단어로 더 크게 다가온다.

이런저런 생각을 이끌어내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정유정 스타일의 매력은 조금 덜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 종종 소리가 멈출 때도 있었다. 눈을 떠보면 그녀는 입술을 꽉물고 자기 앞에 놓인 어둠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 속에선 휴대전화 반사광이 안개처럼 어룽거렸다. 숨을 쉴 때마다 그녀의 목 밑이 구멍처럼 패였다가 불거지곤 했다. 그때마다 낮고 긴 숨소리가 입김처럼 밀려와 내 귀에 닿았다. 누군가 그 숨소리에 이름을 붙이라고 한다면 나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두려움’이라 부르겠다. 그녀는 나와 함께 있었으나 완벽하게 혼자였다. - 326

- 나는 목의 통증을 잠깐 잊었다. 미안하다는 말조차 떠올릴 수 없을 만큼 참담한 심정이 되었다. 무엇보다 부끄러웠다. 지니를 밀림 밖으로 끌어내고, 바다를 건너 지구 반대편까지 배달시키고, 인간이 하는 지슬 제대로 흉내내지 못한다 하여 지적하는 막대기로 교육시키는 사피엔스라는 문명인이. 그 중 가장 몰염치하고 가장 지능적인 약탈자는 바로 나였다. 지니의 몸을 무단 점령하고 정신마저 빼앗았다는 점에서 그랬다. 내 처지만 돌아보느라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랬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으나 의도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한 일이었다. - 336

- 그녀는 내게 삶이 죽음의 반대말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삶은 유예된 죽음이라는 진실을 일깨웠다. 내게 허락된 잠깐의 시간이 지나면, 내가 존재하지 않는 영원의 시간이 온다는 걸 가르쳤다. 그때가 오기 전까지, 나는 살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삶을 가진 자에게 내려진 운명의 명령이었다. - 367

2019. ju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예브게니 오네긴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79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때론 우습고 때론 슬프고 때론 소박하고 때론 고답적인(헌시 중) 이야기.
오네긴이 화자로서 주인공의 포지션을 취하고 있긴 하지만,
푸슈킨의 정서를 담은 진짜 주인공은 타찌야나.

러시아적 감성으로 만들어진 타찌야나가 스스로 성장(물론 시대적 배경이라는 한계는 존재하지만) 하는 이야기고,
한치 앞도 못본 오만한 철딱서니 오네긴의 제 발등 찍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랑에 잠시 흔들리기는 하지만 그 사랑을 획득하는 것이 자신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이라 믿는 오네긴이 예의 바른 거절만 했었어도 그토록 경멸스러운 타찌야나의 시선을 받을 일은 없었을 텐데.
이래서 사람이 겸손하고, 타인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
결국 겉만 번지르르한 미성숙한 인간의 쌤통 서사.

운문 소설인 만큼 금방 읽을 수 있다. 운문의 맛을 제대로 느꼈는지는 원문을 읽는게 아니라서 모르겠고.

- 그는 허영심에 사로잡혀 있는 데다가 자신의 선행도 악행도 모두 똑같은 무관심으로 고백할 정도의 독특한 오만함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우월함, 아마도 가상의 우월감이 낳은 결과였을 겁니다. - 어느 사적인 편지 중에서

- 소설 속에서 아무런 주된 위치도 차지하지 못한 채 퇴장하고 마는 오네긴. 악마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주인공이 되기에는 너묻 초라한 오네긴은 <모조품, 보잘것 없는 유령, 해럴드의 망토를 걸친 모스끄바인, 결국 하나의 패러디>에 불과한 것이다. - 308, 역자 해설

2019. ju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