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바위 - 영험한 오하쓰의 사건기록부 ㅣ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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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의 심령술사? 탐정? 뭐 그런 주인공.
의도치 않게 초현실적인 것들을 본다는 것도 흥미롭지만,
두려움 없이 그 사연의 뒷 이야기를 따라가는 시선이 재밌다.

공정했을지는 모르지만 평등하지는 않던 시대의 이야기지만
그 와중에도 더욱 인간 답기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미미여사의 에도물은 너무 취향이다.
사건들도 재밌지만 시대의 흔적들을 놓치지 않고 보여주는 재미가 있다.
미아를 찾기위한 교호시대 만들어진 게시판과 미아석 같은 것들 흥미롭다.

- 재미있는 이야기는 설령 거짓이라 해도 유포되기 쉬운 법입니다. 거짓은 때로 진실보다 알기 쉽고 아름다운 형태를 갖고 있는 법이지요. 잔혹하기는 하지만 세상의 진리 중 하나입니다. - 235

- 물음에 대답하는 목소리는 없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다만 단호하게 이쪽을 향하고 있는 등을 바라보며 본디 영광스러워야 할 출정의 그림에 등을 돌린 모습으로 그려지기를 바랐던 아코 무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아련하게 생각해 볼 뿐이다. - 362

2019.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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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한다 ㅣ 민음의 시 255
최문자 지음 / 민음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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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식성>, <오늘> 같은 시들.

슬픔을 꼭꼭 눌러 담아 재우고 쓰다듬어 말로 내보내면
이렇게 슬픔은 한꺼풀 벗겨진 시가 될 것 같다.

- 이것을 견디지 않을 수 있을까?
수없이 나를 의심했다.
자주 불가능해서
슬퍼할 자신이 생겼다. - 시인의 말

- 우리는 각자의 색으로 기도했다 손으로 만들지 않고 새로 태어나는 외로움으로 기도했다 눈물 나게 던져도 하얗게 죽지 않는 뼈들이 기도 내내 하얗게 서성거려 주었다 주기도문을 외우고 나서 신과 한없이 더 멀어지는 느낌 자꾸 옥타브 밖으로 나가려는 나에게 기도는 흰 눈송이로 만든 눈물, 잠시 눈물을 고백이라고 오해하기도 했다 - 고백의 환 중

-누구의 잎으로 산다는 건
한 번도 꽃피지 않는것
어금니를 다물다 겨울이 오고
마치 생각이 없다는 듯
모든 입술이 허공에서 죽음과 섞이는 것 - 잎 중


2019.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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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 1998 제1회 백석문학상 수상작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220
황지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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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렀어야 했는데 읽다가 생각남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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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as 2019-07-04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편 읽다 이 비대한 자아의 전시는 뭐지? 하다보니 지나간 자리 모두 폐허.... 씁. ㅡㅡ

theatre-arts 2019-09-09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고 기분이 꾸리해서 검색해보니 역시나..

hellas 2019-09-09 18:28   좋아요 0 | URL
ㅡㅡ 기분은 소중한데.... 착찹하네요
 
아일린
오테사 모시페그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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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너무 피폐하여 주변을 돌볼 손톱만큼의 여력이 없어지는 순간이 있다.
운이 좋다면 비교적 짧은 시간을 통과해 그 지점을 벗어나기도 하겠지만, 오롯이 나 하나의 힘만으로는 그런 운을 기대하기 어렵기도 하다.

1960년대의 20대 여성 아일린에게 그런 운이 찾아온 것일까? 어떤 변곡점이 있을까?

기대감을 가지고 이야기에 빠져들었으나 아일린은 쉽게 호감을 가질 수가 없는 캐릭터다. 자기혐오와 비관으로 가득 찬 채 안으로만 움츠러들고, 세상에 충분히 두꺼운 벽을 치고 있다.
아일린의 세상은 지극히 단순한 지옥, 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말하기도 싫은, 꺼려지는 속내를 툭툭 털어내어 놓는 아일린에게 그 지옥의 문을 열고 나올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갖게도 된다.
가족에게도, 지역사회에게도, 스스로 에게도 감정적인 학대를 받아 뒤틀린 자아.
그 역겨운 고난의 삶을 끊어내는 것은 뭔가 엄청나게 대단한 사건이 아닐 수도 있다.
아일린에게 어처구니 없는 사고처럼 다가온 레베카도 그렇다.

아일린은 x빌을 떠나면서 그동안의 울분을 난장판으로 풀어놓지도 않는다.
그저 떠날 뿐이다. 구 세계와는 더 이상 어떤 인연도 남기지 않겠다는 듯.
이 이상 부서질 수 없다 싶을 만큼 부서진 후에도 스스로를 잃지 않는 힘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우울과 몽상에서 조금 더 평온한 실재를 위해 상처입은 몸을 움직이는 힘 말이다.

아일린이 한 겹의 세계를 뚫고 나와 비로소 행복해 진다 라는 쉬운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이후에도 아일린은 더 두터운 벽과 더 견고한 트랩을 부수고 부숴야 했을 것이다.
이 모든 일이 불안하고 우울하지만 결국 이제는 평온하다는 노년의 아일린이 아주아주아주 약간의 안도를 느끼게 해준다. 안도가 충분치 않다는 말이다. 충분치 않다 해도 상관없는 일이지만.

- 사람들은 항상 모든 게 괜찮은 양 행동하죠.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다 괜찮지 않다고요. 사람들이 죽어요. 아이들이 굶주려요. 어딘가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얼어죽고 있어요. 공정하지 않아. 옳지 않다고요. 아무도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아요. 얼씨구나, 조롱하죠. 우린 지옥에 있어요. 안 그래요? 여긴 지옥이야, 아니에요? - 106

- “하느님은 지어낸 이야기야.” 어머니는 우리에게 말했다. “산타클로스처럼 말이야. 아무도 너희가 혼자 있을 때 지켜보지 않아. 뭐가 옳은지 그른지는 직접 판단해라. 착한 소녀들을 위한 상이란 없단다. 뭔가 원하면 싸워서 얻어내. 바보가 되지 말고.” 어머니가 이보다 훨씬 더 마음을 담아 한 말은 이런 무시무시한 선언이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하느님 따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너희 아버지.” - 110

- 마침내 x빌을 떠나는 길에 나는 전혀 회한을 느끼지 않았고 혼자도 아니었다. - 364

2019.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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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 Axt 2019.5.6 - no.024 ㅣ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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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보니 또 매우 재미긴 문학 잡지. 사실 발행 때 마다 사두고 쟁여두기만 했는데, 매달 릿터, 악스트 한권씩 읽기를 목표로 해치우자!? ㅋ

그나저나 이번 호의 키워드가 피크닉인가?

- 베를릴 출국을 앞둔 돈 없는 친구가 말했다. 모든 시가 사람들을 해친다...... 삶도 마찬가지다. 짧다면 대책없고 감상적이어도 돼. 하지만 삶은 지겹도록 길고 사람들에게 해를 끼친다. 백 년이 안되는 삶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상적으로 지루함과 무감각함에 빠진다. - 37, 정지돈, 세상에서 가장 큰 바다

- 이런 얘기는 이상하지만 편편마다 분노감으로 소설을 시작한다. 이른바 ‘빡치는’ 장면이 생각나고 분노 게이지가 올라가면서 그래, 분노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겠다고 마음 먹는다. 그 상황에서 그 사람이 그렇게 한 게 싫었어, 그 사람이 그렇게 말한 건 위선이야, 잘못이야, 왜 그런지 내가 말해줄거야. 하지만 싫어하는 마음으로는 소설을 계속 전개할 수가 없다. 그 단순하고 단일한 감정으로는 어떤 것도 제대로 해석할 수 없으니까. 그렇게 고심하다 보면 어느덧 다른 모서리들이 만져지고, 슬그머니 분노의 자리를 다른 감정들이 꿰차게 된다. 대개는 슬픔 같은 것. 그래서인지 늘 시작에서 막힌다. - 54, 김금희 인터뷰 중

- 소설의 허구성은 종종 진실성에 대비되는 것으로 오해되지만, 그러나 진실의 부정은 무지에 훨씬 더 가까운 개념이다. 왜냐하면, 현실의 잡다하게 얽히고 어지러운 문제들은 대개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며, 오히려, 저 허구적인 이야기를 통과할 때에야 복잡하고 모호한 면모를 겨우 눈치챌 수 있기 때문이다. - 111, 임현, 카포티라는 장르

- 지난 날들이 다시 오지 않는 다는 것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밤. 그날들은 지나갔고 다른 날들이 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는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사실에 잠시 안도했던 적이 있었으나 어쩌면 그 사실이 싫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언제든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모든 날들을 비슷하게 만들며 살고 싶었다. 나 혼자 그런다고 되는게 아닌 걸 알면서도. - 171, 이주란, 한 사람을 위한 마음

2019.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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