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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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이상의 재미가 있다.

해피엔딩으로 짝짝 박수치고 끝내는 엔딩이 아니라서 더욱 좋았다.
젠더에 대해, 인종에 대해, 무척 배려가 되어 있는 착한 이야기.

사실 꼿힌 부분은 에이제이의 싫어요 리스트인데, 혼자 사는 편이 확실히 수월할 이 사람에게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 (그 중 가장 공감한 싫어요는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였다 무릎치며 공감함)

한명씩 빈틈을 메꾸듯 삶을 채우며 등장하는 맞춤 가족이야기는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하는 구석이 있다.
더하여 미국 문학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들도 읽는 재미에 더해진다.

- 하여간 나는 수집용 책들은 질색이야. 죽은 종이 뭉치에 다들 왜 그렇게 환장하는지. 중요한 건 거기 담긴 생각이라고, 이 사람아. 그 문장들. - 54

- 마야. 우리가 스무살 때 감동했던 것들이 마흔 살이 되어도 똑같이 감동적인 건 아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야. 책에서나 인생에서나 이건 진리다. - 57

- 때로는 적절한 시기가 되기 전까진 책이 우리를 찾아오지 않는 법이죠. - 119

- 장편소설도 분명 그 나름대로 매력적이지만, 산문 세계에서 가장 우아한 창조물은 단연 단편이지. 단편을 마스터하면 세상을 마스터하는 거야. - 297


2019.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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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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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해서 어떤 댓가를 치르더라도 지구에 와야만 했다는 외계인.... 을 누가 말림, 그런 사랑을...ㅋ

개정 출간되어 기쁘게 사 읽는다.

달달한 우주적 로맨스.

다만 이전에는 혐오스럽다고 여겼던 인간 남친 경민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불확실하고 불성실한 경민은 타고나길 자신의 쾌락에 몰두하는 사람, 그런 점은 딱히 나쁘다고 할 수 없지 않나... 하는 나의 변심.

이 소설이 구글에선가 여튼 어디엔가에서 외설 소설 카테고리에 있었다는 해프닝을 들었고 ㅋㅋㅋㅋ 그에 대해 ‘외계설화’의 준말일 것이라 주장했다. :)

- 상호간에 신뢰가 없는 사회였다. 윗세대가 완전히 망쳐버린 것을 우리 세대가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일단 한 사람의 신뢰를 얻자. - 98

- 그거 알아? 내가 너한테 반하는 바람에, 우리 별 전체가 네 꿈을 꿨던 거? - 101


2019.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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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외로움을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김고요 지음 / 별빛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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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이 깊이 새겨진 나르시즘.

중간에 오탈자를 발견했다. 다른 장르보다 시의 오탈자는 치명적인 듯.
맥락의 이해에는 크게 지장이 없는데 감상의 맥은 확 잘려나간다.

- 시가 뭔지 모른다
그저 어떤 말로도 마음을 설명할 수 없음을 안다
언어 앞에 무기력해질 때마다 썼다 - 시인의 말

- 칫솔의 방향 따위에도 쉽게 마음이 아팠다
다만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거울이고 싶었다
오로지 너로만 대체될 뿐이다 - 거울 중

- 몸 밖으로 터져 나갈 수 있는 꽃들이 부러웠다
나는,
꽃이 아니다 - 사월 중

2019. jul.

#김고요 #나의외로움을궁금해하지않는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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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야기가 남았네 ㅣ 문학동네 시인선 86
김상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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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너무 와닿은 시들.

김상혁 시인의 시들이 더더 읽고 싶어졌다.

<십일월>과 <나의 여름 속을 걷는 사람에게> 두 시가 특히나 좋다.


- 한 떠돌이 부부가 마을로 흘러들었다.
그들은 주민 가운데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외곽, 아슬아슬한 암벽 밑 울퉁불퉁한 황무지에 집을 지으려고 온 마을에 아부했고 겨우 집을 세울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허락한 주민 가운데 그 누구도 땅의 주인은 아니다. 주인은 나중에 온다. 군대와 함께. 부부의 영혼과도 같은 그 집을 무너뜨리러 온다. - 시인의 말

- 먹는 기쁨, 보는 기쁨, 생각하는 기쁨.
영혼의 기쁨 같은 건 없다.
그렇대도 기쁜 영혼 같은 건 있으면 좋겠다. - 기분의 왕 중

- 여전히 귀를 기울인 채로
왼손에 쥔 어둠이 무거우면 오른손으로 그것을 옮겨 쥐다
그런 반복을 이 순간에도 몇 번씩
그렇게 입가를 문지르고 빈주먹을 쥐다 펴고 귀를 기울이고
너희가 맞구나, 너희가 아니구나,
죽은 친구들과 떠난 아이들을 떠올리다 - 맞다, 아니다 중

- 우리는 너를 위해 너무나 오랫동안 기도하다
도무지 신 같은 건 믿을 수 없게 되었다 - 아들에게 중

- 자네의 그림에는 풍경과 생각이 섞여 있어 언덕을 그리고 나면 떠오르는 소리를 거기에 색으로 입히지 어제의 붉은 언덕을 오르던 사람이 오늘의 검은 언덕을 내려가는 식이라네 왜 석양을 바라보는 일은 눈을 감는 일보다는 항상 덜 슬픈가 - 십일월 중

2019.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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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의 열매
한강 지음 / 창비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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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에 대한 집착과도 같은 깊은 사유.
먹는 다는 행위를 상당히 공격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이해가 되기도 아니기도 했다.

8개의 단편 대부분은 이미 읽은 것이고 이 책은 너무 오래 책장에 머물러 있었다.
좋다는 마음과 별개로, 폭염의 시간 속에서 읽고 있자면 뙤약볕에 말라가는 식물이 되는 기분이 된다.

여전히 좋은 작가 한강. 신작 소식이 있을거라고 하더니 너무 무소식 중이다...

- 나는 때로 다쳤다. 집착했고 욕망했고 스스로를 미워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부끄러움을 배웠고, 점점 낮아졌고 작아졌고, 그래서 그 가난한 마음으로 삶을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되었던 것 같다. 오래, 깊숙이 들여다보려 애썼던 것 같다. 그러는 동안 글쓰기는 나에게 존재하는 방식이었다. 숨쉴 통로였다. 때로 기적처럼, 때로는 태연한 걸음걸이로 내 귀를 끌고 갔다. 나무들과 햇빛과 공기, 어둠과 불 켜진 창들, 죽어간 것들과 살아 꿈틀거리는 것들 속에서 모든 것이 생생했다. 그보다 더 생생할 수 없었다. - 작가의 말 중

- 눈물로 세상을 버티려고 하지마라.
때리는 사람도 힘들었던지 호흡을 고르며, 그러나 당신의 매질에 감정이 없었다는 것을 보이려는 듯 침착하게 가라앉은 음성으로 어머니는 되뇌곤 했다. - 80, 아기 부처

- 세계가 다른 방식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모든 것을 낯설게, 그리고 오래 바라보았다. 선한 것과 악한 것, 의무와 책임과 방기, 진실과 거짓 따위하 내 눈앞에서 경계선을 무너뜨려 갔다. 나는 그 혼란에 더 이상 놀라거나 당혹스러워하지 않았다. 다만 잠자코 바라보았다. 그 간격이 나를 구해주었다. - 93, 아기 부처

- 저것들, 다 어디서 왔을까.
그러던 어느날인가, 들릴 듯 말 듯한 쉰 목소리로 아내는 꿈결처럼 물은 적이 있다.
...... 다들 어디로 저렇게 달려가는 거야? - 225, 내 여자의 열매

2019.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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