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네 - 2025 일본 서점대상 1위 수상작
아베 아키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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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하게 배고파지게 만드는 힐링 소설.

제도적 뒷받침되는 파트너쉽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든다.
여러 형태의 공동체 연대가 필요한 시대이기에 이런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는 것.

그저 작은 도움으로도 땅을 박차고 일어날 기운을 차릴 수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삶에 대해 그 어떠한 적극적 의지가 도무지 생기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걸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는 점도 좋았다.

인생의 어느 시점 삶의 무게가 유독 무거워지는 그런 때
매일매일 수행해야 하는 득도 없고 티도 안 나는 집안일에 익사할 것 같은 사람들을 돕는 일.
딱 따스한 힐링을 줄 수 있는 소재로
설정 자체가 일본 드라마스럽고,
여성성, 임신에 대한 집착? 이 묘한 이질감을 불러일으키지만
어느 정도 그 나라의 문화적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 "나도 빨래랑 청소쯤은 해요."
"그래도 그런 일은 여자가 역시 더 잘하니까."
"성별은 관계없다고 생각합니다. 잘하는 건 여자여서가 아니라, 시행착오를 겪으며 고민하고 실천을 반복하면서 잘하게 된 것뿐이에요. 남자도 마찬가지로 하면 똑같이 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말을 조금 더 우호적으로 말했다면 인상도 달라졌겠지만, 오노데라 세쓰나는 날카로운 눈초리에 정색한 얼굴이었고 어조도 담담했다. - 28

- 가사 대행을 하다 보면 대충 사람의 성향이 보이는데요, 성실하고 노력가일수록 남의 도움을 받는 데 서툴러요. 쓰러지기 직전이나 쓰러진 후가 아니면 도와달라는 것 자체를 태만이라고 느껴요. 스스로 얼마나 힘든지 자각 못 하는 사람도 많고요.
세쓰나의 진갈색 눈이 이쪽을 힐끔 봤다. 그쪽처럼요,라는 말을 들은 것 같았다. - 114

- 모르지. 가족이든 연인이든 친구든, 같은 집에 살았어도 섹스를 했어도 인간은 자기 이외의 인간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없어. 안 것 같은 기분이 들어도 결국엔 착각이야. - 242

- 우리 발밑에 있는 것은 그토록 불확실한 세계이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훨씬 더 불안정한 존재다. 그 슬픔을 세쓰나는 끔찍할 정도로 알고 있다. - 355

2026. mar.

#카프네 #아베아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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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세븐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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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이야기는 거의 다수를 좋아하지만 레벨 세븐은 지나치게 늘어진다.

이렇게까지 길게 설명을 늘어놓고, 마지막에 갑작스럽다 느껴지는 복수 크루도 좀...

1990년 작품이라니... 오래된 만큼 그만큼 낡아서? 그런 건가 싶다.

기억 억제 약물에 전기 충격 등 딱 와닿지 않는 소재들이지만 어쨌든 1984년의 정신과 환자 인권 침해 실화를 모티브로 했기에 당위성을 얻는 소재가 되었다.
거기에 얽힌 사건이 단일 사건이 아닌 점은 흥미로운 요소가 될 수 있지만, 이 경우엔 오히려 이야기의 호흡을 오히려 방해한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모든 나쁜 사건들은 부와 권력과 공권력과의 유착이 매번 문제랄까... 그러니까 악이 성립되는 거겠지만.


- 전혀 불쾌하지 않다. 인생은 즐겁다.
이제부터 하려는 일이 성공하면 훨씬 즐거워지리라. 청년은 믿었다. - 15

- 에쓰코는 생각했다. 대체 한 인간이 일어설 수 없게 될 때까지 지치도록 일해야 하는 법 따위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가. 한 인간을 그렇게까지 부려먹을 권리가 누구에게 있다는 말인가. - 73

- 우리 가족은 두 번 살해당한 게 된다- 라고 유지는 생각했다.
첫 번째는 사이와이 산장에서 총에 맞아 살해당했다. 그리고 남겨진 유지와 아키에의 기억이 지워지고 다시 기억이 났을 때 또 한 번 살해당한 것이다.
어떤 비극이든 슬픔은 한 번으로 끝난다. 어떤 비탄이든 가장 깊은 곳은 한곳으로 끝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르다. 한 번 기억을 잃었기 때문에, 똑같은 슬픔을 똑같은 깊이로 다시 경험해야 한다.
용서는 불가능하다. 창 쪽을 향한 아키에의 하얀 볼을 바라보면서 유지는 생각했다. 그것만으로도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가치가 있다- 고. - 380

- 별장지는 어둠의 저편에서 망령처럼 솟아올랐다.
불빛도, 음악도, 빛도 없다. 한여름의 정체된 어둠의 밑바닥에서 고요히 죽어 있다. 나란히 선 몇몇 별장의 지붕은 묘비처럼 그저 초연하게, 모든 생생한 생명 활동으로부터 뒤쳐진 듯 보였다. - 560

2026. may.

#레벨세븐 #미야베미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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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문학과지성 시인선 542
허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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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기도 전에 이미 별 다섯을 주고 읽어나가는 시집.

어쩌면 이렇게도 시리게 다가오는지 모를 일이다.

모든 시에 플래그를 다닥다닥 붙이고
결국은 그것들이 의미 없어지게 되고...

신의 의미에 대해 언급되는 마지막 부는 조금 취향 밖이지만
그러나 해설을 통해 시인을 더 알 수 있는 지점.

늘 좋은 시인.

- 소식은 없었다
밤에 생긴 상처는 오래 사라지지 않는다
도망치지 못했다
2020년 6월
허연 - 시인의 말

- 트램펄린에 날 던지면서 말한다
"말해줘 가능하다면 내가 세상을 고르고 싶어"
생각이 있으면 말해주리라 믿었지만
트램펄린은 그냥
나를 떨어뜨리고
미워하지도 않으면서 나를 떨어뜨리고
그러면 내 처지도 최선을 다해 떨어지고
세상에서 트램펄린이 모두 사라졌으면 좋겠다 - 트램펄린 중

- 지구가 돈다는 사실을
보통은 별이 떠야 알 수 있지만
강 하구에 찍힌
어제 떠난 철새의 발자국이
그걸 알려줄 때도 있다
마을도 돌고 있는 것이다
(...)
이 거리에서 이런저런 생들은
지구의 가장자리로 이미 충분하다 - 어떤 거리 중

- 십일월의 나는 나쁘게 늙어가기로 했다
잊고 있던 그대가
잠깐 내 안부를 들여다본 저녁
창문을 열면
늦된 날벌레들이 우수수 떨어지곤 했다
절망의 형식으로 이 작은 아파트는 충분할 걸까
한참을 참았다가
뺨이 뜨거워졌다
남은 것들이 많아서 더 슬펐다
(...)
미친 듯이 슬펐는데 단풍은 못되게 아름다웠다
신전 같은 산 그늘이 나를 덮었고
난 죽지 못했다 - 십일월 중

- 내일을 기다리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
당신은 모르지
내일에도 얼마나 많은 종류가 있는지

바람이 분다
새벽 1시의 바람이 분다 - 새벽 1시 중

- 뜨겁게 달아오르지 않는 연습을 하자. 언제 커피 한잔 하자는 말처럼 쉽고 편하게, 그리고 불타오르지 않기. -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중

- 소금을 물에 녹이듯
굴욕을 한입 가득 물고
파도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순간이 있다

나는 어두운 열매를
눈물 없이 먹을 수 있을 줄 알았고
나는 여전히 당신의 밀도에 녹는다 - 바닷가 풍습 중

- 그 어떤 실망도 없이 강물이
내 앞을 떠나는 것을 보고 있다
어떤 불안도 없다
나보다 더 추한 미래는 알지 못하므로
기록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강물이 그랬던 것처럼 - 열대 중

- 스쳐 가는 생각들
순서 없이 파고드는데
시가 아닌 건 없다. 잠들기 다 틀린 새벽
아무것도 남지 않고 시가 남았다. - 24시 해장국 중

- 그해에는
적절치 않은 음표들이
자신의 처지를 저주하다
무한대로 아름다워지곤 했다 - 트랙 중

- 나는 완성이 아니었구나. 내게 절창은 없었다. 이제 내 삶을 뒤흔들지 않은 것들에게 붙여줄 이름은 없다. 내게 와서 나를 흔들지 않은 것들은 모두 무명이다. 나를 흔들지 않은 것들을 위해선 노래하지 않겠다. 적어도 이 생엔. - 절창 중

- 생각해보면
너무 많은 바람, 너무 많은 빗물
이런 게 다 우리를 힘들게 했지

우리의 한숨이 너무 깊어서
우리는 할 일을 다한 거 같았고
강변에서 일어나기로 했지 - 이별의 서 중

2025. dec.

#당신은언제노래가되지 #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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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는 꿈을 잘 기억한다
김성중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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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동화의 변주 같은 단편들이다.

불안과 혼돈이 공포와 좌절로 결론지어지지 않고 조금은 그래도 조금은 나아진 어떤 상태로(그러나 미처 행복이라는 결말에는 미치지 않는) 귀결되는 그런 느낌.

토종 환타 지랄 수 있는데, 세계관은 광활하게 다가온다. 

이야기 속 다수 인물들에서 중년의 정체성이 느껴지고 그것이 나와 호흡을 같이 가져가는 흡인력이 있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작가와 함께 세월을 헤쳐 나오고 있다는 동지의식.. ㅋ 나 홀로 동지의식이랄까 :)

- 아이들은 자기에게 꼭 맞는 관을 도처에서 찾아낼 수 있다.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니 그때와 똑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보이지 않는 성냥을 켠다. 탁탁. 기억의 불꽃을 점화하기 위해. 숨바꼭질을 할 때마다 우리는 죽은 존재였다. 웃음도 숨소리도 누른 채 부활을 위한 작은 죽음에 들어가는 것. 세상 구석구석에서 아이들은 이 짜릿한 틈새를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 9, 유령들

- "도서관 책은 공공기물이잖아요."
나도 모르게 공격적인 말투가 나왔다. 자기 책도 아닌데 줄치고 메모하는 인간은 내 평생 혐오하던 치들로, 그들이 표시한 부분은 도무지 동의가 되지 않을뿐더러 끄적거린 내용 역시 유치한 감상일 때가 태반이었다. 그런데도 앞선 독자의 필기는 묘하게 텍스트를 건드려서 자주 걸려 넘어지게 만든다. 정말 쓰레기 같은 짓이다. - 19, 유령들

- 살아 있는 사람도 책에 몰입하는 동안 반쯤은 유령처럼 변하기에, 그들 속에 섞여 책장을 넘기고 있으면 생사의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면 다 읽을 수 없을 수많은 장서들이 미래의 약속처럼 빽빽하게 펼쳐져 있었다. - 23, 유령들

- 우리는 반박함으로써 영리해진다. 달리 말해 반박할 것이 없으면 비평적 총기를 잃어버린다. 사실상 총명함의 대부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우리에게는 상상의 도약을 위해 부수어야 할 낡은 토대가 필요하다. - 28, 유령들

- 새로운 인생이란 달리 말하면 '진정한 인생'이 아닐까? 중년을 통과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작'이라는 허들과 만나게 되기 마련이다. '고작해야 이거였나? 이게 내 인생의 전부란 말인가?' 이런 식으로 절망 어린 축소 과정을 겪게 되는 것이다. 그때 고기를 드는 것이 나만을 위해 만들어진 진짜 인생이 있을 거라는 희망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 한 조각조차 없다면 현재는 과거에서 넘어온 의무를 해치우는 부역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된 여성들이 그렇다. 착하고 책임감이 강한 나머지 돌봄에 중독된 여자들, 의무밖에 남지 않은 일종의 노예들이다. - 49, 새로운 남편

- 우경은 자기 인생이 평범하다는 사실에 새삼스레 놀란다.
이제는 죽음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그것은 하얀 계란처럼 생긴 꿈 없는 잠이다. 우경은 흠 없이 깨끗한 알 속에 담겨 있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홀가분하고 후련하게 그 순간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펼쳐진 왼손에 움켜쥔 꿈 하나 없이. - 123, 왼손잡이는 꿈을 잘 기억한다

- 절필 후에도 여전히 흉터 아래 통증을 느끼며 간유리 너머 세상을 바라보듯 흐리멍덩하게 살고 있다. 언젠가 저 간유리를 깨뜨려야 세상을 제대로 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제대로'가 무엇일까? 내 평생 한 번도 맞히지 못한 과녁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 228, 맥주의 알

- 쓸쓸하고 다정한 느낌을 받으려면 멀리서 자세히 봐야 해요. - 237, 맥주의 알

- 내가 모임에 빠져든 건 시간이 건져낸 티백처럼 변한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오후에 일어나 마시다 만 찻잔을 내려다보는데, 바싹 마른 티백이 계시처럼 눈에 들어왔다. 바싹 말라 얼룩이 생긴 채로 찻잔에 달라붙은 누추한 모습. 설거지 좀 제때 하라고 잔소리하던 여자친구가 떠올랐다. 도자기 잔 역시 그녀의 선물이었는데, 안쪽이 거뭇해졌다. 여자친구는 도자기 잔에 찻물이 배어드는 것을 일컫는 '차심이 든다'라는 표현을 알려주었다. 찻잔에도 마음이 생기는데, 나는 왜 점점 마음을 잃어가는 것일까? - 240, 맥주의 알

- 미래의 기억을 손에 쥔 채 천천히 걸었다. 괜찮은 할머니가 되기 전에, 우선 위조되지 않은 현재를 즐겁게 살아야 할 테니까. - 303, 맨발 교실

2026. jan.

#왼손잡이는꿈을잘기억한다 #김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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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천재의 사랑 타이피스트 시인선 9
양안다 지음 / 타이피스트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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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함을 극복하려는 작은 몸짓.

대상이, 캐릭터가 있는 시들은 몰입하는데 장벽이 조금 있지만... 뭐...
이제는 이러한 구성의 시들의 설정을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편이다.

어수선함의 극치 상태에서도 집중하려 노력하며 음미했는데도 후반으로 갈수록 나름 극복되는 시들이었다. 

플래그를 붙이며 기억하려고 한 어느 시나 시구를 골라도 다 좋았다.
다시 한번 음미하고 읽어보려 한다.

불안, 다가올 불행을 기꺼워하는 이의 시.

- 싫어하는 것에 대한 목록 :
질투심
노력에 필요한 일방적 정직함
사랑의 무용성을 주장하는 바보 천치
열등감을 숨긴 채 드러내는 이빨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변명
자신의 논리를 세상의 정답으로 치부하는 개구리들
상대의 마음을 자신의 것이라 여기는 착각
그리고 불안
불안
불안

나의 불안을 모두에게 나눠 주고 나니
이 시집을 이렇게 쓸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나는
불안이라는 이름의 그네에서 내려와
먼 곳까지 걸어 보기로 했다
2025년 5월 양안다 - 시인의 말

- 나는 당신 따뜻한 말.
당신 선한 말.
당신 우스운 말을 먹고 사는 머저리가 될래요. 적어도 이번 계절에는요.
내가 눈이 멀어 버린 걸까요. - 가장 듣기 좋은 말 중

- 세계에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곤 한다. 사람들은 모르는 척하는 건지 정말 모르는 건지......
단지 이상한 일이. - 델피니움 꽃말 중

- 나는 복잡하게 말합니다. 나는 중얼거리고 중얼거리듯 네게 말하고 어제와 오늘을 헷갈리고 그러나 사랑과 불안은 아니지. 우리가 함께 넘어진 곳이 어디지? 나는 그딴 거 몰라. 내가 복잡하게 말한다고. 나의 내면이 이렇게나 복잡하다고. 너를 복잡하게 사랑한다고. - 복잡하고 어지러운 초콜릿 소년 중

- 프라하 뒷골목에도 당신의 노랫말이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 새벽에 쪽잠 자던 쥐들이 당신 노래를 자장가 삼았으면 좋겠다. 아직 세상이 기울지 않았다고 믿고 싶으니까.
그러기 위해서 당신은 노래를 불러야 하지. - 프라하식 저녁 식사 중

- 이제부터 꿈을 꾸지 않기. 한밤중에 묻는 안부처럼 평화를 이해하기.
우리보다 오래된 세계에는 비참한 것이 무성했다. - 처음과 같이 이제 와 항상 영원히 중

- -가끔은 증오가 모든 걸 해결하는 것처럼 보여요.
- 가끔은 증오가 모든 걸 망치는 것처럼 보이지. - 울게하소서 중

- 누군가가 불안을 내다 버리기 위해 인간을 만든 건 아닐까. 뒷골목에 쓰러져 있는 당신을 내가 주워 왔다. 불안을 전부 게워 내라고 두들겨 주었지. 도대체 나는 누가 내다 버린 불안이지? 있잖아요, 온 세상이 잠들었을 때에도 나는 어지러움을 느껴요. 나 빼고 모두가 춤을 추는 기분이고 나 혼자 쓰러지죠. - 하늘은 다홍빛 불타는 시간에 중

- 괴로움은 슬픔의 친구입니까. 과거는 마음을 오리고 천천히 조각낸다. 누구도 날 한 번에 부수지 못해요. 썰물에 쓸려가는 모래성. 나의 머릿속에는 빗방울로 돌을 깎는 조각가가 있습니다. 더 얇게. 어, 더 얇아질 때까지...... 이것은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인공 정원이라고? 돌을 깎아 만든 게 대못이라고?
차라리 이 빗물로 얼굴이 녹아 버렸으면...... - 관자놀이에 푸른 점 중

- 의자에 앉은 채로 꿈을 꾸다가
어둠 속에서 맹수의 눈빛만 선명할 때...... 오로지 나는 혼자서 슬프게 되었다. - 관자놀이에 푸른 점 중

- 태어나면 죽을 날을 기다리고.
봄이 오면 겨울이 오고.
아침이 가면 밤이 되고.
걷다 보면 도착하고.
사랑을 하면 작별을 하고.
사랑 없이도 작별을 하고.
작별을 하고.

영원, 그것이 무엇이길래 사람들을 집착과 불안에 빠지게 만드는 것일까. - Fin 중

- 그 영화는 나였다. 언제나 불안하고, 그 불안을 이해받지 못해 슬프고, 그 슬픔이 무척 사소한 것 같아 외로운 나. 멋진 작품을 만들고 싶은데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고작 벌레 나오고 밥 먹다 우는 이야기라니.
(...)
그런데 영화가 그렇지 않나? 시가 그렇고, 또 사랑이 그렇지 않나? 마음에 담아 두고 곱씹다가 문득 그렇구나, 하는 일. 문자로 번역되지 못해도 뭉뚱그려 마음에 꽂히는 일. 두고두고 담아 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어 슬픔과 기쁨, 상실과 우울, 언어로ㅗ 치환할 수 없는 정서를 대변하는 일. 벌레가 되어 버리고 마는 것처럼 무척이나 초라해지고 마는 내 마음을 내비치는 일.
조금 창피하고 쑥스럽지만 솔직한 이야기가 나에게서 쏟아져 나와 우리의 손을 잡는 일. - 나의 혼잣말이 상영되는 심야 극장으로 중

2026. jan.

#이것은천재의사랑 #양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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