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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니 사이코 픽션
박혜진 엮음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4월
평점 :
재미있게 읽고 싶다는 안달 내지는 기대가 있던 책이다.
간략하게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 퍼니 앱솔루트 사이코 픽션.
평범한 세상 속에 숨겨져 있는 사이코적 면모에 대해 이 사회가 깊이 있게 이해해야만 한다는 점을 알지만
보통의 개인이 그럴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대체적으로 시절이 지난 작품들의 선별이니 그에 따른 예스러운 감성은 뭐 그렇다 치고
그게 이 시점에 어떻게 받아들여지나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 안 할 걸까 싶다.
시절이 지났다는 점은 성적 윤리 측면에서 덜컥덜컥 걸렸다.
세련되길 바랐다기보단 야만스럽지는 않았으면 싶은 마음.
그러나 한편으로는 또 이 비틀린 인간들에 대한 묘사, 서사가 딱히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음이 사회의 어두운 면들에서 충분히 목격되고 있음도 안다.
그런 엽기적이고 어두운 범죄 사건들을 통해 지나치게 많은 비인간의 존재들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문학을 즐기는 시간까지 이런 모음집을 읽는 일이 조금 과한 스트레스가 되는 듯하다.
이 책을 읽을 감정 상태가 아니었던 게 큰 패착 중 하나.
혹은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나쁜 소설들을 읽어도 충분히 즐겼던 기억이 있는 걸 보면
그저 세월에 지쳐 낡은 할미가 되는 과정이 아닌가 싶기도.... ㅡ.,ㅡ
어쨌든.
이런 잘못 고른 책들도 읽어야 재밌고 좋은 책이 더 좋을 테니까...라는 감상이 장점.
- '다채로운 사이코들을 한 권의 책에 모아야겠어.' 불시에 이런 생각에 사로잡혔다. 이성진 감독이 연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성난 사람들>을 본 직후였다. (...) 사람으로부터 상처받는 일은 흔하고 사람에게 상처 주는 일은 그보다 더 흔하다. 흔한 일들 속에서 삼십 대를 보냈다. 만남과 이별, 기대와 낙담, 불안과 강박, 상처와 트라우마. 진부한 테마인 걸 모르지 않지만 만만한 플롯은 하나도 없었다. 특히 내 경우엔 강박과 이기심이 뒤섞여 곁에 있는 사람들을 줄곧 소외시켰는데, 보이는 곳에서 상승하는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강하고 있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다. 나만이 아니었다. 돌아보니 주변엔 성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았다. 알고 보면 다 아팠다. 모두가 깨진 조각을 손에 쥐고 피 흘리고 있다고 느낄 때 이 '나쁜 소설'들이 떠올랐다. 다시 읽고 싶었다. 절망, 폭력, 거짓, 기만, 회피, 중독...... 통제할 수 없는 삶의 현장에서 드러나는 왜곡된 욕망 앞에서 나는 내가 갖고 있던 인간에 대한 기대를 거의 다 철회했더랬다. 다시 읽자 달리 보였다. 그들의 실패한 욕망이야말로 인간에 대한 살아 있는 정의였다. 인간이란 모순, 무질서, 혼돈, 그리고 느닷없음의 동의어였다. - 프롤로그 중
- 일곱 편의 소설은 공통적으로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중반, 소위 세기말적 감수성 아래 창작된 작품들이다. 증폭된 불안과 우울이 시대 감성을 점유할 때 포착된 인간의 폐부란 그 시대의 눈에는 현실과 거리를 둔 징후적, 환상적 상징으로 읽히는 데 그쳤을지 모른다. 그러나 한 세대가 지난 오늘의 눈으로 바라볼 때 이 소설들은 더할 나위 없는 현실의 재현으로 다시, 그리고 다르게 읽힌다. 소설은 현실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현실을 예견한다. 불안과 우울이 더는 이례적 현상으로 인식되지 못하는 오늘, 과거에서 온 이 소설들은 현재에 쓰인 어떤 소설보다 더 현재적으로 인간의 심연을 증언한다. - 프롤로그 중
2026. a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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