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박진세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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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87분서 시리즈가 출간되지 않아서
사둔 책을 일부러 묵혀두고 읽지 않았는데
드디어 새 번역이 나왔다.

그리고 스티브 카렐라의 가족들이 등장한다.
스티브의 하나 뿐인 여동생의 결혼식날 하루의 이야기다.

이탈리아 가족의 과한? 감정들과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눈에 보이듯 경쾌하지만,
새 신랑의 적들이 사방에.... ㅋㅋㅋㅋㅋ
딱히 악인도 아닌 평범한 청년에게 왜 이런 시련을 이라고 생각하겠지만,
87분서 시리즈의 주요 인물의 가족이니 한번쯤 이런 우여곡절도 겪는건 어쩌면 당연할지 모르겠다.

심각한 사건을 앞에 두고도 던져지는 경찰식 농담과 나름 팀원끼리 긴장을 푸는 대화들은 언제나 재밌다.

축의금 받는 이탈리아 결혼식도 친밀감이랄까. 정말이지 이탈리아와 여러모로 비슷한 감성과 관습과 등등을 가진게 우리나라 아닐지 생각해본다.

그나저나.. 이 다음 번역은 언제 될까...

요 며칠 시리즈 새 책을 주문해 놓고 안읽었던 2권 남은 87분서를 다 읽어버려서, 몹시 허전해졌다.


- 경찰 형님을 둔 매제한테 좋은 점이라면, 필요할 땐 언제든 보디가드를 둘 수 있다는 거지. 일요일이더라도 말이야. - 21

- 87분서 경찰들은 미신을 믿는 무리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밥 오브라이언과 함께 불평에 대처하는 일은 피했다. 오브라이언과 함께라면 총질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것은 분명 밥의 잘못이 아니었다. 총을 뽑는 상황에서 그는 늘 마지막으로 총을 들었고,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 되지 않는 한 절대 총을 쏘지 않았다. 하지만 오브라이언과 함께라면 여지없이 총격이 뒤따랐으며, 87분서 경찰들은 오래지 않아 총격전에 휘말리게 될 평범한 인간들이었다. - 23

- 우린 파괴를 다루지,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 파괴에는 언제나 비밀이 있고, 우리 일은 그것을 막는다기보다 그것이 일어난 후에 발견하는 거야. 우린 파괴자를 찾아내지만 이것이 우리를 창조자로 만들지는 않는다. 우리는 소극적인 일에 관여하고 있고, 창조는 결코 소극적인 행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 197

2023. apr.

#죽음이갈라놓을때까지 #에드맥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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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숲 양조장집
도다 준코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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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가 절로 떠오르는 가족 대하 소설.

심리적으로 취약한 양육자가 아이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작용들.
개인의 의지로 그 모든 것을 이겨내는 것은 정말 운이 좋아야 가능할 것이지만, 어쨌든 소설에서는 이야기가 진행되어야 하기에 긴카는 모든 부정의 힘을 이겨내고야 만다.
물론 물려받을 수 있는 양조장이 있으니 더더욱 가능한 일이다.

도다 준코의 소설 중에서는 인생역경 순한맛에 속한다고 하니 잘 골라 읽은 듯 하다. 역경이 고될수록 읽는 입장이지만 같이 힘들어지니까.

- 앞으로는 무엇이든 다 잘될 것이다. 왜냐하면 간장 양조장에 좌부동자가 살기 때문이다. 그 동자신이 지켜줄 것이다. 엄마의 손버릇도 나아질 것이다. 다 같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 35

- 아빠가 꿈꾸는 러시아 초원에는 아무도 없다. 엄마도 없고 긴카도 없다. 그것이 아빠의 소망이자 아빠가 꿈꾸는 세상인 것이다. - 129

- “오동통 참새 토령. 복어처럼 동그랗게 부푼 거였는데, 딸랑, 딸랑, 하고 예쁜 방울 소리가 나.“
쓰요시가 황당하다는 듯 긴카를 쳐다본다. 미간의 주름 때문에 역시 화난 것처럼 보였다.
”동그랗게 부풀어서 데굴데굴 굴러다녀. 어디로 가는지도 몰라. 그런데 어디로 굴러가든, 가다 멈춘 곳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어. 나는 그걸 받아들이고 살려고 해.“
쓰요시는 아무 말도 없이 날카로운 눈으로 긴카를 노려보기만 할 뿐이다. 긴카는 자신의 말이 얼마나 얄팍한지 깨달았다. 마르고 뾰족한 칼날 같은 쓰요시는 데굴데굴 굴러가는 대신 부러질 것이다. 굴러가고 싶어도 굴러가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 252

2023. mar.

#대나무숲양조장집 #도다준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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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맛본 똥파리 그림책이 참 좋아 20
백희나 글.그림 / 책읽는곰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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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 올때마다 백번씩 읽어주고
드디어 들려 보냄.

이제 그만 읽어도 된다!!! 해방!!! ㅋㅋㅋㅋ

동생 올챙이들을 돌보는 큰오빠 개구리의 고된 육아일기.

이제 다음 동화책으로 넘어가도 되겠음.

기억력이 얼마나 좋은지
똥파리 맛으로 묘사되는 음식들을 다음에 놀러와서도 맞춤.

동화는 정말 좋은 교육 수단이다. 새삼 느낌.

2023. jan.

#꿈에서맛본똥파리 #백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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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디비전 1 샘터 외국소설선 10
존 스칼지 지음, 이원경 옮김 / 샘터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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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년에 한번 책을 읽다 말고 드랍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이다.

존 스칼지 쭉 재밌게 읽어왔는데.
이상하게 이 책은 집중도 안되고....

2권까지 더불어 드랍.

2023. apr.

#휴먼디비전 #존스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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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엔원년의 풋볼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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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 꼿혀있었던 시간이 상당한 이 책은 작가의 사망 소식을 듣고서야 읽게 되었다.

전후의 황폐함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불완전한 기대가 가득한 시절.
존재하는 것 자체의 무의미함과 삶에 대한 무기력감으로 사로잡힌 미쓰사부로. 그럼에도 여차저차 인간이 해야할 생의 주기 과업들은 하나씩 해놓았다. 결혼도 하고 직업도 갖고 아이도.
이 부부의 냉소와 무기력이 장애를 가진 아이로 부터 기인한 것인지, 원래 기질이 그러한 것인지, 세상이 그저 그렇게 돌아가고 있기에 그런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모든 상황들이 어우러져 이야기의 분위기는 우중충하기 그지 없다.

사건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외부인이 되기를 갈망하는 화자 미쓰.
과거의 농민 봉기에 영감을 받아 새로운 혁명을- 그러나 터무니없는 방법으로- 다카.
폭력적인 선동으로 부조리를 부조리하게 들이받는 이 과정은 바로 전에 겪은 전쟁과 그다지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일제 강점기 하에 강제 동원되어 일본에서 노역을 하던 조선인 부락이 이야기의 주요한 무대이고, 전후 일종의 보상안으로 조선인들에게 불하해준 토지를 독점 매입해 부를 이룬 조선인 남자를 슈퍼마켓 천황이라고 부르는 것은 묘한 감상을 갖게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해방 직후의 시절인데, 주인공 부부는 집에 온실을 갖추고 고무나무나 몬스테라를 키우는 장면이 있다. 새삼 이런 단편적 묘사에서 원예강국의 이미지를 느끼게 되네... 식덕이라 어쩔 수 없는 감상의 일부.

장남이 아니면 잉여적 존재로 전락하는 형제들에 대한 이미지가 근대 일본도 짙게 드리워져 있다는 점도.

극도의 허무함이 주 정서인데, 그 와중에 온갖 자극적 사건들이 나열되어 있어 혼란스럽다는 인상을 받았다.


- 눈뜰 때마다 잃어버린 뜨거운 ‘기대’의 감각을 찾아 헤맨다. 결여감이 아니라 그 자체가 적극적인 실체인 뜨거운 ‘기대’의 감각. 그것을 찾아낼 수 없음을 깨닫고 나면 또다시 수면의 비탈길로 자신을 유도하려 한다. 잠들라, 잠들라,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 10

- 단순해, 미쓰. 골짜기 사람들은 이십 년 전에 강제로 끌려와 숲으로 벌채 노동을 나갔던 조선인들한테 이젠 경제적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라네. 그러한 감정이 암암리에 쌓여서 일부러 그를 천황이라고 부르는 원인이 된 거지. 골짜기는 말기 증상을 보이고 있다네! - 175

- 나는 폭력에 대해 생각하면 언제나 내 조상들이 그들을 둘러싼 폭력적인 것에 대항해 잘도 살아남았고, 나라고 하는 자손에게 생명을 전해주었구나 하고 이상하게 생각해요. 그들은 무서운 폭력의 시대를 살았으니까요. 여기서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 뒤에서 나와 이어지는 사람들이 도대체 얼마만큼의 폭력에 대항해야 했을지를 생각하면 아찔해요. - 269

- 작가? 분명히 그 사람들은 진실에 가까운 말을 하고서도 맞아 죽지도 않고 미치광이가 되지도 않고 살아남을지도 모르지. 그 작자들은 픽션의 틀로 사람들을 온통 기만하지. 그러나 픽션의 틀을 덮어씌우면 아무리 끔찍한 일도, 위험한 일도, 파렴치한 일도, 자신의 신변은 안전한 채로 말해버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작가의 작업을 본질적으로 취약하게 만들고 있어. - 294

2023. mar.

#만엔원년의풋볼 #오에겐자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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