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의미
로맹 가리 지음, 백선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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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라는 책 제목이 너무 마음을 당겨 알게 된 로맹 가리.

얼마 지나지 않아 열광하며 읽은 자기 앞의 생.

진세버그와의 매혹적인 사랑과 비극적인 죽음.

4가지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었던 다양한 문화권의 경험.

군인으로 외교관으로 작가로

보통 사람들의 몇 배 이상되는 삶의 경험은 왠지 영화같고, 만화같고..

에이 거짓말.... 하는 기분이 들다가도

작가의 글을 보면 또 이게 다 어디서 나왔겠나.... 싶기도 하고.

여하튼 유별난 인생역정을 겪은 노 작가의 대담은 또 한 편의 이야기로 손색이 없다.

스스로 하는 자기 얘기라 윤색의 여지도 있겠지만..:)

2015. Dec.

언젠가 이 얘기를 드골 장군에게 해주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내가 겪은 문화 변화를 들려주며 카멜레온 이야기를 했지요. 카멜레온을 빨간 양탄자 위에 올려놓으면 빨간색으로 변합니다. 녀석을 초록 양탄자 위에 놓으니 초록색으로 변하고, 노란 양탄자에 놓으니 노랗게 변하고, 파란 양탄자에 놓으니 파랗게 변했는데, 알록달록한 스코틀랜드 체크 무늬 천에 올려놓으니 녀석이 미쳐버리더라는 얘기였습니다. 드골 장군은 껄껄 웃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자네 경우엔 미치지 않고 프랑스 작가가 된 거로군." - p. 13

이 책으로 공쿠르 상을 받았습니다만 `하늘의 뿌리`는 환경보호를 뛰어넘는 책입니다. 내게 코끼리는 곧 인권이기도 했어요. 서툴고, 거추장스럽고, 성가셔서 우리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는 존재, 진보에 방해가 되는 존재 - 진보가 곧 문화와 동일시되니까요 - 전신주들을 쓰러뜨리는 등 그저 쓸모없게만 보이는 존재, 하지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호해야 하는 그런 존재였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간접적으로 코끼리를 인권의 상징적, 우의적인 가치로 만든 겁니다. - p. 61

1970년에 나는 진 세버그와 이혼했습니다. 끊임없이 실망에 부딪히는 젊은 아내의 이상주의를 용인할 수 없었던 것도 어느 정도는 원인이었습니다. 젊은 시절 나 자신도 이미 경험했던 그 이상주의를 견딜 수가 없었고, 그것을 따를 수도 없었습니다. 그녀와 함께할 수도, 그렇다고 그녀를 도울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항복했습니다. 하지만 아내를 돌보는 일을 그만둔 적은 없습니다. 결국은 오늘날 세상 사람 모두가 아는 비극적인 결말로 끝났지만 말입니다. - p. 104

로맹 가리는 1978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타인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것은 나의 소설들이다. 나는 내 소설 속에 있다." 그리고 이 마지막 고백에서도 거듭 말한다. "작가는 자기 자신의 최고의 것을, 자기 상상에서 끌어낸 최고의 것을 책 속에 담고 그 나머지, 앙드레 말로의 표현대로라면 `한 무더기의 보잘것 없는 비밀`은 홀로 간직하지요." 이 말로 마법사 로맹 가리는 우리를 끌어들인다. 그가 한껏 마법을 부려놓은 서른 편의 소설 속으로. - p.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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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어촌문학이라고 해야할까.

토속적이면서도 너무 예스럽지 않고,

문장 또한 아름다운 단편들.

에피소드는 단순한데 그 아쉬움은 문장이 모조리 채우고도 남는 글들이다.

한권의 책을 다 읽고 나니 바닷마을의 짠 공기가 온몸에 가득해지는 기분이 드는 것은 아마도 그 문장의 힘.

장편을 읽어봐야 겠지만, 왠지 매우 좋아하는 작가가 될 듯한 기분.

왜 이제서야 읽었을까 의문도 들고.

작가의 말 중 최후에 남는 것도 결국은 태도나 자세라는 말은 음미해 볼 말이다.

2015. Dec.

사내는 문득문득 들었던, 이 여자와 같이 죽어버릴까, 했던 생각이 다시 고개를 쳐들었다. 그러기엔 너무 허무하다. 허나 늙어 죽은 노인들 빼고는 허무하게 죽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던가. 그는 바다처럼 흔들렸다. - p. 194, 섬에서 자전거 타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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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12-03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좋지요, 한창훈 작가?
저도 정말 좋아합니다. 흣.

hellas 2015-12-03 12:35   좋아요 0 | URL
좋다고 추천은 많이 받았는데 정작 이제야 읽었네요 :)
 

며칠을 체해서 고생하다 밥이란 형태의 것을 먹을수 있게되자 무지막지 매운 쭈꾸미볶음을....

자승자박 매워 죽을뻔.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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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의 빨간 노트 - 내 식탁 위의 소울풀 레시피
정동현 지음 / 엑스오북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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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 식탁위의 소울푸드 레시피니..

메뉴에 대해 더 이상 따질수는 없다.

나의 소울푸드니까.

일단 따라 해볼 만한 레시피는 두어개 정도. 내경우엔..

국외자로서의 주방 생활이 얼마나 팍팍했을지는 아주 잘 느껴졌다.

그리고 실행력이 부럽기도 하고.

표지도 이쁘다. 빨간 게...

짤건 짜고 달건 달아야 한다는 셰프의 지론엔 백 프로 공감.


2015. Dec.

요리는 과학이 아니었다. 그 너머에 있는 연금술이었다. 상극이던 것들이 오래 끓고 졸면서 찰떡궁합이 되었고, 수 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제각각 자란 재료가 운명처럼 만나 멋진 하모니를 연출했다. 불화와 긴장이 조화로 마무리되기까지 상상할 수 없는 드라마가 펼쳐지는 것이다. - 들어가는 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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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의 식탁 문학과지성 시인선 469
이기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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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표제가 마음에 들었다.

이기성이라는 이름 탓에 남자로 오해했다.

시들은 채식이라고 하기엔 소화하는데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왠지 조금 짠 채식을 한 기분이다.

외투라는 시 중 이런 구절이 있었다.

가장 고요한 자세로 목덜미에 내려앉은 의문들.

나에게도 뒷덜미쯤 의문들이 내려 앉았다.

2015. Dec.

나는 너를 집어 삼킬 것이고
너를 통과할 것이고
세계의 텅 빔 속에 앉아 있을 것이다 - 시인의 말

노동의 계절은 닥쳐온다
접시 위에 당신의 잘린 목을 올려 놓아야 한다 - 채식주의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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