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시의 신비로운 능력회색 두부에꼿꼿한 혀 한 장, 박혀 있다부러진 커터 칼날처럼혀 없는 고양이 ‘두시’는푸른 베일을 쓴 채한쪽 발로초승달의 목을 밟고 있다, 파르르파르르달은 숨이 할딱거린다.파랗게 점점 파랗게 미미한 파도처럼살짝살짝 치 떨던 달은차갑게 식는다모든 낭만의 밤은 끝났다고양이의 작은 발 주먹 아래서두시의 등 뒤로 가끔 해변이 열리고닫히고누군가 들어갔다 나오지 않았다거짓말 없는 밤이 지속되었다혀 없는 고양이 두시는버려진 괘종시계에서두 시를 물어뜯었다아무도 모른다두 시가 없는 시계두 시가 사라진 세계에서 우리는끝나지 않는 라디오를영원히 들으며오래된 영화 음악 속에서어쩌면 이 세계에 존재했을지도 모르는두 시의 연인두 시의 오해두 시의 자살같은 것을 떠올려 보았다그러나 두 시는 돌아오지 않았고두시 속에서지겹게 곰팡이를 피우며착한 사람들이 무더기로 죽어나갈두 시의 파국을지연시키고 있었다개들은 백색 숲 사이로 스며드는 불같은 노을과 길어지는 자신의 그림자를 느끼며 서로의 이름을 불렀다. - 백색 숲의 골초들 중.그래, 후배는 어떤 작업을 하고 있어?시 써요시?그래, 우리는 한때 다 시인이었지아니 그런 시 말고요 - 여자 햄릿 중.총 끝에서 피고 지는꽃의 율동이라니이 여름도 한칼에 가겠지휘어지는 여름의 극점네가 나를 쐈을 때 나는 죽지 않기로 했다 - 여름의 도큐멘타 중.아름답고 처연하고 웃기고 말도 안 되는 모든 장면들이눈앞에 펼쳐졌지만나는 아무 말도아무 몸짓도 할 수 없었다그렇게 외로운 고기가 된다 - 돌이킬 수 없는 중.2017. n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