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하라 팜 파탈 문학과지성 시인선 340
김이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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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 없는 죽음이 문득 코앞으로 다가와서 나와 눈을 마주치고 휑뎅그레한 시선을 던진다면

이런 기분일 것이다.

당혹스럽지만, 어쩔 도리 없는 체념과 심란한 마음.

여자는 잠에 빠지듯 혼몽합니다. 몸이 조금씩 빠져나갑니다. 스르르 욕조 구멍에서 빠져나가 다른 세계로 흘러갑니다. 모든 수치와 장난, 인연으로부터 먼 세계로 나아갑니다. 기고 있지만 날아가는 것 같고 유령들과 한패가 된 듯도 하지만 동물들의 울음을 이해합니다. 용감무쌍하지 않고 나약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절반 죽은 것 같습니다. - 유령 시인들의 정원을 지나 중.

˝한숨 자둬요, 도착하면 깨워줄게요.˝ ˝저, 혼자 타고 가니 미, 미안하네요.˝ 나는 백미러를 통해 그를 보려하지만 보이는 건 내 얼굴뿐. ˝아무도 안 탔더라도 출발해야 했고 이 막차가 내일은 거기 첫차거든요.˝ - 항상 엔진을 켜둘게 중.

어느 순간 나는 당겨지지 않았고
어느 순간 나는 버거워하지 않았으며
결정적으로 유연해졌다 장력을 잃었다 - 타블라 중.

최선을 다해 빛나지 않으려고 애쓰는 빛나는 것들의 심정이 이러할까? - 작가의 말

2016.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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