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자락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안토니오 타부키 지음, 박상진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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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했다는 것은 존재와 비존재에 근본적으로 이질적인, 어떤 ˝제3의 종류˝에 나름의 방식으로 속한다. 라는 구절을 시작으로 지극히 중요하지 않은 어떤 죽음을 쫓는 이야기.

구체적인 서사가 없는 이야기이기에, 전체적인 느낌이 어떤지 묘사한다면 아마도 ˝피로˝ 였던것 같다.

나른하고 몽롱한 피로감.

이 책을 읽고나면 필연적으로 느껴질듯.

좋다 말다를 표현하기 애매한데, 이 전의 타부키는 매우 좋았으므로, 다시 읽어볼수밖에...

2015. Jun.

존재했다는 것은 존재와 비존재에 근본적으로 이질적인, 어떤 "제3의 종류"에 나름의 방식으로 속한다. - p. 9

스피노는 헤카베에 대한 질문을 썼던 종이를 테라스의 빨랫줄에 집게로 매달았다. 그리고 원래 자리로 돌아와 앉아서 그걸 바라보았다. 종이는 세찬 바람에 깃발처럼 펄럭였다. 그것은 드리워지고 있던 밤에 대항하는 선명한, 바스락거리는 얼룩이었다. 그는 희뿌연 어둠 속에서 흔들리는 종이와 아주 서서히 어둠으로 해체되어가는 수평선 자락 사이의 연결을 다시 구축하면서, 그 종이를 오랫동안 그윽이 바라 보았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엄청난 피로가 엄습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마치 어린시절로 돌아가듯 그의 손을 침대로 이끈 것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피곤이었다. - p.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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