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끔 아름다움의 섬광을 보았다
금정연.정지돈 에세이 필름 / 푸른숲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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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피식피식하는 헛소리를 잘 늘어놓는 사람들이다. 그 점이 좋아서 계속 읽는다.
이런 만담 파트너를 만날 수 있었던건 둘에게 행운일까?는 잘 모르겠지만. ㅋ

김애란의 추천사에 백배 공감했다.

- 전에는 이들의 유쾌함에 자주 웃었는데, 요즘 내게는 이들이 농담을 즐긴다기보다 슬픔을 잘 드러내지 않는 작가로 다가온다. 그건 스타일이나 기질 이전에 어떤 꼿꼿함이고 그 곧음은 유연함에서 나온다. 직선과 곡선을 한 몸에 지닌 나사못처럼, 혹은 밤새 숲을 헤매다 같은 자리로 돌아온 설화 속 인물처럼 - 빙글빙글 텍스트 주위를 도는 문장들.
그러나 그 못은 지상의 표면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회전하며 깊이를 도모하고, 가끔은 자신과 같은 운동 중인 다른 못과 부딪혀 찰나의 섬광을 만들어 낸다. 가능한 한 시치미를 떼면서.
빛보다 분진 쪽으로 주의를 돌리며, 긴 시간, 먼 데서 그 빛을 목도한 나는 문득 ‘지향’과 ‘행보’라는 말을 떠올리고. 그간 이들이 구사한 농담 안에 결국 삶과 예술을 향한 의문과 피로뿐 아니라 어떤 헌신과 사랑이 깃들어 있음을 깨닫는다. 이 책은 그 오랜 회전과 반복 그리고 사랑의 기록이다. 드문 헤맴이고 귀한 행보다. - 김애란 추천사

- “내 인생이 어디에서 시작하고 어디에서 끝나는지 나는 결코 알아낼 수 없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영화가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디에서 끝날 것인지 우리는 결코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리는 가끔 아름다움의 섬광을 보았다.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길 바란다. - 12

- 나는 K정연에게 다음 문장으로 끝나는 긴 메일을 보냈다. “...... 건강하고 밝은 사람으로 살고 싶은데 그건 무리겠죠? 격일로라도 밝게 살았으면 좋겠다.” - 67

- 셀제로 감독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시네마와 내 얼굴을 마주하겠다, 대적하겠다, 내 얼굴을 보여주겠다, 뭐 이런 다짐을 몇 차례 반복하잖아요. 그런 감독의 행위가, 정확히 말하면 그런 감독의 얼굴이 영화에 진정성을 주입하는 거죠.
저는 사실 그 부분이 싫더라고요.
진정성을 주입하는 부분이요?
카레마로 자기 얼굴을 찍는 부분이요. - 103

- “꼭 읽을 책을 사. 그래서 그 책을 깊이 만나. 정말 싸우듯이 그렇게 만나야 돼, 책하고.”
알겠죠, 정연 씨? 꼭 읽을 책을 사세요. 샀던 책은 그만 사시고요. - 119

2023. aug.

#우리는가끔아름다움의섬광을보았다 #금정연 #정지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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