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의 의식
미야베 미유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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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여사의 단편 SF.

역시 이야기꾼!이라는 느낌이 드는 단편들이다. 유사한 소재의 다른 소설들과의 차별점은 역시 미야베 미유키 인가 싶다.
SF지만 인간의 감성적 측면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뭐 다른 SF도 결국 인간의 이야기임은 마찬가지지만.

심리 메커니즘에 입각한 마더법이 적용된 새로운 가족에 대한 이야기인 <엄마의 법률>
오랜시간 함께 해온 로봇과의 마지막 인사를 담은 <안녕의 의식>
죽음의 경위로 사람을 분류해 다시 살려낸 세상의 이야기 <보안관의 내일>

이 세편이 가장 흥미로웠다.

- 나라는 인간을 좌우하는 요소는 ‘누가 낳아줬나’가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 누가 키웠나’다. - 55, 엄마의 법률

- “..... 뭐라던가요?”
왜 내가 이런 걸 물을까. 아무래도 좋은 일 아닌가.
“언제나 그렇게, 수화로 하먼과 이야기했나요?”
그런 있을 수 없는 일을, 왜 나는 물을까.
“그만 돌아가래요.”
작은 목소리로 말하고, 여자애는 손등으로 뺨을 닦았다.
“그 말뿐이에요?”
대답이 없었다. 하먼을 바라본 채 새로 흐르는 눈물로 뺨을 적시면서 여자애가 말했다. “기초기억 보존은 포기하겠어요. 이제, 하먼을 보내주세요.”
“왜 또 갑자기?”
“본인이 그걸 원하니까요.”
여자애는 내게로 얼굴을 돌리고 양손을 움직여, 조금 전 하먼이 했던 동작을 그대로 해 보였다.
“하먼은 이렇게 말했어요. 나를, 죽게, 해주세요.”
...... 나를 죽게 해주세요. - 187, 안녕의 의식

- 이 세계에서 나는 더는 인간이 아니면 좋겠다.
이 세계에는 인간보다 로봇이 어울린다. 아니라면 다들 저렇게, 저 여자애처럼, 로봇을 위해 울고 로봇을 걱정하며 로봇과 마음을 나누려 할 리 없다.
로봇을 하나 조립할 때마다 나는 인간에게서 멀어져간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아무리 해도, 로봇은 되지 못한다. 그것이 답답해서, 원통해서......
나는 때때로 소리 내어 울고 싶어진다.
그것은 참으로 인간다운, 로봇은 결코 하지 않는 행위지만. - 194, 안녕의 의식

- 이곳에 신은 없지만, 기도는 할 수 있다. - 447, 보안관의 내일

2023. feb.

#안녕의의식 #미야베미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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