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긴 방 마르틴 베크 시리즈 8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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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아홉살의 마르틴 베크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으나 빈껍데기가 된 기분으로 살아간다. 단지 나이를 먹어서가 아니라 일상이 무기력하기 때문이다. 온갖 사건들에 둘러싸여 결국은 인간에 대한 회의가 생긴게 이유일까? 그러나 새로운 인연이 나타나니 활기가 생긴다. 어쩔수 없는 남녀관계..ㅋ

무책임하고 부적격의 사람들이 사회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이나라 저나라의 문제는 아니지만, 유독 이 에피소드에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에서 밀실 사건을 선보이는데, 범죄 사건에서 밀실트릭은 가장 재미가 없는 소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건 외의의 것들에 더 관심을 기울여 읽게 된다. 마르틴 베크 역시 이 수수께끼에 흥미가 없고 자극이 안된다고 하니 동류의식마저 느껴졌다.

어쨌든 무기력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마르틴 베크라서 다행. 시리즈는 계속되야 하니까.

-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우리에게 범죄가 해결되는 과정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 아름다운 구성과 짜임새와 연출을 가진 이 책들은 우리에게 어떻게 범죄가 발생하는가, 그리고 종종 어떻게 도시와 국가와 사회가 공모자가 되는가를 보여준다. 우리를 현상의 표면 밑으로 데려간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말한다. - 서문 중

- 무장 강도가 빈번해짐에 따라 은행들은 직원들에게 강도가 요구하는 돈을 다 내어줄 것, 그리고 직원들의 목숨이 위험할지도 모르니 공연히 강도질이나 도주를 막으려고 들지 말것을 지시해두었다. 인도적 동기나 고용자들에 대한 배려에서 나온 지시처럼 보이지만 아니었다. 그저 경험의 산물이었다. 누군가 다치거나 살해되면 은행과 보험회사가 배상금을 지불하고 심지어 피해자의 가족을 평생 보조해야 할 가능성이 높았는데 그보다는 강도가 돈을 챙겨서 달아나도록 놓아두는 편이 더 싸게 먹혔다. - 26

- 이것은 너무 진부한 이야기였다. 스톡홀름은 세계 최고의 자살률을 자랑했다. 모두가 이 사실을 이야기하기 꺼렸고, 꼭 얘기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는 다양한 방식으로 조작된 부정한 통계를 끌어와 숨기려 했다. 가장 널리 쓰이는 설명은 가장 단순한 것으로, 다른 나라들이 통계를 워낙 많이 속여서 그렇다는 해명이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정부 관료들조차 감히 이 변명을 입 밖에 내거나 대중 앞에서 하지 못했으니, 국민들이 이제 정치적 설명보다는 스스로 목격한 증거를 더 믿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감지해서일 것이다.
그런 죽음들이 정말 자살이 아니라고 해도, 그러면 사태가 더 당황스러워질 뿐이었다. 그렇다면 명색이 복지국가에 아프고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이 많다는 것, 그들이 누구의 돌봄도 받지 못하고 겨우 개 먹이로 연명하다가 서서히 쇠약해져서 쥐구멍 같은 거처에서 죽어간다는 것을 뜻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니, 이런 이야기는 대중에게 할 수 없었다. 심지어 경찰관들에게도 할 수 없었다. - 52

- 폭력은 반감과 증오뿐 아니라 불안감과 두려움을 낳는다. - 101

- 국세청은 스베르드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었다. 국세청에게 스베르드는 극빈자였으므로, 세무 당국은 식품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라는 명목의 세련된 착취를 행하는 데 만족했다. 이미 사회에서 배제된 불운한 사람들을 상대적으로 더 힘겹게 만드는 세금이었다. - 404

2022. aug.

#잠긴방 #마이셰발 #페르발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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