댈러웨이 부인 열린책들 세계문학 8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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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지 않고 반복되는 자살충동 그리고 우울증.
이런 심리상태로 살아가면서도 찬란한 세계를 경탄의 시선으로 바라 볼 수 있었던 작가, 안타깝고 아이러니하다.

참으로 우아하고 세련된 시점의 이동이지 않는가.
의식의 흐름이라기 보단 카메라의 시선이 흘러가듯 인물 사이를 건너 다니는 구성이 멋지다. 그리고 그 구성을 산만하다 느껴지지 않게 이끌어 내는 능력까지.

클라리사 델러웨이, 삶에 대한 긍정의 자세를 모두 안아 존재하는 사람.

- 아무도 없었다. 그녀의 말은 시들어 떨어졌다. 로켓이 떨어지듯이. 그 불꽃은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가면서 어둠에 굴복하고, 어둠이 내려 집과 탑의 윤곽 위에 쏟아진다. 황량한 언덕들과 윤곽이 부드러워지다가 어둠속에 묻힌다. 그러나 비록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해도, 밤은 그 모든 것으로 충만하다. 빛깔도 없고, 불켜진 창문 하나 보이지 않지만, 사물은 좀 더 육중하게 존재하며, 밝은 대낮에는 드러나지 않는 것을 암암리에 내비친다. 새벽이 가져다 주는 안도를 빼앗긴 채 어둠속에 함께 웅크리고 있는, 거기 어둠 속에 뒤엉켜 있는 사물들의 혼란과 불안을. 새벽이 벽돌을 흰색과 회색으로 씻어내고 유리창 하나하나를 비추며 들판에서부터 안개를 걷어버리고 평화로 이 풀을 뜯는 적갈색 암소들을 보여 줄 때면, 모든 것을 다시금 눈앞에 차려지고, 다시 존재하는 것이다. 나는 혼자다. 나는 혼자야! - 34

- 이런 세상에 자식을 낳을 수는 없었다. 고통을 영속시킬 수도 없고 이 탐욕스러운 짐승들, 지속적인 감정이라고는 없고 변덕과 허영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짐승들의 자손을 늘릴 수도 없었다. - 120

2021. Nov.

#댈러웨이부인 #버지니아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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