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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세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0
잉게보르크 바하만 지음, 차경아 옮김 / 문예출판사 / 1995년 5월
평점 :
존재의 성찰.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는 시점.
타협없이 진실을 추구하는 어린 객기...
전후세대라는 공허한 감수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그러나 현재의 세계에선 너무 많이 거론된 성찰 아닌지.
순수하다... 그래.. 그런 마음도 조금 든다.
- 나, 온갖 무의식적인 반응과 단련된 의지로 이루어진 한 다발의 묶음인 나, 충동과 본능의 부스러기와 역사의 찌꺼기에 의해 걸러지는 나, 한 발을 황햐에 두고 다른 한 발로는 영원한 문명의 중심가를 밟고 있는 나, 도저히 관통할 수 없는 나, 각종 소재가 혼합되어 머리칼처럼 뒤엉켜 풀 수 없는, 그런데도 뒤통수의 일격으로 영원히 소멸되어버릴 수도 있는 나, 침묵으로부터 생성되고 침묵을 강요당하는 나...... 왜 나는 이 한여름 내내 도취 속에서 피소리를 추구해왔던가? 아니면 도취 속에서 승화를 갈구해왔던가. - 21, 삼십세
- ˝편견 - 인종적 편견, 계급적 편견, 종교적 편견, 그 외의 모든 편견 - 은 그것이 교양이나 통찰에 의해 해소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치욕으로서 잔존한다. 부정과 억압을 폐지하고, 모든 혹독함을 완화하고, 상황을 하나하나 개선한다 하더라도, 역시 과거의 치욕은 그대로 남는다. 언어의 존속에 의해 잔존하는 비열함은, 곧 그 언어가 존속하고 있음으로 해서 언제든 다시 가능해지는 것이다.˝
˝새로운 언어 없이는 새로운 세계도 없다˝ - 62, 삼십세
- 도대체 나에 대한, 아니면 그 누구에 대해서든, 진실이란 무엇인가? 그런 경우 진실이란 점을 찍은 듯 지극히 작은 행위의 순간, 지극히 미세한 감정의 자취, 사상의 흐름에서 흘러나오는 사유의 방울들에 대해서만 이야기 될 수 있다. - 227, 빌터무트라는 이름의 사나이
2020. d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