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
이수은 지음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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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는 부분이 많아 무척 재미있고 즐겁게 읽었다.
추천하고 있는 작품들을 대부분 읽어서 인지, 저자의 의견과 내 감상을 비교하는 것도 재밌다.
남이 읽은 책, 그것은, 상대에게 호감이 있을 수록 궁금한 이야기니까.:)

제목 그대로 요즘처럼 말이 안통해서 뭔가 답답하다...라는 기분이 드는 시절에 진심으로 ‘시급한‘ 추천 도서들이다.


- 열여섯 살 소녀는 UN에서 세계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호소하며 울분을 토했다는데, 어째서 나의 울분은 이토록 사사롭고 소소하며 일상적인가. 해결하고 싶은 인생 과제 중 하나가 내 울분의 지독한 개인성이라는 게 진심으로 분하다. - 13

- 필립 로스의 소설에는 낭만적 위안, 인간으로서의 희망, 근거없는 용기가 없다. 생의 무시무시한 실체를 다짜고짜 눈앞에 들이밀어, 누구도 이와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똑똑히 보게 한다. 인간적인 것들의 비극을 보여주는 작가는 많이 있다. 하지만 로스가 특히 더 차갑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시선의 공평사함이 가없이 넓고 깊어서 섣부른 좌절조차 허락지 않기 때문이다. (...) 풋내기의 순진에 자비를 베풀지 않는 인간성의 옹졸함을 가차없는 아이러니로 묘사하기에, 사람들은 필립 로스를 대가라 일컫는다. - 19

- 혁명이란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싶다면 그것을 ‘진보‘라고 불러 보라. 그리고 만약 진보란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싶다면 그것을 ‘내일‘이라고 불러 보라. ‘내일‘은 억제할 수 없게 자신의 일을 하는데, 그 일을 바로 오늘부터 한다. - 31, 레미제라블 중

- 자신의 불행에만 골몰하는 사람은 부도덕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된다. 사회를 이뤄 살아가는 존재인 한, 우리에게는 서로 들키지도 드러내지도 말아야 할 인간성의 그늘이라는 게 있다. - 41

- 그녀의 이름 앞에 종종 붙는 수식어 ‘캐나다 최초의 페미니스트 작가‘는 소설가로서 애트우드의 성취를 저평가하는 나쁜 표현이다. 애트우느는 그냥 최고의 작가 중 한 사람이고, 당신이 남자건 여자건 작가를 꿈꾼다면 애트우드처럼 쓰겠노라 결심해도 좋을 만큼 훌륭한 롤 모델이다. - 108

- 그러니까 ‘밀크맨‘이 진짜로 하려는 이야기는 이것이다. 당신의 정치적 종교적 사상적 관습적 올바름이 곧 당신의 윤리적 올바름의 증거는 아니다. 통념과 상식은 진실과는 무관하다. 유익함은 도덕과 구분되어야 하며,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대의는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 121

- 우리는 모두는 같은 인간 종이지만 서로는 각자 다른 개인이다. 그러니 비범한 에너지를 가진 어떤 사람을 보았다면 세상의 잣대로 왈가왈부하지 말고 내버려 두자. 그러면 그들은 자기 속에서 빙하처럼 차고 자작나무 숲처럼 청량한 공기를 만들어 낼 것이다. 그들 중 누군가, 가령 토카르추크 같은 사람이 노벨상을 받으면, 그가 뿜어내는 상쾌한 날숨은 욕망으로 부글대는 세상의 열기를 식혀 줄 것이다. - 194

2020.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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