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문학과지성 시인선 543
김행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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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독했다. 좋다.:)

- 저마다
더 깊은 밤이 필요했다 - 시인의 말

<우리를 위하여>
그 밤의 언덕에서 개 한마리가 컹, 컹, 짖고 있었다.
그 모습은 우리 모두가 속한 세계로부터 저 홀로 툭 튀어나온 듯 고독하게 보였다.
그 고독이라면 전 세계로부터 한 걸음 뒤로 물러선 당신의 것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 세계에서 우리는 끝없이 긴 한 줄의 문장을 언제나 끝맺으려 하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를 넘지 못하는 국경선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 국경선에서 우리는 우리의 사슬이었다. 우리는 우리를 앞에서 사랑하고 옆에서 의심하고 뒤에서 밟았다.
우리는 우리의 무덤을 팠다. 어느 날 당신이 내디딘 단 한 걸음 때문에
그 한 걸음 때문에 당신은 우리의 대오에서 사라졌다.
그 밤의 어둠 속에서는 뭔가에 씐듯 베테랑 사냥꾼조차도 다 잡은 짐승을 눈앞에서 놓치는 일이 벌어지곤 했다.
그 개처럼 당신은 짖어라.
그 추리닝을 입은 개처럼 당신은 허공과 싸워라. 그 허공이 당신을 남김없이 먹어치우리.
그날이 그날처럼 24시간 흘렀다.
항구적으로 불안은 우리를 위하여 전류처럼 흐른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를 위해 언제나 환하게 불을 켠다.

원래 시 독후감에 전문을 올리지는 않으려고 하는데....
너무 좋아서.. 틈틈히 읽으려고..
너무 좋은 시집입니다.
강력 추천합니다.:)

2020. o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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