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비, 뱀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22
박연준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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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어 다시 태어나는 수 밖에 없다. 무엇으로? ‘하는 수 없이‘, 시인으로. 내가 ‘하는 수 없이‘라고 쓴 이유는, 시인으로 사는 일이 뭐 대단히 좋은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 91

- 그들이 보고 싶다. 책이라곤 한 권도 안 읽는 애들이라 아무도 이 글을 볼 순 없겠지만. 그들은 내가 시인이 되었다 하면 배를 잡고 웃을 것이다. 왜 그런 게 됐어? 물을 것이다. - 100

- 15년 전, 고시원에서 두 달간 산 적이 있다. 그곳에서 베토벤의 <템페스트>를 들었다. 그 때 우는 게 뭔지 알았다. 운다는 건 달린다는 거구나. 없는 말을 타고, 흐느끼며 달리는 거구나. 영혼이 갈라지는 것을 느끼며 신나게 달리는 일이구나. 음악은 시보다 강렬하다. 그건 뒤바뀔 수 없는 선율이며 선고이기 때문이다. 시가 사형선고라면 음악은 사형집행이다. 바꿀 수 없다. - 101

- 한밤중에 듣는 음악은 ‘불안‘을 싣고 달리는 트럭이다. 조심하지 않으면 치일 수 있다. - 102

2019.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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