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밤 되세요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1
노정 지음, 드로잉메리 그림 / 폴앤니나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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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지인의 책이라고 하여 아는사람, 아는 여자 돕기의 일환으로 펀딩에 참여했는데, 결과적으로 무척 재밌다.

달콤한 밤과는 무척 먼 거리에 위치한 이야기로,
남조선사회주의노동자당 출신의 모텔 캐셔를 중심으로 이 사회의 꼴 보기 싫은 지점들을 건조하게 바라보는 이야기.

분홍 일색의 표지 탓에 말랑하고 달콤할 거라 지레짐작한 점이 미안했다. (그래도 그렇지. 너무 분홍이 아닌지. 오해할만 하지 않은지..)

특히 ‘너의 달란트를 사장에게 알리지 말라‘는 챕터는 예비 직장인, 아니 사회생활하는 모두에게 필독시키고 싶다.

- 여자 패는 새끼들은 지옥불에 플라스틱이랑 같이 불태워버려야해요. 아니, 내세까지 갈것도 없어, 넌 이 새끼야, 죽을 때까지 미세플라스틱 먹고 죽은 생선만 먹어, 이 발암물질 같은 새끼야. - 72

- 타자의 죽음을 해석하는 일정한 회로가 있습니다. 누구나 갖고 있어요. 죽음의 영역이지만 죽음에 대한 주석만 달지 않습니다. 삶과 죽음은 샴 쌍둥이처럼 등을 붙인 한몸이라서 그렇습니다. 건강한 사람은 타자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곰삭여서, 무심하게 반복되는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삶의 태세를 놓치지 않아요. n분의 일의 죽음을 인정하고 n분의 일의 삶을 또 살아가는 것이지요. 무심하게, 이 갈리게. - 112

- 이 세상에 어떤 것도 네 목숨보다 귀한 것은 없어. 네 무덤 위에 꽃을 뿌리며 네 몫의 삶을 대신 살아주겠다는 건 남아 있는 자들의 자기위안일 뿐이야. 네가 살지 않는 삶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란다.(...) 아직 애도의 시간이 끝나지 않았다면 잠시 너의 상실에만 집중하렴. 충분히 애도하고, 슬퍼하는 거야. 그리고 다시 살아. 우리 모두 그래도 돼. - 166

- 하다하다 저엉 안되면, 그냥 대충 살아요. 그러면 또 어떤가요. 나는 이제야 그걸 깨달았어요. - 206

2019. o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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