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당한 사람들
토머스 컬리넌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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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맥버니...... 존 맥버니 상병.
만나서 반가워요.
몇 살이니, 어밀리아?
열세 살이에요. 9월이면 열네 살이 돼요.
키스는 해봤을 나이로구나. 사람을 미워할 수 있을 나이이고.
아저씨를 어떻게 미워하겠어요. 잘 알지도 못하는데. - 12

그러니까 잘 알지도 못하는 아저씨를 학교에 들인 것부터 조짐이 좋지 않은 것.
물론 부상당한 병사라는 특수성이 작용했을 것이고, 어밀리아의 수집벽?의 일종으로 도움을 받아 존 맥버니 상병은 여자들 여남은 명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외딴 여학교에 들어선다.

전시라는 상황과 집안의 사정으로 기숙학교로 보내진 한창 나이의 소녀들은 외부에서 온 자신들과는 다른 존재에 대해 넘치는 호기심을 숨기지 않고, 존 상병은 그 상황을 너무나도 능숙하게 이용하게 된다. 마사 판즈워즈는 여성으로서 여느 남성과 견주어도 출중한 능력을 지닌 선생이지만, 그녀 역시 쉽게 존 상병에 대한 경계를 허물고 관심을 기울인다.

곤경에 처한 자로서 타인의 호의와 돌봄에 감사한 마음만 가졌어도 좋았을 것을, 몸이 회복되어가기가 무섭게 호의를 이용하여 학생과 선생들을 홀리는 - 그저 유혹의 정도라면 나았을까? 뭔가 유폐되어 있는 존재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모습이랄까, 은근한 이간질이랄까... - 존의 모습에서 기회주의자의 모습과 남성으로서의 우월감이 내비춰져 영 볼썽사납다...라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존과 학생들, 존과 선생의 지루한 플러팅이 거의 300여 페이지나 계속 되는 점도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다. 플러팅이라고 여겨지는 각각의 대화 안에 남북전쟁, 인종, 권력과 자본에 대한 여러 의미들이 들어있다고는 해도 지루한 것은 이미 지루한 것이다.

그렇지만, 윤리를 져버리게 하는 요인이 존인지, 상황을 용인한 선생인지, 나이브하게 타인에게 끌려다니는 미성숙한 소녀들인지 그것은 선후관계가 불명확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이미 두번의 영화화가 되었고, 큰 상도 받은 것 같지만, 보통은 원작이 주는 더 큰 즐거움을 이 책에서는 그다지 느끼지 못하겠다.

2018.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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