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동산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48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장한 옮김 / 더클래식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양을 읽고 난 후, 벚꽃 동산이다.
의도치 않은 묘한 접점이랄까.

체홉의 벚꽃 동산에는 현실에 무지한 몰락 귀족이 등장한다.
몰락의 날카로운 예감에 스스로 사라져가는 느낌의 사양과는 사뭇 다르다.
현실을 인지하지만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이상한 안도를 하는 벚꽃 동산의 인물들은 오히려 현실적인지도 모르겠다.
다가오는 불행은 겪어 본 일이 없으므로.

갈매기는 덧없는 사랑과 예술, 타협하기 어려운 자질 부족, 자격지심으로 범벅이 된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일본문학에서 러시아 문학으로 이어지는 독서의 공통분모는 벚꽃 동산에서의 계급의 몰락, 갈매기에서는 마지막 선택의 옵셥이 죽음이 되는 것이 흥미로웠다.
시대적 배경과 집필 시기의 차이를 생각해도 ( 약 반세기 정도의 차이 같다) 어쩐지 러시아 상류, 중산층의 인식은 조금 나이브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러시아 고전은 조금 교조적이지 않나 하는 선입관도 조금 영향이 있을 것이다.(그리고 아마도 러시아정교의 토속신앙적인 면모와 관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체홉은 앞으로도 꾸준히 읽어볼 생각인데(시키는 사람이 있는건 아니지만) 이 희곡집이 좋은 발판이 될 것 같다.

+ 사족이지만, 체홉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친 스타니스랍스키에 대해 해설에 등장하는데, 연기 수업의 고전같은 그 스타니슬랍스키가 그렇게나 오래된? 사람이라는게 좀 재밌었다. 그렇다면 교수법으로 스타니슬랍스키를 레퍼런스로 삼는 것은 그리스고전식 연기를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너나, 네 어머니나 너의 외삼촌도 다른 사람들의, 그들의 저택 현관 안으로는 들어오지도 못하는 그런 사람들의 희생을 대가로 살고 있다는 사실조차 전혀 모르는거야. 우리는 최소한 200년은 뒤떨어져 있어. 우리에게는 아직 이렇다 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어. 과거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아직 결정하지 못했어. 우리는 그저 관념적인 넋두리나 읊으면서 인생이 따분하다고 투덜거리거나 보드카를 퍼마시고 있을뿐이지. 지금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과거를 속죄하고 청산해야 해. 그 속죄는 오직 고통을 통해서만, 비상한 노력과 중단 없는 노동에 의해서만 가능하지. 이 점을 알아야 해. 아냐. - 53, 벚꽃 동산

2018.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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