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지식사냥 - 과학.자연 - 1000가지 퀴즈로 만나는 아주 특별한 백과사전
클리브 기포드 외 지음, 박명옥 엮음 / 청림아이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은 다들 자기 아이가 천재인 줄 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어쩌면 내 아이는 옹알이도 이렇게 똑똑하게 하고, 젖을 빨아도 과학적인지 참말로 놀랍다.
물론 아이를 다 키워놓은 엄마들이 들으면 웃는다.
다들 그런 경험이 있으니 말이다.
그러다가 아이가 자라고 어린이집, 유치원에 다니면서 아이의 특성이 조금씩 드러난다.
유난히 말을 잘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매일 뚱하니 앉아서 블록놀이만 하는 아이도 있다.
그리고 엄마들은 자기 아이의 천재성을 조금씩 의심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서 초등학생이 되고 학교에서 시험을 보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깜짝 놀라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하면서 엄마 역시도 성장하는 지도 모른다.


다른 아이들도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 아이는 제 누나와는 달리 영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책을 보느라 밤늦게까지 불을 켜고 앉았다가 스탠드 불빛에 얼굴을 덴 경험까지 있는 누나와 달리 작은 아이는 책을 죽 깔아놓고 기차놀이를 하거나 쌓아놓고 그 위에서 블록놀이를 했다.
스스로를 위로하려는 마음에 남자아이라서 그런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그게 답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나도 알고있다.
그런 아이가 그래도 관심을 갖는 책은 두 가지 종류다.

하나는 경제 서적이다. 엄마인 나는 그런 분야의 책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데 이 녀석은 관심있어 한다. 그림도 별로 없는 줄글책도 곧잘 읽고 그리고 감동을 받는다.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그런 걸 좋아한다.
그리고 또 한 분야는 바로 과학이다.
제 부모가 둘 다 그 쪽 분야엔 영 젬병인데도 이 아이는 과학 분야의 책은 늦게까지 본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많이 접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이 책 <퀴즈 지식 사냥>은 그런 우리 아이의 구미에 딱 맞다.


이 책에서 다루는 분야는 자연과 과학 분야이다.
각종 동물들의 서식 장소와 섭생을 다루고 있는 자연 분야와 우주와 화산과 지진, 그리고 암석과 기후를 다루는 과학 분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의 특징은 다음 페이지에서 다룰 내용이 미리 전 페이지에 퀴즈로 제시되어 있어서 호기심을 유발하고 있으며 책의 내용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첫째, 이 책을 볼 때는 일단은 문제를 먼저 읽어보고 그 답을 아는대로 생각해 본다. 종이에 적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 다음엔 뒷장을 펴고 문제와 관련있는 내용을 찾아서 답을 맞춰 본다. 동그라미 안에 번호가 표시되어 있어서 문제의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어떤 때는 그 동그라미 때문에 답을 너무 쉽게 찾아서 불만이다.
그리고  마지막 책의 맨 뒷장에 그 정답이 제시되어 있다.
각 분야를 시작하는 페이지에 각각의 항목이 미리 제시되어 있어서 관심있는 분야를 찾아서 읽기도 편리하게 구성되어 있다.


한동안은 아이의 퀴즈에 시달리고 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도 있지만,  새롭게 접하는 것들도 있어서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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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에서는 그란데를 사라 - 기업이 절대 알려주지 않는 가격의 비밀
요시모토 요시오 지음, 홍성민 옮김 / 동아일보사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스타벅스에 가면 아줌마인 나는 잠깐 깜짝 놀란다.
집에서 늘 먹는 커피이건만 가격이 생각보단 싸지 않기 때문이다.
요시모토 요시오라면 아마 거래비용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것이다.

 

이 책 <스타벅스에서는 그란데를 사라>는 '기업이 절대 알려주지 않는 가격의 비밀'이란 부제가 붙어있다.
우리가 늘상 소비하는 각종 상품의 가격이 어떻게 책정되고 있는가와 그렇다면 합리적인 소비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하는 의문에 대한 답도 함께 제시한다.
현대사회에서 모든 물건들을 자급자족할 수는  없으므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물건을 소비할 수 밖엔 없다.
그렇다면 이왕이면 저렴한 비용으로 최고의 효과를 얻고 싶은 것이 누구나의 바람일 것이다.
작은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현명한 소비가 있다.
한 사람의 주부로서 나 역시도 많은 물건들을 산다.
대부분은 필요에 의한 것이지만 가끔씩은 생각보다 싸다는 이유로 쓸데없는 것들을 구매하고 처치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이 만든다.
게다가 워낙에 이자율 계산이라든가하는 데 소질이 없어서 생각하기 귀찮아서 대충 쇼핑하는 일도 많다.
이 얼마나 치명적인 약점인지 모른다.
은행의 이자율을 계산하고 세금을 따지고 그리고 각 상점의 물건들을 가격비교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그야말로 입이 벌어지고 존경하고 싶어진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참 좋은 정보를 주었다.
물론 많은 그림과 도표, 그리고 별로 가깝지 않은 비용, 경제, 수요, 이윤등의 용어가 가득 들어있어서 쉽지는 않았지만, 공부하는 기분으로 읽었다.


휴대폰의 요금제가 그리도 다양한 까닭을 알았으며, 가끔씩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으로 휴대폰을 사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는데 그 까닭도 이해하게 되었다.
고가의 텔레비전과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할 시기는 언제인지, 똑같은 물건이라도 얼마쯤 지나면 가격이 떨어질 지를 예측하는 방법도 그림과 함께 실례를 들어서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또 하나, 대형 마트에 가면 싼 물건을 동네 가게에서 비싸게 사는 경우에는 참 많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이 꼭 그리 손해만은 아니라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전체가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똑같은 물건이라도 편의점, 슈퍼마켓, 그리고 마트와 100엔 숍에서 가격이 다른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2장은 아까 언급한 가전제품의 가격이 출시때 보다 낮아지는 이유에 대한 장이다.
3장은 같은 제품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저렴해지는 이유를 DVD 타이틀을 예로 들어서 설명한다.
얼핏 생각하면 2장과 3장이 같은 내용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2장에서는 생산시의 규모의 경제성 때문이고, 3장은 시간차를 통한 가격 차별의 원리이다. 즉 가전제품은 생산시의 초기 투자 비용이 크기 때문에 그 비용을 빼고 난 후에 생산 비용이 절감되는 탓이고, DVD는 비싸도 사는 소비자에게 다 팔고 난 이후에 저렴히 파는 원리이다.
4장은 내가 알고 싶어하던 휴대전화 요금제에 대한 설명이다. 큰 도움이 되었다.
5장은 이 책의 제목 <스타벅스에서는 그란데를 사라>를 설명한다. 바로 거래비용 절약에 관한 비밀이다.
6장은 100엔숍의 저렴한 가격비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인기를 끄는 1000원 가게 다이소가 그 대상이다.
7장은 경제격차가 해소되지 않는 이유, 8장은 일본 자국의 현안 문제로 '어린이 의료비 무료화'가 가져올 현상을 경제학적 측면에서 설명한다.
에필로그에서는 케이스 스터디로 생활 속의 경제문제에 대한 해답을 알려준다.

 

비록 일본의 현실이 그 대상이긴 하지만, 경제 문외한인 나도 참 재밌게 읽고, 현실 생활에 보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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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마다가스카르 - 스물넷의 달콤한 여행 스캔들
Jin 지음 / 시공사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이오시에서 나는 시간을 잊었기 때문이다. 시간은 매초 뚜벅뚜벅 걸어가지만 초침이 움직일 때에 구름이 낮게 깔린 보라색 황혼이라든가 하품을 하는 제부, 쿵푸를 하는 마다가스카르인이 눈에 들어오면, 순간은 영원으로 확장된다. 무엇을 하고 놀지가 가장 고민스럽고, 하루하루가 10분이나 일년처럼 느껴지는 평화로운 나날들이었다.

                                                                            본문 203쪽

 

우리 집에는 아주 큰 세계지도가 있다.
날마다 한 나라씩 정해서 관찰하기도 하고, 때로는 전체적인 윤곽을 보면서 그야말로 '세계를 내 품에 " 안기도 한다.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선원이 납치되었을 때는 소말리아를 중점으로 그 나라의 수도 모가디슈와 선원들이 납치된 장소를 짚어보기도 하고, 미국 소설 <막스 티볼리의 고백>을 읽을 때는 막스와 휴이의 여행길을 따라서 지도 위에서 방황하기도 했다. 이런 습관을 고등학교 때 가졌더라면 전공을 지리로 선택했을 지도 모른다. 진짜 하고싶은 공부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미국은 어찌나 넓고 주이름도 다양한지 아직도 너무나 헷갈린다.
또 하나, 이상하게도  아프리카의 나라 이름들은 어찌 이리 잘 외워지는지 신가하기도 하다.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태어났다더니 회귀본능인가?
아프리카는 사하라를 중심으로 남북으로 나누어서 찾아보면 재미있다.
반듯한 국경선은 식민잔재로 보이기에 참 안쓰럽다.
영어식 나라이름과 불어를 사용한다는 그들의 공용어도 마찬가지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동부 해안의 커다란 섬 "마다가스카르"이다.
대륙에 붙어있어서 섬이지 그 면적은 587,041㎢로 한반도의 2.7배에 달한다.
아이에게
"마다가스카르 알아?'라고 물어보니,
'아, 그 영화?'
라고 대답한다.
아마도 그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다가스카르에 대해서 갖고 있는 관심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 이 책의 지은이 Jin은 그렇지 않았다.
바로 그 곳에 간 것이다.
유명 관광지도 아니고, 무엇을 배우러 간 것도 아니고, 돈을 벌러 간 것도 아니고,
바로 자신을 만나러 간 것인 듯하다.
자기 자신을 만나기 위해서 지구의 반대편으로 날아간 Jin은 거기서 벼룩과 딱시부르스와 도마뱀을 만났다.
그리고 사람들을 만났다.
현지의 친구를 사귀고 그들의 집에서 묵으며 함께 논다.
그 유명하다는 세계 여행 가이드북 <론니 플래닛>에서 하루 둘러보면 그만이라는 이오시에서 Jin은 열흘을 꿈같이 보낸다.
바로 프랑수아와 그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Jin은 그 곳에서 자기 자신의 책을 스스로 다시 쓰고 있었다.
낯설고 치안도 불안하고 입맛도 안 맞고 더운 그 곳에도 사람이 살고 노래하고 사랑한다.
그들과의 행복한 시간 속에서 Jin은 살아가는 방법과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는지도 모른다.
만남과 설렘과 탐색과 아쉬운 이별을 경험하며 미리 인생을 빨리감기로 배웠다.
그녀가 배운 이 살아가기 방법은 그녀의 남은 삶을 결정하는 큰 경험이 될 것이다.


책의 곳곳의 아름다운 사진과 재기 발랄한 그림들은 이 책을 읽는 것을 더욱 즐겁게 한다.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에게는 두 가지 표현이 있다고 한다. "많이 좋아한다'와 "조금 좋아한다".
"싫다"라고 하지 않고 "조금 좋아한다."라고 표현한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
그것은 앞으로 더 좋아할 가능성을 남겨두는 마음의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착한 사람들이 사는 그 곳에 나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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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
이민진 지음, 이옥용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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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국에서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힘들다.
지나친 교육열로 인해서 아이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공부" 뿐이라고 생각한다.
공부를 못하면 왜 속상한가, 엄마아빠에게 미안하기 때문이란다.
결국 아이들은 부모를 위해서 공부하고 부모들은 아이들의 공부를 위해서 죽어라 돈을 번다.
자신이 바라는 일을 하기 위해서, 혹은 인류를 위해서 큰 일을 하려고, 혹은 의미있는 이생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좋은 대학 가서 취직을 해서 부모님을 기쁘게 하는 것이 삶의 목적이자 공부의 이유라니 이 얼마나 기가 찬 일인가.


이런 이유에서든 어떻든 아이들을 밝고 건강하게 키우려는 마음에서나 혹은 글로벌 시대에 유능한 국제인으로 키우려는 마음에서나 주위에서 외국 유학이나 이민이 심심찮게 발생한다.
우리 어릴 때는 미국에만 가면 누구든 잘 산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에만 가면 누구나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헐리우드 배우들을 동네에서 만나고,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하고 박사를 따 가지고 한국에 와서 교수를 하는 건 줄 알았다.
미국은 기회의 나라이니까 말이다.
비록 지금 미국으로 아이를 보내는 부모들은 어떤 생각인지 모르겠으나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것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이젠 알고 있다.
또한 외국에서의 삶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미 60~70년대에 미국에 이민을 간 우리 교포들이 그리 순탄한 삶을 살지만은 않는다는 것 또한 알고있다.
아이를 잘 가르치려는 한국 부모답게 그들은 일요일도 없이 온갖 궂은 일을 하고 아이들에겐 집에서도 영어를 쓰도록 했다.
그래서 자식을 유명한 학교에 보내기도 하고, 의사, 변호사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에게 남겨진 것은 무엇인가. 미국사람 아들딸과 한국사람 부모가 남은 것이다.
그들에 관한 여러가지 가슴아픈 이야기들은 우리도 잘 알고있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것은 텔레비전에서 보도되는 특별한 내용이거나 혹은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주워들은 남얘기일 뿐이었다.
실제 하얀 얼굴의 사람들 틈에서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 지 자세히 알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아마도 고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미국까지 가서 고생했는데, 행복하지 않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은 그들의 솔직한 고백인지도 모른다.
손이 닳도록 일을 해서 자식을 보란듯이 키웠지만, 그 앞에서 약해지기 싫은 보수적인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의 답답한 간섭에서 벗어나고 싶은 똑똑한 딸과의 갈등이 이 소설의 주된 갈등 고리 중의 하나이다.
이민 가정의 내밀한 속내를 엿볼 수 있었다.
또한 백인 위주의 사회에서  그들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려 애쓰는 동양인의 처절한 삶과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갈등 또한 이 소설을 이끄는 주된 고리이다.
가진 것은 똑똑한 머리와 자존심 뿐인 케이시는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집을 나오지만 백인들의 사회에 끼어드는 것이 그리 녹록하지는 않다.
이리저리 충돌하고 실수하고 깨지면서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케이시는 어쩌면 미국 내 한인사회의 한 단면일 것이다.
실제 뉴욕의 세밀한 묘사와 생생한 삶의 현장에 대한 작가의 성실한 서술은 이 소설을 금방 읽게 한다.
궁금했던 이민 가정의 묘사나 그들의 정신적 방황과 인종 차별에 대한 한인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서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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촐라체
박범신 지음 / 푸른숲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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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결국 두 갈래라고, 나는 생각했다. 하나의 길은 경쟁에 가위 눌리면서 자본주의적 소비문화를 허겁지겁 쫓아가는 길일 것이고, 다른 하나의 길은 안락한 일상을 버릴지라도 불멸에의 영성을 따라 이상을 버리지 않고 나아가는 길일 것이었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었다.
                                                     에필로그 327쪽


나는 어느 길을 선택한 것일까.
이 책의 말미에서 나는 그만 미궁에 빠진 듯이 허망했다.
책을 읽는 내내 상민, 영교와 함께 촐라체 북벽을 오르고 그리고 크레바스에 빠져서 죽은 이를 만나면서 부러진 다리를 질질 끌면서 하산을 하던 나는 다 내려와서 더 깊은 베르크슈룬트에 빠진 느낌이다.
아니, 베이스캠프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촐라패스를 넘나들면서 그들을 구해낸 "나"가 바로 이런 느낌일까?
불멸에의 영성을 따라 이상을 버리지 않고 나아가는 길을 선택한 사람은 누구일까?
내 주변엔 그런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다들 자본주의적 소비문화를 따라가느라 가랑이가 찢어지고 다른 사람의 물질적 성취를 부러워하고 욕하느라 속이 곪아터지면서도 우리는 자신만큼은 고결한 그 무엇을 찾노라 말하면서 살아가는 건 아닐까?


이 책 <촐라체>를 다 읽으면, 혹은 그들과 함께 촐라체 북벽을 타 넘으면 어떤 깨달음이 나를 기다릴 줄 알았다면 나는 아직 어리숙한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를 사로잡았던 만년설에의 동경과 단독 등반에의 단촐하고 정갈한  매력이 또 하나의 삶의 '화두'인지도 모른다.
끝없는 눈과 맑고 투명해서 푸르기까지 한 빙하와 오만하기 그지없는 산과 무심한 하늘만이 배경인 이 소설은 그리하여 더욱 청신하고 단아하다.

삶의 모든 것이 자신을 버린다고 느낀 그들은 산으로 간다.
그리고 목숨을 걸고 산에게 자신을 위한 길을 부탁한다. 여기가 삶의 마지막 장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늘 입에 달고 살던 '죽고싶다'는 말이 거짓이었음을 체득하고 삶에의 욕망과 자신이  가야할 길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그리고 이 허망한 세상에서 가졌던 욕심과 의심과 미련이 부질없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나는 이 부질없는 세상에서 어느 길을 선택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달리는 것인지.
그리고 내가 내달리는 그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는 것인지.
내 주위에서 서로 잡아당기며 달려가는 저들은 누구인지.
오늘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더불어 진정 내가 가야할 길은 어디인가도......
이것이 이 책 <촐라체>가, 그리고 히말라야의 촐라체가 나에게 주는 깨달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밤 어쩌면 나도 알피니스트가 된다.
산이라고는 지리산과 금강산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인 나는 오늘도 지리산 세석산장에서 내게 쏟아지던 별들을 그리워하면서 그 별들이 촐라체에서 그가 보던 별빛일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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