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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
이민진 지음, 이옥용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에서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힘들다.
지나친 교육열로 인해서 아이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공부" 뿐이라고 생각한다.
공부를 못하면 왜 속상한가, 엄마아빠에게 미안하기 때문이란다.
결국 아이들은 부모를 위해서 공부하고 부모들은 아이들의 공부를 위해서 죽어라 돈을 번다.
자신이 바라는 일을 하기 위해서, 혹은 인류를 위해서 큰 일을 하려고, 혹은 의미있는 이생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좋은 대학 가서 취직을 해서 부모님을 기쁘게 하는 것이 삶의 목적이자 공부의 이유라니 이 얼마나 기가 찬 일인가.
이런 이유에서든 어떻든 아이들을 밝고 건강하게 키우려는 마음에서나 혹은 글로벌 시대에 유능한 국제인으로 키우려는 마음에서나 주위에서 외국 유학이나 이민이 심심찮게 발생한다.
우리 어릴 때는 미국에만 가면 누구든 잘 산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에만 가면 누구나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헐리우드 배우들을 동네에서 만나고,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하고 박사를 따 가지고 한국에 와서 교수를 하는 건 줄 알았다.
미국은 기회의 나라이니까 말이다.
비록 지금 미국으로 아이를 보내는 부모들은 어떤 생각인지 모르겠으나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것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이젠 알고 있다.
또한 외국에서의 삶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미 60~70년대에 미국에 이민을 간 우리 교포들이 그리 순탄한 삶을 살지만은 않는다는 것 또한 알고있다.
아이를 잘 가르치려는 한국 부모답게 그들은 일요일도 없이 온갖 궂은 일을 하고 아이들에겐 집에서도 영어를 쓰도록 했다.
그래서 자식을 유명한 학교에 보내기도 하고, 의사, 변호사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에게 남겨진 것은 무엇인가. 미국사람 아들딸과 한국사람 부모가 남은 것이다.
그들에 관한 여러가지 가슴아픈 이야기들은 우리도 잘 알고있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것은 텔레비전에서 보도되는 특별한 내용이거나 혹은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주워들은 남얘기일 뿐이었다.
실제 하얀 얼굴의 사람들 틈에서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 지 자세히 알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아마도 고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미국까지 가서 고생했는데, 행복하지 않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은 그들의 솔직한 고백인지도 모른다.
손이 닳도록 일을 해서 자식을 보란듯이 키웠지만, 그 앞에서 약해지기 싫은 보수적인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의 답답한 간섭에서 벗어나고 싶은 똑똑한 딸과의 갈등이 이 소설의 주된 갈등 고리 중의 하나이다.
이민 가정의 내밀한 속내를 엿볼 수 있었다.
또한 백인 위주의 사회에서 그들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려 애쓰는 동양인의 처절한 삶과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갈등 또한 이 소설을 이끄는 주된 고리이다.
가진 것은 똑똑한 머리와 자존심 뿐인 케이시는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집을 나오지만 백인들의 사회에 끼어드는 것이 그리 녹록하지는 않다.
이리저리 충돌하고 실수하고 깨지면서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케이시는 어쩌면 미국 내 한인사회의 한 단면일 것이다.
실제 뉴욕의 세밀한 묘사와 생생한 삶의 현장에 대한 작가의 성실한 서술은 이 소설을 금방 읽게 한다.
궁금했던 이민 가정의 묘사나 그들의 정신적 방황과 인종 차별에 대한 한인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서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