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마다가스카르 - 스물넷의 달콤한 여행 스캔들
Jin 지음 / 시공사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이오시에서 나는 시간을 잊었기 때문이다. 시간은 매초 뚜벅뚜벅 걸어가지만 초침이 움직일 때에 구름이 낮게 깔린 보라색 황혼이라든가 하품을 하는 제부, 쿵푸를 하는 마다가스카르인이 눈에 들어오면, 순간은 영원으로 확장된다. 무엇을 하고 놀지가 가장 고민스럽고, 하루하루가 10분이나 일년처럼 느껴지는 평화로운 나날들이었다.

                                                                            본문 203쪽

 

우리 집에는 아주 큰 세계지도가 있다.
날마다 한 나라씩 정해서 관찰하기도 하고, 때로는 전체적인 윤곽을 보면서 그야말로 '세계를 내 품에 " 안기도 한다.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선원이 납치되었을 때는 소말리아를 중점으로 그 나라의 수도 모가디슈와 선원들이 납치된 장소를 짚어보기도 하고, 미국 소설 <막스 티볼리의 고백>을 읽을 때는 막스와 휴이의 여행길을 따라서 지도 위에서 방황하기도 했다. 이런 습관을 고등학교 때 가졌더라면 전공을 지리로 선택했을 지도 모른다. 진짜 하고싶은 공부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미국은 어찌나 넓고 주이름도 다양한지 아직도 너무나 헷갈린다.
또 하나, 이상하게도  아프리카의 나라 이름들은 어찌 이리 잘 외워지는지 신가하기도 하다.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태어났다더니 회귀본능인가?
아프리카는 사하라를 중심으로 남북으로 나누어서 찾아보면 재미있다.
반듯한 국경선은 식민잔재로 보이기에 참 안쓰럽다.
영어식 나라이름과 불어를 사용한다는 그들의 공용어도 마찬가지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동부 해안의 커다란 섬 "마다가스카르"이다.
대륙에 붙어있어서 섬이지 그 면적은 587,041㎢로 한반도의 2.7배에 달한다.
아이에게
"마다가스카르 알아?'라고 물어보니,
'아, 그 영화?'
라고 대답한다.
아마도 그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다가스카르에 대해서 갖고 있는 관심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 이 책의 지은이 Jin은 그렇지 않았다.
바로 그 곳에 간 것이다.
유명 관광지도 아니고, 무엇을 배우러 간 것도 아니고, 돈을 벌러 간 것도 아니고,
바로 자신을 만나러 간 것인 듯하다.
자기 자신을 만나기 위해서 지구의 반대편으로 날아간 Jin은 거기서 벼룩과 딱시부르스와 도마뱀을 만났다.
그리고 사람들을 만났다.
현지의 친구를 사귀고 그들의 집에서 묵으며 함께 논다.
그 유명하다는 세계 여행 가이드북 <론니 플래닛>에서 하루 둘러보면 그만이라는 이오시에서 Jin은 열흘을 꿈같이 보낸다.
바로 프랑수아와 그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Jin은 그 곳에서 자기 자신의 책을 스스로 다시 쓰고 있었다.
낯설고 치안도 불안하고 입맛도 안 맞고 더운 그 곳에도 사람이 살고 노래하고 사랑한다.
그들과의 행복한 시간 속에서 Jin은 살아가는 방법과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는지도 모른다.
만남과 설렘과 탐색과 아쉬운 이별을 경험하며 미리 인생을 빨리감기로 배웠다.
그녀가 배운 이 살아가기 방법은 그녀의 남은 삶을 결정하는 큰 경험이 될 것이다.


책의 곳곳의 아름다운 사진과 재기 발랄한 그림들은 이 책을 읽는 것을 더욱 즐겁게 한다.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에게는 두 가지 표현이 있다고 한다. "많이 좋아한다'와 "조금 좋아한다".
"싫다"라고 하지 않고 "조금 좋아한다."라고 표현한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
그것은 앞으로 더 좋아할 가능성을 남겨두는 마음의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착한 사람들이 사는 그 곳에 나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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