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없이 떠나는 101일간의 세계 인물 여행 지도 없이 떠나는 101일간의 세계 문화 역사 9
박영수 지음, 노기동 그림 / 풀과바람(영교출판)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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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영국 유학까지 하고 유럽인을 좋은 친구라고까지 생각한 간디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유색인종으로 차별을 받은 이야기는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나온다. 간디는 이 사건을 계기로 정체성을 찾고 남은 일생을 인도의 독립에 바치게 된다.
알고 있는 이야기가 나오는 바람에 흥미로워진 책이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하달 수 있는 인물 101명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대부분의 위인전들은 한 권의 책에 한명의 위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101권의 책을 읽어야하지만, 이 책 <지도 없이 떠나는 101일간의 세계 인물 여행>에서는 간단한 일화와 함께 그들의 인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핵심적으로 들려준다.
책 읽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아이들에겐 권할 만한 이야기 책이다.


또 하나 이 책의 장점은 그 시각이 균형잡힌 데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워싱턴의 벚나무 일화가 사실은 꾸며낸 이야기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 책에서는 그 사실을 언급하면서
"정직이 가장 소중한 가치라는 걸 교훈으로 남기려 없는 사건을 꾸며냈으니 조금 황당하지요?"
                                                               본문 100쪽

라는 표현을 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작가의 군형잡힌 시각을 보았다.
그런 점은 101명의 인물 선정에서도 드러난다.
대부분이 서양 사람 일색일 것이라는 나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전체 4장으로 꾸며진 이 책에서는 1장을 중국과 일본 그리고 아시아에 배정하였다.
그 점도 참 마음에 든다.
총 26명의 아시아 위인 중에는 중국과 일본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그 인물들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닳고닳은 인물이 아니라 신선하고 새로운 인물이 많았다.
관우,  이백, 모택동과 등소평, 오다 노부나가와 노구치 히데요, 그리고 나쓰메 소세키와 데즈카 오사무가 그들이다. 정치가와 학자와 소설가에서 만화가에 이르기까지 그 방면이 다양하다. 또한 인도와 몽골,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베트남의 위대한 인물들을 어린이에게 소개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태국의 람캄행과 말레이시아의 항투아였다.

2장에서는 아메리카에 장을 할애하였다.
그 중에 캐나다와 미국 사람은 10명이다. 워싱턴과 링컨은 빠지지 않았지만, 찰리 채플린이 들어 있어서 좋았다. 멕시코의 이달고 신부와 화가 리베라, 체 게바라와 미스트랄까지 그 인물의 영역은 방대하다.

3장은 유럽의 위인들, 4장은 러시아와 기타라는 이름으로 묶였다.
안데르센부터 처칠, 생텍쥐페리와 로뎅, 그리고 코코샤넬과 모차르트, 페스탈로치와 레닌등 전세계의 위대한 사람들을 급히 만나느라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과학이나 정치, 의학에 큰 기여를 한 인물 뿐 아니라, 위대한 문학가와 화가, 독립 운동가와 디자이너, 만화가와 자선가까지 모든 영역의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의 조명은 이 책의 의도를 잘 전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하기에 충분하다.
군데군데의 가벼운 삽화와 사진을 보듯이 빼어 닮은 인물의 초상들은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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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 슬픔 속에도 기쁨이, 완역특선
진 웹스터 지음, 민병덕 옮김 / 정산미디어(구 문화산업연구소)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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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린 시절 나에겐 소원이 있었다.
세상의 모든 책을 읽는 것이 그 소원이었다.
그만큼 책을 사랑하던 내가 가장 사랑하는 책은 바로 <키다리 아저씨>였다.
이 책이 주는 따뜻함과 다정함은 아마 누구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가장 처음 이 책을 만난 것은 아마도 초등학교 시절이었을 것이다.
삐뚤빼뚤 그려진 삽화가 재미있어서 읽기 시작했던 <키다리 아저씨>는 어느덧 눈깜짝할 사이에 다 읽어버렸다.
사랑스런 주디와 저어비스(내가 읽은 책의 표기) 펜들턴의 급작스런 만남은 참으로 행복한 꿈을 꾸게 했다.
우울한 수요일의 존 그리어 고아원의 나이 먹은 고아, 지루우셔 애벗은 글을 잘 쓴다.
지루우셔는 곧 고아원을 떠나야하지만, 갈 곳이 없다.
그러던 그녀에게 찾아 온 뜻밖의 행운은 고아 소녀 지루우셔를 여대생으로 만든다.
천성이 명랑한 지루우셔는 스스로의 애칭을 주디라고 짓고, 그 익명의 자선가에게 4년 동안 편지를 쓴다.


동화책으로 읽고, 소설책으로 읽고 또 영어 판본으로까지 읽었다.
나의 영어 실력은 영어 소설을 읽을 수준이 아니지만, 이 책의 내용을 거의 다 암기할 정도라서 영어로도 읽을만 했다.

한글로 된 책ㅇ과는 또 다른 신선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책의 곳곳에 소개된 그녀의 깜찍한 성품과 그야말로 여성스런 호기심들, 그리고 그녀의 아름답고 훌륭한 인품은 주디를 가장 사랑스런 소녀로  만들었다.


여러 세기가 지나도 그 감동이 변치않는 것이 명작이라는 나의 견해가 맞다면 이 짧은 소설은 내게는 명작임에 틀림없다.
몇 번을 읽어도 그 설렘과 즐거움이 그대로 전해진다.
그뿐 아니라 늘 다시 읽을 때마다 또 다른 감동이 온다.


책의 곳곳에 '참정권을 가진다면' 이라는 가정이 나온다.
그토록 독립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을 가진 주디는 여성이 참정권을 갖지 못한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은 것이 틀림없다.  진 웹스터의 생각이 곧 그녀의 생각일 것이다.
또한 이번에 읽으면서 더욱 깊이 깨달은 것은 편지의 내용 속에서 점점 성장하는 주디의 인격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어리고 어수룩한 고아 소녀 주디가 총명하고 아름다운 여성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편지의 전편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었다.


이 책을 학생들에게 권하고 싶은 이유는 이 책에 소개된 수 많은 명작들에 대한 언급때문이다.
고전의 중요함을 깨닫지 못하는, 혹은 아직 고전 독서를 시작하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바람직한 안내가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다. 작가가 되려는 주디는 드디어 한가지 깨달음을 얻는다.
진정한 소설은 작가의 진정성이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을 때 작가의 펜은 자유로운 활동을 할 것이다. 
뉴욕의 상류사회이야기를 소설로 썼던 주디는 그 깨달음으로 고아 소녀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잠시나마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으로 참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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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클래식 50
나카가와 유스케 지음, 박시진 옮김 / 삼양미디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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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 세대에는 나같은 사람이 많으리라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을 그다지 풍족하게 혹은 문화적으로 세련되게 지내질 못한 사람들 말이다.
그래서 문화나 예술이라곤 책을 읽는 것 밖엔 모르는 사람들 말이다.


그림이라면 학교 미술 시간에 책이나 사진을 통해서 겨우 몇장 보았다.
마음에 드는 그림이 생기면 그에 관한 책을 읽어서 상식은 풍부했으나, 그 그림을 가슴으로 이해하진 못했다.
피카소의 어떤 그림은  거꾸로 보아도 잘 못 알아볼 정도였다.
나이가 들어서 그림이란 것이 실제로 보고 있을 때 주는 따뜻한 평화 같은 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혹은 격렬한 감정의 표현이 가능하고, 보는 사람도 그 화가의 마음을 이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뒤로 나는 그림을 자주 본다.
나이가 먹어서인지 격한 감정을 내 보이는 강렬한 그림보다는 잔잔한 호수같은 그림이 편안하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텔레비전을 통한 가요나, 우리 때 누구나 듣던 라디오를 통한 올드 팝송은 귀에 익지만 클래식이라면 음악 시간에나 배우는 것이었다.
뭔 이름들도 그리 어려운지 외우는 것은 고사하고 발음도 안 되는 이들도 많았다.
게다가 그들의 훌륭한 작품들은 죄다 이름도 어려운데다가 번호까지 매겨져 있어서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성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외우고 또 외웠다.
음악가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고민과 어떤 마음으로 이 작품을 썼으며 이 작품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무엇인지 보다는 어느 나라 사람인가, 무슨 파에 속하는가, 그의 대표작은 무엇인가, 그는 피아니스트인가 작곡가인가가 더욱 중요했다.
심지어 그 음악을 들어보지도 못했으면서, 혹은 <영웅>과 <합창>을 구별하지도 못하면서 베토벤을 배웠다.
또 음악 감상 시험이라도 있으면 정말 난감했다.
그 긴 음악을 첫 부분이 출제되면 그런대로 버티지만, 중간의 클라이맥스 부분이 나오면 그 때부턴 헷갈린다.
주로 몇 곡을 정해주고 거기서 출제되기 때문에 반복해서 듣지만, 완벽하게 외우더라도 힘든 일이었다.


그러던 내게도 아직도 기억이 나는 음악이라면 브라암스의 <헝가리 무곡>이 있다.
초등학교 때 음악 시간에 수 차례 들었던 음악으로 시험부담이 없을 때라서인지 즐거운 기분으로 춤추는 장면을 상상하던 기억이 난다.
차이코프스키도 고등학교 음악 시험에 출제된 적이 있다. 드보르작도 있었다.
그래도 가장 즐거운 음악은 <헝가리 무곡>이다.


그렇다.
아무리 좋은 곡이라하더라도 듣 사람의 기분에 따라서는 다르게 들린다.
시험 공부를 위해서 들었던 차이코프스키는 이 책 <상식으로 꼭 알아야할 클래식 50 >에서도 상당히 비중있게 다루어졌으나, 내게는 시험 공부일 뿐이다.


이 책 <상식으로 꼭 알아야할 클래식 50 >은 클래식을 어려워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운명>을 비롯한 꼭 들어야할 명곡,  이미 알고 있는 누구나 듣고 있던 명곡들,  가장 어려운 세계인 오페라 명곡,  거장의 명연주로 유명한 곡들, 화려한 협주곡들과,  명곡의 에피소드들이 읽는 순간을 즐겁게한다.
또한 각 장의 끝에는 클래식 세계의 미스터리들이 흥미롭게 제시되어 있다. 슈베르트는 왜 그리 가난했을까? 그 의문의 답이 있는 것이다.

 

그림도 그렇고, 문화유적도 그렇지만, 음악은 특히나 아는 만큼 들린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나니 그 음악의 세계가 더욱 정겹게 느껴진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 아름다운 음악들을 함께 들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토록 자세한 안내를 받고서 따로 음악을 찾아 들어야하다니 좀 허전한 느낌이다.

책에 수록된 음악들만을 담은 CD가 같이 나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저자는 하이라이트만을 골라 듣는 것을 좋지않다고 하니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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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 심리학 A형 - 마음을 움직이는 휴머니스트
스즈키 요시마사 지음, 이윤혜 옮김 / 보누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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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어떤 까닭들일까?
상대의 마음이 어떤 때에 움직이는 지 알 수 있다면 인생의 큰 고민들은 사실 대수롭지 않은 문제들일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요인을 안다거나, 까다로운 내 상사가 어느 때 마음이 약해지는 지 안다면 살아가는데 뭐가 문제이겠는가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가지 심리학들이 인기를 누린다.
그 중에서 가장 확률적으로 통계를 내기 쉬운 방법이 아마 혈액형에 따른 분류일 것이다.
누군가가 내게 혈액형을 물을 때, 농담으로 C형이라고 대답하곤 한다.
분류의 오류에 얽매이고 싶지 않은 작은 반항이라면 너무 확대 해석인 것일까?
같은 혈액형을 가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특성에 매이고 싶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알 수 없는 혹은 맘에 들지 않는 나의 특성들이 혈액형 탓이라고 한다면 은근히 마음이 놓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나는 A형의 혈액형을 갖고 있다.
부모님도 모두 그렇다.
결혼을 하고 보니, 남편도 A형이다.
내 아이들도 A형이다.
알고보니 한국 사람 중에 가장 많은 게 A형이라고 한다.
A형은 소심하고 정이 많고 등등 혈액형에 관한 많은 편견들 중에 나와는 다른 것들도 많다.
어떤 때는 혈액형 검사가 잘못되었나 하는 의심도 했다.
이 책을 읽고 보니, A형도 다 똑같은 것은 아니란다.

A형에도 아홉가지나 되는 스타일이 있다.
여린 마음, 친절 과잉, 완벽주의, 다정다감, 엄격한, 군주, 친근한, 포커페이스, 챔피언 타입이다.
그 중에서 나는 어디에 속할까?
나는 여린 마음 + 다정다감 + 친근한 타입인 듯하다.
음 거기에 완벽주의적인 스타일도 있고하니, 사실 알고보니 그 아홉가지의 모든 스타일이 내 안에 다 있는 것 같다.
나의 혈액형에 관한 이야기이다보니, 실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혈액형의 정체성과 나의 입장에서 바라본 다른 혈액형들은 어떠한지, 다른 혈액형이 바라본 A형은 어떠한 지를 자세히 풀어주고 있다.
A형의 사람이 다른 혈액형과 만났을 때, 어떤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지 그 문제점과 대처법, 결혼 생활에서의 대처법도 좋았다. 특히 가족관계 내에서 자녀와 부모의 혈액형 조합은 자녀를 기르는 입장에서 참 도움이 되었다.
맨 마지막 장에서는 다른 혈액형들과의 사회적 관계를 설명하는 소시오그램을 보여주고 구체적 사례를 든 점이 흥미로웠다.


사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A형의 편견 혹은 진실?" 이라는  파트였다.
각 장에 끝에 짤막하게 붙은 내용이었는데, 평소 혈액형에 대해서 갖고 있는 편견에 대한 전문가의 입장을 들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A형의 매력은 차분하고 호의적이며, 신중하고 섬세하고, 자기 성찰에 강하다. 겸손하고 다정하며,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희생정신이 강하며, 융화를 잘하고, 차분하고 조용한 점이라고 한다.
물론 이 중에서는 나에게서 찾기 어려운 점들도 있다.
하지만, 평소에 갖고 싶었던 장점들이 사실은 나의 내면에 있는가보다.
그것만으로도 자신감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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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이체르 소나타 (반양장) 펭귄클래식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기주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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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책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어떤 책을 골라야할지 갈등하곤  한다.
섬세한 표현과 아름다운 묘사로 감성을 건드리는 감각적인 일본 소설과 스타벅스 커피와 루이비똥을 원하는 여성들의 심리를 노골적으로 다루는 소설, 서양과 동양의 역사와 철학과 문학을 노하는 인문서까지 너무도 다양한 책들 속에서 가끔은 방황을 한다.
서점 가득한 책들과, 컴퓨터에 접속만하면 볼 수 있는 책들의 홍수.
성난 파도처럼 밀려드는 그 안에서 차라리 이전의 궁핍이 그립다면 어불성설일까?
오히려 이 풍요가 나는 공해처럼 느껴진다.


우리 어린 시절에는 책이 흔하지 않았다.
온 동네의 읽을 거리들과 작은 학교 도서관의 책을 다 읽고도 항상 읽을거리에 목말라하던 그 시절.
학교 도서관의 책들은 명작과 고전 일색이었고,
어쩌다가 어른들이 사 주시던 책들도 그랬다.
중학교 1학년 때 이모가 내게 사준 책은 <데미안>과 <마농레스꼬>였다.
기억도 선명한 누르스름한 양장본의 세로줄 글씨.
내용을 제대로 이해도 못하면서 얼마나 닳도록 읽었던지......


요즘 아이들은 책의 폭풍 속에 산다.
읽을거리가 넘치고 흘러서 선택의 고민 속에서 얄팍하고 감각적인 책들, 화려한 책들, 어른의 책들을 선택한다.
빨리 어른이 되고픈 마음에 노골적인 연애소설을 자랑스레 들고다니기도 하는 중학생들을 보면, 웃음도 나오고 걱정스럽기도 하다.
책에 대한 이해와 감상이라는 것이 아무런 기초없이 그저 양만 쌓아놓는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현대문학을 이해하려면 고전이 기초가 되어야함은 당연한 일이다.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 채만식과 김동인을 읽지 않고 어찌 소설을 말할 것인가.
고전이 고전인 것은 시대를 불구하고 그 진정한 가치를 발현하기 때문일 것이다.
세월이 변하더라도 그들이 펼쳐놓은 아름다운 세상과 냉엄한 인간의 갈 길들은  시대를 초월한다.


톨스토이는 누구나 아는 이름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전쟁과 평화, 부활, 최근에는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톨스토이 단편집>이 인기다.
어린이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부터 지금 막 책장을 덮은 <크로이체르 소나타>까지 그가 아우르는 세상은 우리 인간이 경험하는 세상 전부이다.
엄격한 금욕주의자로 알려진 그가 실은 여자 없이는 잠을 못 드는 사람이었다느니, 히는 온갖 소문과 한 열차역에서 객사한 그의 죽음까지도 그야말로 작가스럽다.


이 소설집 <크로이체르소나타>는 4개의 중단편을 싣고 있다.
그 중 가장 이끌리는 소설은 세번 째 작품인 <악마>였다.
오윈의 서문을 먼저 읽다보니 가장 관심이 갔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남자 예브게니는 우연히 한 아낙네를 알게된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남은 삶을 파괴하는 치명적 사랑의 시작이었다.
예브게니의 스테파니다에 대한 감정의 이끌림은 너무도 생생하고 절실하게 묘사되어 읽는 이의 마음까지도 아프게 했다.
소설의 진행은 예브게니의 마음의 움직임처럼 때로는 냉정하게, 때로는 힘겹게 진행된다.
마치 그는 바로 여기서 고뇌에 가득 차 서성이고 있는 듯했다.

소설집의 제목이 된 <크로이체르 소나타>나 <신부 세르게이>에서 보여주는 작가의 사랑에 대한 염세적이고 적나라한 생각들에 온전히 동조할 수는 없더라도  그가 위대한 작가라는 것은 그의 인간에 대한 사랑과 관심에서 충분히 알수 있었다.
<가정의 행복>은 톨스토이의 작품 중 특이하게도 서술자가 여성이어서 좋았다.
그러나, 묘사된 여성의 심리는 작가의 주관적 평가가 강하게 드러나서 그다지 공감이 가지는 않았다.
마샤는 어린 나이에 자신을 도와주던 돌아가신 아버지의 친구와 결혼을 한다. 그에 대한 사랑이 이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것으로 믿는 마샤의 결혼 생활은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 카탸가 나간 후 우리 둘은 침묵했고, 우리의 주변도 온통 고요했다. 오직 종달새 한마리가, 저녁때처럼 간헐적으로 수줍게 지저귀는 게 아니라, 밤 분위기에 어울리도록 침착하고도 차분하게, 뜰 전체에 울리도록 노래했다. 그러자 골짜기 아래 멀리서 또 다른 한 마리가 그날 저녁 처음으로 그 소리에 화답했다. 우리와 가까이 있던 녀석은 마치 잠시 그 소리에 귀 기울이듯이 잠잠해졌다가, 낭랑하게 울려퍼지는 떨리는 음성으로 더 날카롭고 애절하게 노래했다. "
                                                        <가정의 행복> 47-48쪽

이 책을 읽으면서 중학생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감각적이고 세련된 책들에게 지쳐있었던 것일까?
어린 시절처럼 인생의 낭만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맘껏 느끼면서 행복한 독서를 했다.
자연에 대한 찬양과 종달새의 노래에 대한 길고 긴 묘사는 마치 전원으로 나를 이끌듯 청량한 느낌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가장 보수적인 계층은 노년층이고 진보적인 계층은 청년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전혀 옳지 않다. 가장 보수적인 계층은 청년층이다. 젊은이들은 잘 살아보기를 원하지만,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거나 그럴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엣날 사람들의 삶의 양식을 본보기로 삼기 때문이다. "
                                                            <악마> 310쪽

이 얼마나 날카로운 지적인가. 옛 사람들의 지혜를 찬양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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