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아저씨 - 슬픔 속에도 기쁨이, 완역특선
진 웹스터 지음, 민병덕 옮김 / 정산미디어(구 문화산업연구소)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어린 시절 나에겐 소원이 있었다.
세상의 모든 책을 읽는 것이 그 소원이었다.
그만큼 책을 사랑하던 내가 가장 사랑하는 책은 바로 <키다리 아저씨>였다.
이 책이 주는 따뜻함과 다정함은 아마 누구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가장 처음 이 책을 만난 것은 아마도 초등학교 시절이었을 것이다.
삐뚤빼뚤 그려진 삽화가 재미있어서 읽기 시작했던 <키다리 아저씨>는 어느덧 눈깜짝할 사이에 다 읽어버렸다.
사랑스런 주디와 저어비스(내가 읽은 책의 표기) 펜들턴의 급작스런 만남은 참으로 행복한 꿈을 꾸게 했다.
우울한 수요일의 존 그리어 고아원의 나이 먹은 고아, 지루우셔 애벗은 글을 잘 쓴다.
지루우셔는 곧 고아원을 떠나야하지만, 갈 곳이 없다.
그러던 그녀에게 찾아 온 뜻밖의 행운은 고아 소녀 지루우셔를 여대생으로 만든다.
천성이 명랑한 지루우셔는 스스로의 애칭을 주디라고 짓고, 그 익명의 자선가에게 4년 동안 편지를 쓴다.


동화책으로 읽고, 소설책으로 읽고 또 영어 판본으로까지 읽었다.
나의 영어 실력은 영어 소설을 읽을 수준이 아니지만, 이 책의 내용을 거의 다 암기할 정도라서 영어로도 읽을만 했다.

한글로 된 책ㅇ과는 또 다른 신선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책의 곳곳에 소개된 그녀의 깜찍한 성품과 그야말로 여성스런 호기심들, 그리고 그녀의 아름답고 훌륭한 인품은 주디를 가장 사랑스런 소녀로  만들었다.


여러 세기가 지나도 그 감동이 변치않는 것이 명작이라는 나의 견해가 맞다면 이 짧은 소설은 내게는 명작임에 틀림없다.
몇 번을 읽어도 그 설렘과 즐거움이 그대로 전해진다.
그뿐 아니라 늘 다시 읽을 때마다 또 다른 감동이 온다.


책의 곳곳에 '참정권을 가진다면' 이라는 가정이 나온다.
그토록 독립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을 가진 주디는 여성이 참정권을 갖지 못한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은 것이 틀림없다.  진 웹스터의 생각이 곧 그녀의 생각일 것이다.
또한 이번에 읽으면서 더욱 깊이 깨달은 것은 편지의 내용 속에서 점점 성장하는 주디의 인격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어리고 어수룩한 고아 소녀 주디가 총명하고 아름다운 여성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편지의 전편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었다.


이 책을 학생들에게 권하고 싶은 이유는 이 책에 소개된 수 많은 명작들에 대한 언급때문이다.
고전의 중요함을 깨닫지 못하는, 혹은 아직 고전 독서를 시작하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바람직한 안내가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다. 작가가 되려는 주디는 드디어 한가지 깨달음을 얻는다.
진정한 소설은 작가의 진정성이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을 때 작가의 펜은 자유로운 활동을 할 것이다. 
뉴욕의 상류사회이야기를 소설로 썼던 주디는 그 깨달음으로 고아 소녀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잠시나마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으로 참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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