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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클래식 50
나카가와 유스케 지음, 박시진 옮김 / 삼양미디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세대에는 나같은 사람이 많으리라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을 그다지 풍족하게 혹은 문화적으로 세련되게 지내질 못한 사람들 말이다.
그래서 문화나 예술이라곤 책을 읽는 것 밖엔 모르는 사람들 말이다.
그림이라면 학교 미술 시간에 책이나 사진을 통해서 겨우 몇장 보았다.
마음에 드는 그림이 생기면 그에 관한 책을 읽어서 상식은 풍부했으나, 그 그림을 가슴으로 이해하진 못했다.
피카소의 어떤 그림은 거꾸로 보아도 잘 못 알아볼 정도였다.
나이가 들어서 그림이란 것이 실제로 보고 있을 때 주는 따뜻한 평화 같은 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혹은 격렬한 감정의 표현이 가능하고, 보는 사람도 그 화가의 마음을 이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뒤로 나는 그림을 자주 본다.
나이가 먹어서인지 격한 감정을 내 보이는 강렬한 그림보다는 잔잔한 호수같은 그림이 편안하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텔레비전을 통한 가요나, 우리 때 누구나 듣던 라디오를 통한 올드 팝송은 귀에 익지만 클래식이라면 음악 시간에나 배우는 것이었다.
뭔 이름들도 그리 어려운지 외우는 것은 고사하고 발음도 안 되는 이들도 많았다.
게다가 그들의 훌륭한 작품들은 죄다 이름도 어려운데다가 번호까지 매겨져 있어서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성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외우고 또 외웠다.
음악가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고민과 어떤 마음으로 이 작품을 썼으며 이 작품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무엇인지 보다는 어느 나라 사람인가, 무슨 파에 속하는가, 그의 대표작은 무엇인가, 그는 피아니스트인가 작곡가인가가 더욱 중요했다.
심지어 그 음악을 들어보지도 못했으면서, 혹은 <영웅>과 <합창>을 구별하지도 못하면서 베토벤을 배웠다.
또 음악 감상 시험이라도 있으면 정말 난감했다.
그 긴 음악을 첫 부분이 출제되면 그런대로 버티지만, 중간의 클라이맥스 부분이 나오면 그 때부턴 헷갈린다.
주로 몇 곡을 정해주고 거기서 출제되기 때문에 반복해서 듣지만, 완벽하게 외우더라도 힘든 일이었다.
그러던 내게도 아직도 기억이 나는 음악이라면 브라암스의 <헝가리 무곡>이 있다.
초등학교 때 음악 시간에 수 차례 들었던 음악으로 시험부담이 없을 때라서인지 즐거운 기분으로 춤추는 장면을 상상하던 기억이 난다.
차이코프스키도 고등학교 음악 시험에 출제된 적이 있다. 드보르작도 있었다.
그래도 가장 즐거운 음악은 <헝가리 무곡>이다.
그렇다.
아무리 좋은 곡이라하더라도 듣 사람의 기분에 따라서는 다르게 들린다.
시험 공부를 위해서 들었던 차이코프스키는 이 책 <상식으로 꼭 알아야할 클래식 50 >에서도 상당히 비중있게 다루어졌으나, 내게는 시험 공부일 뿐이다.
이 책 <상식으로 꼭 알아야할 클래식 50 >은 클래식을 어려워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운명>을 비롯한 꼭 들어야할 명곡, 이미 알고 있는 누구나 듣고 있던 명곡들, 가장 어려운 세계인 오페라 명곡, 거장의 명연주로 유명한 곡들, 화려한 협주곡들과, 명곡의 에피소드들이 읽는 순간을 즐겁게한다.
또한 각 장의 끝에는 클래식 세계의 미스터리들이 흥미롭게 제시되어 있다. 슈베르트는 왜 그리 가난했을까? 그 의문의 답이 있는 것이다.
그림도 그렇고, 문화유적도 그렇지만, 음악은 특히나 아는 만큼 들린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나니 그 음악의 세계가 더욱 정겹게 느껴진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 아름다운 음악들을 함께 들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토록 자세한 안내를 받고서 따로 음악을 찾아 들어야하다니 좀 허전한 느낌이다.
책에 수록된 음악들만을 담은 CD가 같이 나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저자는 하이라이트만을 골라 듣는 것을 좋지않다고 하니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