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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지나간다
지셴린 지음, 허유영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좋아하는 말 중에 "이것 또한 다 지나가리라." 라는 말이 있다.
한없이 행복하고 기쁜 일이 있는 중에도, 너무나 슬퍼서 당장 내일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중에도 "이것 또한 다 지나가리라." 이 한마디면 마음이 고요히 가라앉곤 한다.
세상의 어느 일이 영원을 기약할 수 있을까.
사랑도 부귀도 명예도 다 스치는 바람같은 것이라는 것을 조금은 깨닫게 된 것은 나이를 조금씩 먹어가면서부터이다.
젊은 나이 때는 나이 든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보수적인 성향과 융통성 없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매너리즘에 빠져서 대충대충 일을 처리하는 모습이라든가 사소한 잘못 정도는 서로 알고도 넘어가 주는 것들에 분개하곤 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인가 나이든 사람들의 말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긴 시간을 살아 온 사람들의 말은 그냥 말이 아닌 지혜였다.
세상의 잣대로 성공한 사람은 아니더라도 그저 나이 먹었다는 것 한 가지만으로도 존경받을 만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깨달음의 시기가 젊고 어린 사람들의 경망스런 행동이나 이기적인 모습들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시기와 일치한 것은 우연일까?
이 책 <다 지나간다>에는 중국의 국보인 지셰린선생의 주옥같은 가르침이 한 가득이다.
긴 세월동안 갖가지 삶의 고초를 겪었지만, 지금은 중국 전체의 스승으로 존경받는 선생은 아흔의 나이다.
긴 삶을 영위하는 동안 아내의 죽음, 사회에서의 내침, 외국에서의 전쟁등을 겪으면서 인생의 격랑을 헤치고 살아 온 학자의 글이니 두말이 필요할까?
욕심을 내지 않고 사는 것, 자신의 맡은 일에 성심을 다하는 것, 친구를 사귐에 배반이 없는 것등이 선생이 긴 삶을 사는 동안 지켜온 원칙으로 보여진다.
선생은 이 책을 네 개의 장으로 나누어 구성했다. 특히 마지막 장에서는 나이 든 사람의 삶의 자세에 대하여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나이들어서 좋은 점, 나이 든 사람의 태도등을 이야기하면서 사회의 어른으로서 바르게 살아가는 방법을 설파한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판단과 총기가 흐려지고 이기적으로 변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오히려 선생은 나이 든 사람들의 본보기가 되려하신 듯 존경스러운 모습이다.
앞의 두 장은 도연명의 시에서 그 제목을 차용했다.
그 시가 이 책의 내용을 대변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적어본다.
"커다란 조화의 물결 속에서
기뻐하지도 두려워하지도 말게나.
끝내야 할 곳에서 끝내버리고
다시는 혼자 깊이 생각 마시게."
- 도연명
"기뻐하지도 두려워하지도 말게나." 라는 시구는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와 상통한다.
사소한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모습, 그것이 살아가는 방법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