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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음을 들어 줘 ㅣ 문학의 즐거움 36
샤론 M. 드레이퍼 지음, 최제니 옮김 / 개암나무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나는 수천 개의 단어에 둘러 싸여 있다. 아니, 어쩌면 수백만 단어쯤일까.
대성당, 마요네즈, 석류.
미시시피 강, 나폴리 사람, 하마.
부드러운, 무서운, 무지갯빛의.
간지럽다, 재채기하다, 바라다, 걱정하다.
단어들은 흩날리는 눈발처럼 언제나 내 주위에 소용돌이치고 있다. 눈송이는 저마다 다르고 부드러웠다. 그리고 내 손바닥에 닿기도 전에 그대로 녹아버렸다.
내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는 단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여러 문장과 구, 서로 연관된 생각의 산들. 기발한 표현들. 농담. 사랑의 노래.”
본문 6쪽
오늘도 누군가에게 나의 의사를 표현한다. 배가 고프다고 말하고, 날씨가 좋으니 잠깐 걷자고도 말한다. 읽은 책의 내용을 이야기하고, 어젯밤의 일들을 나눈다. 이 모든 것이 내겐 너무도 쉬운 일이다. 그러나, 총명하기 짝이 없는 열한 살 소녀 멜로디에게는 정말 꿈과 같은 일이다. 자신의 몸을 마음대로 가눌 수 없고, 흥분하면 팔다리가 제멋대로 흔들린다. 메디토커라는 고마운 기계가 없었더라면 멜로디는 여태껏 자신의 마음을 단 한 마디도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뇌성마비의 장애를 갖고 태어난 멜로디는 수많은 단어들을 알지만, 단 한 마디도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헌신적인 엄마와 바이올렛 아줌마는 그런 멜로디의 내면의 능력을 알고 더욱 발전시키려 노력한다. 책을 듣고,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멜로디는 공부를 한다. 세상의 모든 지식들은 너무도 흥미로워서 단 한 마디도 놓치고 싶지 않다. 초등학교에 다니면서도 늘 특수 선생님들은 해마다 알파벳을 처음부터 가르치신다. 멜로디는 더 많은 지식을 원하지만, 그들은 전학년의 발달 과정을 무시한 채 멍청한 인형을 장식하게도한다.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특수학급의 경우는 비슷하다. 아이들마다 그 특성이 다르고 가르쳐야할 것이 다른데도 인력이 부족하고 가끔은 고민도 없는 경우도 많아, 멜로디처럼 똑똑하지만, 몸이 불편한 아이들은 갈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5학년이 된 멜로디는 일반 학급의 아이들과 함께 공부를 하게 되고 거기서 친절한 친구도 사귀고 공부에 대한 갈증도 어느 정도 해소된다. 그러나 친절한 로즈 역시 멜로디를 동등한 친구가 아닌 장애아로 생각하고, 멜로디가 자기보다 더 좋은 성적을 얻자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멜로디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부담스러워하거나 무시하는데 분노를 느끼고 상처를 받는다. 아무리 어른스럽고 똑똑해서 자신의 장애를 이기려고 노력하지만, 멜로디 역시 다른 아이가 입은 예쁜 청바지와 블라우스를 입고, 머리를 만지고 싶은 열한 살의 소녀일 뿐이었다. 그러나 자신은 스스로의 목소리로 말을 할 수도 없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다정한 손짓도 할 수 없고, 동생에게 위험이 닥쳐도 알려줄 수조차 없다는 생각에 멜로디는 똑똑하고 어른스러운 만큼 괴로워한다. 앞으로도 평생 누군가 밥을 떠먹여줘야 하고, 용변을 해결해 줘야 하는 삶을 살아야한다면 누구나 그런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고통이 닥치고 아이들이 자신을 무시해도 멜로디는 언제나 자신을 믿고 지켜주는 든든한 가족과 바이올렛 아줌마와 도우미 캐서린 언니에게 힘을 얻고 자신을 지켜나가려 애를 쓴다. 멜로디가 사랑하는 아줌마와 언니에게 카드를 주고 싶어 하는 것을 보면서 예전에 받았던 준이의 크리스마스 카드가 생각난다. 언제나 사람들의 이름을 외우던 그 아이, 장동건 저리가라고 할 만큼 잘 생긴 준이가 오늘 참 보고 싶다. 멜로디처럼 준이도 힘차게 살았으면…….
(이 서평은 개암나무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 받아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