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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오류 사전
조병일.이종완.남수진 지음 / 연암서가 / 2010년 2월
평점 :
역사책을 읽을 때마다 가끔씩 떠오르는 의심은 누구나 가져보았을 것이다. ‘과연 이게 다 사실일까?’ 그 시절을 증명할 사람이 아무도 없기에 우리는 책에 쓰인 그대로를 사실이라고 생각해야하지만, 역사라는 게 얼마나 왜곡의 가능성이 많은 지는 중국이나 일본의 역사왜곡 예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에서도 찾을 수 있다. 최소한 역사책을 저술할 만한 여유가 있었던 집단은 권력을 쟁취하는 데 성공한 집단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권력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하여 역사책을 썼다. 같은 사실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보여질 것은 물론이고, 사실을 바꾸는 것도 서슴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사실이 왜곡되어서 전달되는 것도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책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안타깝고 아쉽기 짝이 없다. 내가 알고 믿고 있는 이 사실들이 실은 거짓이라면, 그것도 누군가의 의도에 의한 거짓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세계사 오류 사전>은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알게 모르게 왜곡되어서 전달되거나 은폐된 역사적 사실들을 알고 싶다면 말이다. 책의 머리말에서 지은이는 “오류의 날줄을 엮다보니 거기에서 진실의 씨줄을 발견했다.”(머리말 6쪽)는 말을 한다. 이 책을 지은 의도가 이보다 정확히 표현될 수 있을까?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했다던 갈릴레이는 카톨릭 교회의 위협에도 진리를 발표하려 애쓴 과학자는 아니라고 한다. 심지어 그는 그런 말을 하지도 않았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링컨의 유명한 말은 인용된 것이고 또 우리도 익히 알다시피 링컨은 노예해방론자는 아니었다. 그림 형제의 <일곱 마리 늑대와 새끼 양> 동화는 앞부분이 생략되었다는 사실은 조금 충격적이었다. 실은 먼저 양이 늑대의 새끼들을 괴롭혔다니, 우리가 늑대에 대해서 얼마나 큰 오해를 하고 있었던가 말이다. “치열한 경쟁사회인 자본주의 사회에는 늑대처럼 ‘천성적으로 악한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림형제는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본문 54쪽) 나폴레옹의 운명을 결정지은 러시아 원정의 패배원인은 추위가 아니었으며(오히려 예년보다 더 따뜻했다고 한다.) 나폴레옹은 당시의 사람들에 비해서 키가 작지 않았다. 우리가 그의 키를 잘못 알고 있는 이유는 영국과 옛날 프랑스에서 쓰는 ’피트‘의 단위가 달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장 재미있었던 사실은 스코틀랜드인의 킬트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 옷이 실은 스코틀랜드의 민속의상이 아니라고 한다. 18세기 이전까지 없던 킬트는 영국 사람들이 스코틀랜드 노동자의 의류비를 줄이려고 만든 옷으로 나중에는 ‘잉글랜드인과 다르게 보인다’는 이유로 금하였으나, 잉글랜드의 금지로 인해서 이 킬트는 저항의 상징으로 스코틀랜드에 대유행을 한 것이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오류의 강물을 진실의 바다로 인도하기 위해”(머리말 7쪽) 쓰여진 이 책은 각각의 이야기가 독립되어 있어서 짧은 시간에 조금씩 읽을 수 있으며 다양한 상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