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고백 문학동네 청소년 3
김리리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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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데이트 할 때 뭘 할까?

친구들과 어울려 놀 때 무슨 노래를 부를까?

먹는 음식은 무엇인지, 음식값은 어떻게 나누어 내는지,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 어른들은 가끔 궁금해 한다.

가끔 아이가 놀고 와서 쫑알대기는 하지만, 친구와 통화하면서 웃어제끼는 모습을 볼 때 은근히 서운한 것도 사실이다.

얼마 전만 해도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고, 아무 비밀도 없고 친구와 노는 것보다 집에서 엄마와 뒹구는 것을 더 좋아했는데, 어느 날 방문을 닫고 뭔가를 하는 모습을 감춘다. 뭔가 말로 표현하기는 그렇지만 서운하긴 하다.

그런 우리 엄마들에게 좋은 정보가 있다. 바로 김리리의 소설 <어떤 고백>이다. 총 6편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진 이 책은 우리 아이들이 친구들과 나누는 비밀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고 1인 혁민이는 좋아하는 수지를 친구 근석이에게 소개시켜 주고 마음을 앓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근석이지만 이젠 공부도 잘 하고 키도 커 버린 근석이가 어렵기만 하다. 공부도 못 하고 집안 형편도 별로고 키도 안 크고 고민도 많은데, 근석이 이 자식은 수지를 힘들게까지 한다. 혁민이는 수지를 보호하고 근석이를 혼내주고 싶지만,  능력이 없다. 고 1인 선아는 옷도 안 사 주는 엄마 아빠 밑에서 친구 미나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오늘은 미나의 남자친구인 연예인 지망생 찬이를 선아 남자친구 용하와 같이 만나기로 한 날이다. 예쁜 옷도 많은 미나와 척 보아도 근사한 찬이 앞에서 짝퉁 옷을 입은 용하와 선아는 기가 죽는다. 열 다섯인 보라는 반찬 심부름이 죽어도 싫다. 오늘은 안양까지 엄마 심부름을 가는데, 몰래 좋아하는 안현민이 같은 버스에 탔다.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데, 치한이 괴롭힌다. 그런데 현민이는 보라를 구해줄 생각은 안하고 고개를 피하고 만다. 정말 치사한 자식이 아닐 수 없다. 어린 시절 친구 유리를 힘들게 한 아픈 기억을 잊지 못하는 진아는 어느 한가한 날 환상 속에서 유리를 만난다. 지난 잘못으로 유리에게 지고 있던 마음의 빚을 이제야 인정하고 사죄하는 진아의 마음이 애잔하다. 중학교 1학년인 문순이는 반장인 상욱이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고민이다. 단짝인 희영이에게 남친이 생기는 바람에 가뜩이나 우울한데 상욱이가 그러니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봄이는 착한 도형이와 라희를 갈라 놓은 게 자기의 생각없는 말 때문이라는 생각에 미안하다. 게다가 죄없는 현주까지 자기때문에 상처를 받아서 너무너무 속상하다.

아이들의 세계를 이토록 잘 아는 어른이 있을까? 곁에서 슬쩍 훔쳐보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잘도 포착해서 일러준다. 아이들이 먹는 간식, 부르는 노래, 입는 옷 그리고 머릿 속의 생각들이 고스란히 들나서 속도 보이고 귀엽기 그지 없다. 당사자인 아이들은 죽을 지경으로 힘들겠지만, 어른인 내 눈에는 그저 웃기니...... 얘들아, 세월이 조금만 지나면 지금이 좋았단 것을 알게 될 것이란다. 이 귀염둥이들아~ 니들 때문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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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
프랑수아 베고도 지음, 이승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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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 이집트의 유물 중에 요즘 젊은이들의 버릇없는 행태에 대해서 걱정하는 글이 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젊은애들이 참 문제인가 보다. 우리나라도 교실 붕괴니 뭐니 해서 사회적으로 말들이 많다. 학교에서 교사에게 무례하게 구는 아이들의 문제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특히 현장에서 그런 사실들에 마주칠 때마다 우리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기도 하면서 격세지감과 요즘 아이들의 '싸가지' 없음에 열변을 토하기도 하지만, 늘 뒤에 남는 것은 씁쓸함과 혹시 예전 나의 선생님께서도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신 건 아닌지 하는 불안함이 고개를 쳐드는 것도 사실이다. 예나 지금이나 '요즘 애들'은 싸가지가 없으니 말이다.

 이 소설 <클래스> 역시 그러하다. 파리 19구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전해주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예나 지금이나 뿐 아니라 서양이나 우리나 교실의 모습은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웃음이 나왔다. 특히나 소설의 배경인 파리 19구는 파리의 외곽으로 유색 인종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아이들은 프랑스어를 잘 하지 못하는 이민자의 자녀들이 많아서 기본적인 의사 소통을 어려워하거나 문화적 충돌로 인한 갈등을 겪기도 한다. 그 속에서 아이들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우리의 주인공은 교직을 지겨워하면서도 아이들과의 생활 속에 작은 웃음을 찾는 모습을 보여준다. 싸움을 말리는 교사에게 반말을 하면서 대드는 아이, 교사의 말을 일부러 오해하고 문제를 삼는 아이, 중국에서 이민 온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의 교실에서 늘 만나는 아이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즐겁기까지 했다. 읽으면서 우리나라 학교와의 차이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교장 선생님께 데려가는 모습, 잘못이 중할 경우 퇴학 처분을 내리는 모습, 아이의 생활기록부 기록을 위해 교사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는 모습, 아이들의 규율을 담당하는 교사가 따로 있는 점 등은 참으로 부럽기까지 했다. 모든 것을 일선 교사에게 맡기는 우리나라의 교육 제도와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입으로는 투덜대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보이는 모습은 똑같았다. 아이들의 귀여운 행동에 웃음 짓는 모습, 작은 유머에 왁자하게 퍼지는 웃음들이 오늘 우리를 이 곳에 붙들어두고 있는 것이라는 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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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들이 떴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0
양호문 지음 / 비룡소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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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청소년 도서의 주인공들은 어려운 형편에 조금 반항하다가 스스로 정신을 차리고 뛰어난 두뇌를 활용하여 유수의 대학에 합격하는 이야기로 마무리 되는 경우가 많다. 사회에서 바라는 인간상이 그러하기 때문이고 공부를 잘 해야 사람답다는 사회의 통념이 뿌리가 깊은 것이기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자식이 공부를 잘 하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으쓱거리게 되고, 자식의 성적이 신통치 않으면 자기도 모르게 주눅이 들고 공연히 아이에게 모진 소리도 하게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인생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패배감을 안고 있다. 지금은 전문계라는 점잖은 이름으로 불리지만 실업계 공고에 다니기 때문이다. 자격증을 가진 대부분의 아이들이 취업을 나간 공고 3학년 교실은 텅비어 있고 아이들은 몸을 비틀며 지루한 시간을 때운다. 우리의 주인공 재웅이도 그러하다. 날마다 집에서는 엄마 잔소리와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의 한심한 눈초리에 기가 죽고 주눅이 든다. 그까짓 공부가 뭐라고 하는 생각에 어깃장을 놓기도 하지만, 스스로 부끄러운 생각에 여자 아이들 앞에서 공고 다닌다는 소리를 떳떳이 못 한다.  그런 재웅이에게 기회가 온다. 바로 실습을 나가게 된 것, 그들이 간 곳은 원주의 한 공장이다. 그러나 양대리가 그들을 데려간 곳은 추동리 산골의 철탑 공사 현장이다. 공고 아이들에게 소위 '노가다'를 시키는 것이다. 불만도 많고 틈만 나면 도망을 하고 싶지만, 아이들은 어느 새 마을의 분위기에 빠져들고 심지어 마을을 살리기 위해서 앞장 서게 된다. 더덕 도둑을 잡기 위해서 한밤의 레이스를 펼치기도 하고, 도시와의 직접 판로 개척을 위해서 노력을 한다. 회사와의 불협화음으로 고통스럽지만, 정의의 편에 서게되는 경험으로 긴 여름 구슬땀을 흘리면서 어른이 되어 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하기만 하다.

 아이들이 희망이라는 말이 맞다. 아무리 꼴통에 골초에 돌대가리라도 스스로 할 수 있는 마음이 움직인다면 옹골찬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이 소설은 우리에게 이야기 한다. 어른이 할 일은 그 움직임의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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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의 지붕
마보드 세라지 지음, 민승남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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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지금까지 참으로 무식했다. 이란 사람들이 아랍인인 줄 알았다. 그들의 종교가 이슬람이고 지정학적 위치도 그렇고 해서 더 생각할 것도 없었다. 게다가 구별은 못하지만 다들 부리부리한 눈에 덥수룩한 수염에 흰 터번에...... 그러니 그럴 법도 하지 않은가 말이다. 그런데, 이 책 <테헤란의 지붕>을 보니 아니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 이란인의 직접적인 조상은 인도-유럽어족의 한 갈래인 아리아인이다. 이들이 고원에 들어온 것은 기원전 2500년 쯤으로 추정된다. 중앙아시아 초원에 살던 아리아인들은 기원전 4000년~3000년 무렵에 이동해서 일부는 유럽에 들어가 게르만, 슬라브, 라틴의 원조가 되었고 일부는 남쪽의 고원에 정착해 이란인이 되었다. 더 밑으로, 더 남쪽으로 내려간 사람들은 인도에 진출해 원주민이던 드라비다인들을 제치고 현재의 인도인들의 조상이 됐다.- 위키 백과 사전http://ko.wikipedia.org/wiki "   그러니 태생부터가 아랍인과는 다른 것이다. 그들은 나라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이란의 정식 명칭은 '이란이슬람공화국'이다) 이슬람을 믿는다. 소설의 내용도 내내 신에 대한 찬미와 신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지난 번 아프카니스탄을 다룬 소설과는 다르게 훨씬 자유롭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집안에서의 생활도 남녀의 차별을 느끼기에 어려웠고 - 오히려 아내의 목소리가 더 크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 남녀 간의 사랑도 외출도 훨씬 자유로웠다.

 시대적 배경은 1973년과 1974년 이란의 수도 테헤란이다. 시작부터 정신병원과 아름다운 테헤란의 골목이 중첩되어 내용이 우울할 것이라는 조짐이 보였다. 당시는 팔라비 왕조가 집권하던 시기로 왕에 대한 반발은 곧 죽음이었다. 미국의 영향으로 그들에게는 비밀경찰 사비크가 있었는데, 그들은 반정부 세력을 감시히고 고문하고 괴롭히는 등 우리와도 낯설지 않은 활동을 보여주었다. 정치적으로 불안하고 민중들의 불만이 팽배하던 시절, 주인공 파샤는 옆집의 아름다운 자리를 사랑하는 마음에 스스로 괴로웠다. 절친한 아메드와 더운 밤을 지붕에서 지내면서 그들은 우울하지만 행복한 시절을 보냈다. 아이들과 축구를 하고 선생님께 야단을 맞고 부모님의 사랑을 받는 그들의 행복한 세월은 파샤의 정신적 지주인 닥터가 체포되면서 끝장이 난다. 파샤는 그의 체포에 원치않는 일익을 담당한 괴로움에 고통스러워하고 왕과 정부와 사비크에 대한 미움이 고조된다. 그러던 중 사랑하는 자리는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파샤는 정신병원에서 깨어난다.

 무더운 테헤란의 아름다운 밤, 아메드와 나누는 깊은 우정과 부모와 이웃간의 깊은 우애, 그리고 아름다운 사랑은 이 소설의 매력을 한층 더 한다. 불안한 정국과 닫힌 사회에서 극심한 사춘기를 겪는 파샤의 아름다운 성장기는 어찌보면 무엇하나 부족할 것 없는 이 곳에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공부가 싫고 부모와 세상이 싫은 우리의 아들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 산다는 건 사막에서 길을 잃는 것과 같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안내자라곤 하늘의 별들밖에 없는 사막에서 "

                            - 본문 4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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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사람들
아리안 부아 지음, 정기헌 옮김 / 다른세상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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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읽었던 (보았던?) 만화에 자살을 원하는 남자가 나왔다. 그는 인터넷 자살 사이트에서 함께 떠날 사람을 만난다. 그들은 한적한 바다를 향해 가면서 이야기를 한다. 남겨두고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커피'라는데 웃음이 나왔다. 가끔 젊은이가 목숨을 버린 기사를 볼 때, 혹은 청소년들이 성적비관으로, 친구관계 비관으로 자살을 시도한 이야기를 들을 때 제 방에서 곤히 자고 있는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이 문제는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누군가의 자살 소식을 접할 때, 우리는 대부분 그가 왜 죽었을까? 얼마나 힘들었길래 죽음을 선택했을까? 의문을 가지지만 그의 죽음으로 남겨진 가족들이 느낄 마음의 황폐함과 충격까지 배려하지는 못한다. 죽은 사람에게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속담대로 산 사람은 살아야하거늘 가족의 자살을 경험한 사람들은 그의 자살에 대한 죄책감으로 일상을 영위하기가 힘들다.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후회와 혹시나 자살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죄책감으로 죽지 못한 자신을 비관하는 모습이 이 소설 <남겨진 사람들>에 낱낱이 나온다. 스무 살 드니는 어느 겨울 아침, 자기방에서 창 밖으로 몸을 날린다. 성공한 프랑스의 중년인 피에르와 로라 부부는 그 충격으로 지금까지 쌓아 온 인생이 산산조각이 나는 충격을 맞는다. 드니와 깊은 우애를 나눈 누나 디안과 어린 동생 알렉상드르 역시 세계가 뒤바뀌고 자신들에게 다가 온 충격을 감당하지 못한다.

  이 소설에서는 드니의 죽음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깊이 다루어져 있지 않다.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피에르와 로라의 남은 삶과 디안의 방황과 알렉상드르의 충격으로 이어지는 남루한 일상들이 마치 뉴스를 전달하듯 객관적으로 담담히 그려질 뿐이다. 절제된 감정의 표현이 오히려 더 깊은 슬픔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이다. 그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이 생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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