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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사람들
아리안 부아 지음, 정기헌 옮김 / 다른세상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읽었던 (보았던?) 만화에 자살을 원하는 남자가 나왔다. 그는 인터넷 자살 사이트에서 함께 떠날 사람을 만난다. 그들은 한적한 바다를 향해 가면서 이야기를 한다. 남겨두고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커피'라는데 웃음이 나왔다. 가끔 젊은이가 목숨을 버린 기사를 볼 때, 혹은 청소년들이 성적비관으로, 친구관계 비관으로 자살을 시도한 이야기를 들을 때 제 방에서 곤히 자고 있는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이 문제는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누군가의 자살 소식을 접할 때, 우리는 대부분 그가 왜 죽었을까? 얼마나 힘들었길래 죽음을 선택했을까? 의문을 가지지만 그의 죽음으로 남겨진 가족들이 느낄 마음의 황폐함과 충격까지 배려하지는 못한다. 죽은 사람에게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속담대로 산 사람은 살아야하거늘 가족의 자살을 경험한 사람들은 그의 자살에 대한 죄책감으로 일상을 영위하기가 힘들다.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후회와 혹시나 자살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죄책감으로 죽지 못한 자신을 비관하는 모습이 이 소설 <남겨진 사람들>에 낱낱이 나온다. 스무 살 드니는 어느 겨울 아침, 자기방에서 창 밖으로 몸을 날린다. 성공한 프랑스의 중년인 피에르와 로라 부부는 그 충격으로 지금까지 쌓아 온 인생이 산산조각이 나는 충격을 맞는다. 드니와 깊은 우애를 나눈 누나 디안과 어린 동생 알렉상드르 역시 세계가 뒤바뀌고 자신들에게 다가 온 충격을 감당하지 못한다.
이 소설에서는 드니의 죽음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깊이 다루어져 있지 않다.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피에르와 로라의 남은 삶과 디안의 방황과 알렉상드르의 충격으로 이어지는 남루한 일상들이 마치 뉴스를 전달하듯 객관적으로 담담히 그려질 뿐이다. 절제된 감정의 표현이 오히려 더 깊은 슬픔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이다. 그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이 생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