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청소년 도서의 주인공들은 어려운 형편에 조금 반항하다가 스스로 정신을 차리고 뛰어난 두뇌를 활용하여 유수의 대학에 합격하는 이야기로 마무리 되는 경우가 많다. 사회에서 바라는 인간상이 그러하기 때문이고 공부를 잘 해야 사람답다는 사회의 통념이 뿌리가 깊은 것이기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자식이 공부를 잘 하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으쓱거리게 되고, 자식의 성적이 신통치 않으면 자기도 모르게 주눅이 들고 공연히 아이에게 모진 소리도 하게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인생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패배감을 안고 있다. 지금은 전문계라는 점잖은 이름으로 불리지만 실업계 공고에 다니기 때문이다. 자격증을 가진 대부분의 아이들이 취업을 나간 공고 3학년 교실은 텅비어 있고 아이들은 몸을 비틀며 지루한 시간을 때운다. 우리의 주인공 재웅이도 그러하다. 날마다 집에서는 엄마 잔소리와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의 한심한 눈초리에 기가 죽고 주눅이 든다. 그까짓 공부가 뭐라고 하는 생각에 어깃장을 놓기도 하지만, 스스로 부끄러운 생각에 여자 아이들 앞에서 공고 다닌다는 소리를 떳떳이 못 한다. 그런 재웅이에게 기회가 온다. 바로 실습을 나가게 된 것, 그들이 간 곳은 원주의 한 공장이다. 그러나 양대리가 그들을 데려간 곳은 추동리 산골의 철탑 공사 현장이다. 공고 아이들에게 소위 '노가다'를 시키는 것이다. 불만도 많고 틈만 나면 도망을 하고 싶지만, 아이들은 어느 새 마을의 분위기에 빠져들고 심지어 마을을 살리기 위해서 앞장 서게 된다. 더덕 도둑을 잡기 위해서 한밤의 레이스를 펼치기도 하고, 도시와의 직접 판로 개척을 위해서 노력을 한다. 회사와의 불협화음으로 고통스럽지만, 정의의 편에 서게되는 경험으로 긴 여름 구슬땀을 흘리면서 어른이 되어 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하기만 하다. 아이들이 희망이라는 말이 맞다. 아무리 꼴통에 골초에 돌대가리라도 스스로 할 수 있는 마음이 움직인다면 옹골찬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이 소설은 우리에게 이야기 한다. 어른이 할 일은 그 움직임의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