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해도 될까요?
제임스 패터슨.가브리엘 샤보네트 지음, 조동섭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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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햇살 아래, 달콤한 선디아이스크림과 여러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친구가 있다면 더 무엇을 바랄까?

어린 시절 누구나 마음의 친구가 있단다. 이 소설은 그 상상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외롭고 힘든 시기를 보내는 어린 친구 제인에게는 늘 의지할 친구 마이클이 있다. 완벽하게 아름답고 능력있는 엄마는 너무 바빠서 제인을 돌아볼 틈이 없다. 엄마와 이혼한 아빠는 얼굴 보기도 힘들다.  그런 상황은 어린 제인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시기였지만, 무슨 말이든 할 수 있고 제인의 마음을 다 알아주는 소중한 마이클이 있기에 제인은 늘 든든하다. 그런데 마이클은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친구다. 그 소중한 마이클은 제인의 우울한 아홉살 생일날 떠나야한다고 말한다. "내가 떠나고 나면, 넌 나를 기억도 못할 거야. 상상의 친구를 기억하는 아이는 없으니까. 혹 네가 나를 떠올린다고 해도 마치 꿈처럼 아련하게 느껴질 거야."(본문 41쪽)라는 말을 남기도 떠난 마이클을 그러나 제인은 영 잊지 못한다. 어느덧 세월이 많이 흐르고 어른이 된 제인은 자신과 마이클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제작해 성공을 거두지만, 잘 생기고 비열한 애인과 모든 일에 간섭하는 엄마에게서 독립하지 못한 채 우울하고 짜증나는  삶을 살고 있다. 한편 마이클은 한 가지 임무를 마치고 뉴욕으로 돌아와 다음 일을 기다리며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우연히 거리에서 제인을 본 마이클은 결코 행복하지 않은 제인의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

 

"사랑하는 사람은 절대 헤어지지 않아."

이 소설에서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이것이다. 힘겹고 외롭기만한 이 세상이 우리에게 가치가 있는 것은 우리에게 사랑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비록 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져있더라도 그들이 운명의 끈으로 연결된 것이 확실하다면 작은 이별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을 지도 모른다. 사랑한다면 그들 마이클과 제인처럼 언젠가는 꼭 만나고 또 헤어지지 않을테니 말이다. 우리가 진정 두려워해야할 것은 헤어짐이 아니라 서로에게 익숙해짐이 아닐까? 그 익숙함을 당연히 생각하는 것, 그 사람의 소중함을 잃는 것을 더욱 두려워해야할 지도 모른다.

 

달콤하고 행복한 이 소설은 그 분홍빛 표지만큼이나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아이스크림을 앞에 두고 밝게 웃을 그들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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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라의 재
프랭크 매코트 지음, 김루시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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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난 지금 마음이 너무 아프다.
 어린 프랭키와 말라키, 그리고 마이클과 알피. 또 유진과 올리버, 마거릿. 이 아이들의 고통스런 시절을 그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을까? 늘 주린 배와 차갑고 냄새가 나는 방, 낡은 코트를 둘러쓰고도 춥기만한 침대와 발가락이 나오는 양말과 타이어로 땜질한 신발을 하고 프랭키는 하루하루를 버틴다. 나아질 희망이 없는 아일랜드 리머릭의 뒷골목 거리에서 프랭키와 동생들은 추위와 굶주림과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어쩌다 빵이 넉넉한 날은 행복하다. 지난 일주일간 나는 이 아이들과 함께 배를 곯고 추위에 떨었으며, 프랭키가 분이 오른 감자라도 한 알 먹은 날이면 나 또한 기쁘고 행복했다.

 아일랜드를 위해서 목숨을 바쳤던 아빠는 그 일로 북아일랜드를 떠나 미국으로 갔고, 거기에서 엄마 안젤라를 만났다. 프랭키를 품은 안젤라는 결혼하고 싶지는 않았으나 역시 결혼을 원하지 않았던 말라키와 결혼한다. 그리고 연이어 프랭키의 동생들이 태어났으나 말라키는 알콜 중독으로 3주 이상 집에 돈을 가져오지 못했다. 말라키는 아이들을 끔찍이 사랑했으나 그 사랑과 술은 별개의 문제였던 모양이다. 끝없는 가난과 시달리면서 귀여운 딸아이 마거릿은 태어난 지 몇 주만에  죽고 만다. 실의에 빠진 채 넋을 놓은 안젤라와 그 가족은 아일랜드로 돌아오지만, 미국보다 더 가난한 그들은 이들을 반기지 못한다. 결국 그들은 아일랜드 자유주인 안젤라의 고향 리머릭으로 찾아가지만 그 곳에서도 미국에서의 일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쌍둥이 올리버와 유진조차도 목숨을 잃는다.

  지독한 가난으로 구걸과 도둑질까지도 불사하면서 아들들을 지켜내려는 안젤라의 노력은 프랭키에게 직업을 얻을 수 있는 나이까지 자라게 한다. 유달리 똑똑해서 상급학교 진학을 권유받았던 프랭키. 안젤라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그 아이를 훌륭하게 가르치고 싶었지만, 교회와 학교는 가난한 그들을 거부한다.

 읽으면서 더욱 가슴 아팠던 것은 이 책이 논픽션이라는 점이었다. 이 책을 쓴 프랭크 매코트가 어린 시절 직접 겪은 일이라기에는 너무도 처참하니 말이다. 그 와중에도 이웃에게 작은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 가난한 여자 거지와 아이를 집으로 데려와 난로라도 쬐게 하던 안젤라와 길 잃고 병든 노인과 동물을 사랑하던 그 가족의 모습이 따뜻하다. 갈아입을 옷이 없어서 죽은 할머니의 옷을 입은 프랭크에게 처음으로 옷을 사준 애기 이모와 첫 맥주를 사 주던 이모부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더 이상 세상의 어느 누구도 굶지 않는 그런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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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둑 1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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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말을 거는 이는 놀랍게도 죽음의 신이다. 그는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스러져가는 사람들의 영혼을 가벼이 들어서 영원으로 가는 컨베이어 벨트에 싣는 일을 한다. 죽음의 신은 강렬한 인상을 준 소녀 리젤을 세 번 만난다. 눈이 내리는 철로가에서, 비행기가 추락한 숲에서, 온 거리가 폭격에 불탄 자리에서.
 죽음의 신은 어느 날 한 소년을 만나러 간다. 바로 리젤의 동생 베르너.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뮌헨으로 향하는 기차에 있던 베르너는 병과 굶주림에 지쳐서 죽고 만다. 긴 기차길 옆에서 그들은 베르너를 묻고, 리젤은 한 권의 책을 줍는다. <무덤 파는 사람을 위한 안내서>이다. 아직 글을 읽을 줄 모르던 리젤은 양부모의 손에 맡겨진 후에도 그 책을 침대 밑에 넣고 쓰다듬는다.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양아버지 한스 후버만은  어린 리젤이 받은 마음의 상처를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한스는 리젤의 강렬한 소망이 글을 읽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글을 읽도록 가르치기로 한다. 한창 전쟁 중인 독일의 중심 도시 뮌헨에서 히틀러의 당에 가입하지 않은 한스가 어떤 사람일지 우리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은 함께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세상을 읽는다. 갈 수 록 여려워지는 그들의 생활 속에 나타난 한 사람이 있었다. 어둠을 틈타 들어온 그는 유태인 막스다. 오래 전 전쟁 중에 한스의 목숨을 구해 준 아코디언을 연주하던 그 유태인 에릭 판덴부르크의 아들 막스가 최후의 숨을 구걸하러 그를 찾아왔다. 아니, 한스가 그를 불렀다. 얕은 지하실에 그의 처소를 마련하고 리젤과 한스와 욕쟁이 로자는 숨을 죽이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먹을 것이 없어서 늘 죽을 먹고 춥기만한 지하실에 있는 막스를 걱정하면서 보내는 시간들. 그러면서도 그들의 하루는 사랑으로 가득하다. 이웃집 소년 루디와 축구를 하고, 시장 부인의 서재를 드나들면서 한 권씩 책을 모으고 사랑하는 리젤은 막스에게 무한한 사랑을 보인다.

 그 때 리젤이 들고 있던 작은 책들이 그 어두운 힘멜 거리를 밝히는 등불이었다는 것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어둠은 우리를 잡아 먹으려고 들이 댈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늘 그 작은 등불이 있기에 그 어둠을 헤치고 나아갈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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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학 - 미국인도 모르는 미국 이야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박상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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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덮으면서 말할 수 없는 아쉬움을 느꼈다. 책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어쩐지 빌 아저씨와는 당분간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아쉬움이었다. 빌 브라이슨의 여러가지 여행기를 다 섭렵하고 이 책이 그 마지막이었다. 이제 무슨 과학 뭐라나 하는 책과 숲 이야기가 남았다는데, 그 쪽으로는 영 취미가 없는 나는 언제쯤 다시 빌 아저씨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지 사실 기약이 없다.

 청년 시절에 고국인 미국을 떠나 긴 시간을 영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 온  그는(영국 사람들은 그의 행동들을 미국적이라고 생각했다.) 20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 미국으로 돌아온다. 오랜 만에 돌아 온 미국은 예전 그가 살던 나라가 아니었다. 많은 것들이 변하고 또 그가 변해서 도무지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것이다. 이런 그를 미국 사람들은 영국적이라고 생각했다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이제 그의 눈에 보이는 이상하고도 기괴한 미국적 특성들을 정작 미국인들은 못 느낀다. 양쪽의 나라에서 거의 비슷한 시간을 보낸 사람만 볼 수있는 이상한 점들을 빌 브라이슨은 유쾌하고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다. 그의 촌철살인의 표현들을 즐기다 보면 재미있는 친구와 신나게 수다 한 판 떨고난 듯 개운하기까지 하다.

 생각보다 꽉 막혀서 잘못된 규칙이라도 지키지 못 해 안달이고, 무엇이든 사라고 난리다. 그러나 그가 지금 사는 교외의 작은 동네에서는 이웃 사람들이 그를 도와주지 못해서 안달이고 모든 공무원과 회계사와 가게 종업원들은 그들에게 좋은 하루를 보내라는 친절한 인사를 한다.

 거침없는 내뱉는 그의 비꼬는 언사가 단지 흉을 보기 위해서 아님을 알기에 그가 더욱 사랑스럽다. 아직 읽지 못한 채 눈치만 보고 있는 그의 다른 책들을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관심이 없는 분야이긴 하지만 빌 브라이슨과 함께라면 재미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그 책들을 읽으며 새로운 지식의 지평을 찾는 동안 빌 아저씨가 또 다른 재미난 책을 써 주길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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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홀릭 -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스타일의 모든 것!
서정은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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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일이라는 말이 어느 새 멋쟁이를 지칭하는 말이 되었다. 의상 뿐 아니라 먹는 것, 말하는 것, 사는 집  심지어 여행까지도 '스타일 있게' 혹은 '엣지 있게'라는 표현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또는 '힙'하다든가 '핫'하다든가 하는 표현도 많이 사용한다.

  이 책 역시도 그러하다. 패션스타일리스트 프리랜서라는 지은이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삶의 여유를 누리며, 인생의 즐거움을 아는 싱글의 삶을 살기 위하여 스타일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에게 '스타일리시'란 " 자신에 대해 알고, 자신의 장점을 표현할 줄 알며, 긍정적인 이미지를 연출하고, 의식주 모든 면에서 균형 잡힌 멋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스타일리시함은 나이와 비례한다고 한다. 지은이는 스타일과 패션을 먼저 든다. 쇼핑가이드, 나에게 맞는 스타일 찾기, 패션쇼등 자기의 경험(그러나 일반인에게는 너무나 먼)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어드바이스를 하고자 한다. 다음 장에서는 '셀프서비스'라는 제목으로 와인과 일본술과 쇠고기과 브런치와 홈파티를 소개하면서 쉽게 만드는 파스타도 소개한다. 그러나 어쩐지 "나도 요리할 줄 알아요."식의 어설픔이 묻어나는 것은 사실이었다.자기만의 공간 꾸미기에서 지인들의 집꾸밈을 소개하기도 하고, 반짝이는 건강한 몸 가꾸기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건강에서 오는 것임을 역설한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한 여행과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한 노하우 등을 안내한다. 스스로를 사랑하고 건강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명력 넘치는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지은이의 시각이 싱글의 윤택한 삶을 위한 지침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특별한 테마가 없이 이것저것 들고 있는 제재들이 부담스럽다. 마치 잡지의 "나, 이렇게 살아요." 코너를 보는 것 같았다고나할까? 특별한 전문성보다는 다양함에 주력한 듯 보이는 구성과 온 책에 가득한 외국어의 난무('바잉, 시크'등), 결혼한 여자에 대한 터무니 없는 차별적 시각과 빈부의 격차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내용등은 좀 불편한 것은 사실이었다. 어딘지 생활이 묻어나지 않는 잡지의 화보와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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