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라의 재
프랭크 매코트 지음, 김루시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읽고 난 지금 마음이 너무 아프다.
 어린 프랭키와 말라키, 그리고 마이클과 알피. 또 유진과 올리버, 마거릿. 이 아이들의 고통스런 시절을 그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을까? 늘 주린 배와 차갑고 냄새가 나는 방, 낡은 코트를 둘러쓰고도 춥기만한 침대와 발가락이 나오는 양말과 타이어로 땜질한 신발을 하고 프랭키는 하루하루를 버틴다. 나아질 희망이 없는 아일랜드 리머릭의 뒷골목 거리에서 프랭키와 동생들은 추위와 굶주림과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어쩌다 빵이 넉넉한 날은 행복하다. 지난 일주일간 나는 이 아이들과 함께 배를 곯고 추위에 떨었으며, 프랭키가 분이 오른 감자라도 한 알 먹은 날이면 나 또한 기쁘고 행복했다.

 아일랜드를 위해서 목숨을 바쳤던 아빠는 그 일로 북아일랜드를 떠나 미국으로 갔고, 거기에서 엄마 안젤라를 만났다. 프랭키를 품은 안젤라는 결혼하고 싶지는 않았으나 역시 결혼을 원하지 않았던 말라키와 결혼한다. 그리고 연이어 프랭키의 동생들이 태어났으나 말라키는 알콜 중독으로 3주 이상 집에 돈을 가져오지 못했다. 말라키는 아이들을 끔찍이 사랑했으나 그 사랑과 술은 별개의 문제였던 모양이다. 끝없는 가난과 시달리면서 귀여운 딸아이 마거릿은 태어난 지 몇 주만에  죽고 만다. 실의에 빠진 채 넋을 놓은 안젤라와 그 가족은 아일랜드로 돌아오지만, 미국보다 더 가난한 그들은 이들을 반기지 못한다. 결국 그들은 아일랜드 자유주인 안젤라의 고향 리머릭으로 찾아가지만 그 곳에서도 미국에서의 일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쌍둥이 올리버와 유진조차도 목숨을 잃는다.

  지독한 가난으로 구걸과 도둑질까지도 불사하면서 아들들을 지켜내려는 안젤라의 노력은 프랭키에게 직업을 얻을 수 있는 나이까지 자라게 한다. 유달리 똑똑해서 상급학교 진학을 권유받았던 프랭키. 안젤라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그 아이를 훌륭하게 가르치고 싶었지만, 교회와 학교는 가난한 그들을 거부한다.

 읽으면서 더욱 가슴 아팠던 것은 이 책이 논픽션이라는 점이었다. 이 책을 쓴 프랭크 매코트가 어린 시절 직접 겪은 일이라기에는 너무도 처참하니 말이다. 그 와중에도 이웃에게 작은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 가난한 여자 거지와 아이를 집으로 데려와 난로라도 쬐게 하던 안젤라와 길 잃고 병든 노인과 동물을 사랑하던 그 가족의 모습이 따뜻하다. 갈아입을 옷이 없어서 죽은 할머니의 옷을 입은 프랭크에게 처음으로 옷을 사준 애기 이모와 첫 맥주를 사 주던 이모부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더 이상 세상의 어느 누구도 굶지 않는 그런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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