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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서 마음을 읽다 - 무너지고 지친 나를 위로하는 영화 심리학
선안남 지음 / 시공사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즐긴 것은 몇 가지 되지 않는다. 책과 영화 그리고 커피 정도랄까?
가장 행복한 시간은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 책을 보는 시간이다. 다음은 오전에 마시는 한 잔의 커피와 가끔씩 시간을 내어 보는 영화가 나를 행복하게 한다.
한 때는 영화에 빠져서 밤마다 한 편씩 보고 잔 적이 있다. 그 때만 해도 영화를 보려면 극장에 가거나 비디오 대여점에서 테이프를 빌려서 보아야했다. 당시 내가 살던 동네의 비디오 대여가게 아줌마는 나이가 많지도 않았는데 (나보다 서너 살 위로 보였다. 그런데 혹시 모른다. 나랑 비슷햇을 지도. 누구나 자기 자신은 어려보인다 생각하니 말이다.) 외국 영화를 당최 못 보겠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물으니 외국 배우는 도무지 구별이 안 된단다. 어찌나 우습던지...... 날마다 테이프를 빌려가는 내가 신기하다고 했다. 잘 안 팔리는 영화를 주로 찾는다나 뭐라나.
지금은 더 좋아져서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보고 싶은 영화를 대형 텔레비전으로 볼 수 있다. 그것도 편수 제한도 없고, 가격도 저렴하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그런데 사람이 원래 부족해야 더 찾는 법이라서인지 그전처럼 그렇게 애타게 갈증을 느끼지는 않는다. 다만, 어쩌다 주말에 보고싶었던 영화를 몇 개의 버튼만으로 골랐을 때, "세상 참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그렇게 영화를 보면서 세상에 대해서 참 많은 공부를 했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살아가는 방법, 그리고 이 세상에 대한 애정들을 배우면서 삶을 긍정하고, 희망을 놓지 않는 법도 조금은 알게 되었다. 그러던 중 영화에서 알게되는 또 다른 부가적인 지식들이 눈에 들어왔다. 영화 속의 철학을 다룬 책을 읽으면서 그전에 보았던 영화 속의 새로운 의미를 깨닫기도 하고, 영화 속의 과학에서는 과학이라는 학문에 흥미를 느끼기도 했다.
이번에 읽게 된 책 <스크린에서 마음을 읽다>는 또 다른 의미의 영화를 이야기한다. 이 책은 영화 속의 심리학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우리가 행하는 모든 행동들에 "그냥"이 없듯이 영화 속 그들의 행동도 그렇다 영화 속의 주인공들이 행하는 행동, 그들이 맺는 관계, 그들이 사회 속에서 구현하는 모습들에는 깊은 심리적 요인이 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풀어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대리 만족을 하기도 하고, 자신의 문제를 깨닫고 해결 방향을 찾기도 한다. 기껏해야 두 시간 동안의 세상이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불이 켜지는 순간 현실로 돌아온 우리가 한숨을 내쉬는 것을 보면 우리가 그 두 시간 동안 영화 속에서 숨쉬고 살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영화 속 그들은 결국 우리의 다른 모습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총 27편의 영화를 상처와 치유, 내면과 변화, 관계와 소통, 사랑과 욕망이라는 네 개의 범주로 묶어서 영화 속 그들이 보여주는 행동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고, 그들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을 풀어준다. 그리고 각각의 말미에는 심리학적 용어와 풀이, 그리고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들을 알기 쉽게 영화롸 관련지어서 설명한다.
누구나 영화를 보면서 그 주인공을 자신과 동일시한 경험이 있다. 이 영화들에는 히키코모리도 있고, 악인도 있으며,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앨리스와 가짜 의사 선생님과 히틀러 암살시도자도 있다. 앞으로 영화 중 또 어떤 이가 나와 하나가 될 때, 이제는 그의 행동과 삶의 방식을 유심히 살펴볼 것이다. 그가 살아가는 방식, 그가 세상과 소통하면서 대처하는 방식이 곧 나의 다른 모습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