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연애시대 창비청소년문학 3
벌리 도허티 지음, 선우미정 옮김 / 창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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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누군가가 시간을 보낼 일이 있으니 책을 빌려 달라며 이런 말을 했다.

"간단한 책이 좋아요. 등장인물이 다섯 명이 넘으면 오늘은 싫어요."

 

 그에게 이 책을 빌려주지 않기를 정말 잘 했다. 이 책은 특별한 주인공은 없지만, 일단 등장인물은 여러 명이니 말이다. 게다가 그 중에 누구는 주인공이고 누구는 부수적 인물도 아니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가 그야말로 다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 책의 서두는 제스라는 이름의 소녀가 "나"라고 지칭하면서 시작된다. 내일 집을 떠나 새로은 생활을 시작할 예정인 제스는 가벼운 파티를 위하여 외할아버지를 모시러 온다. 제스의 집에 모인 사람들은 아빠와 엄마, 그리고 앨버트 할아버지와 도로시 할머니, 외할아버지인 잭과 오빠 존, 그리고 제스의 가장 친한 친구 케이티다.

 사연 많은 그들은 제스의 독립을 맞아 서로의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한다. 카톨릭 교도였던 아름다운 여인 브라이디와 개신교도인 잭의 어려운 결혼 과정, 가난한 집의 딸이었으나 신데렐라의 무도회처럼 아름다운 추억을 가진 도로시와 어쩌면 동네 바보였을 지도 모르는 앨버트 할아버지와의 스토리만으로도 한 권의 소설이 나오고도 남음직했다. 멋진 외모를 가졌으나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여겨졌던 길버트의 방황 가득한 청춘의 슬픈 이야기와 못난이였지만 현명한 여자였던 루씨 크래그웰의 만남은 길버트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군대에 가는 기차에서 만난 제니퍼의 언니 조씨는 길버트의 삶을 이끌어주었고 그들 사이에는 대니와 존, 제스라는 아이들이 태어났다. 선천적으로 아팠던 대니와의 슬프고도 힘겨운 삶과 이별은 조씨와 길버트 뿐 아니라 온 가족을 하나로 묶어놓았고, 아프고 힘들었던 만큼 제스와 존은 성장했다.

 어찌보면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제스와 케이티의 우정 이야기는 이 소설이 청소년 문학으로 분류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늘 즐겁고 발랄해 보이는 소녀들, 거리의 쓰레기만 보아도 웃음이 난다는 그들에게 아픔과 고통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함께 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다 안다. 자기의 뿌리라 할 수 있는 가족들의 삶의 이야기를 함께 하면서 제스는 자기 자신과 가족에 대한 애정이 충만함을 느꼈을 것이다. 제쓰의 불안을 치유할 의지처가 될 것이 틀림없다. 이제 어른의 길을 떠나는 딸에게 부모와 조부모의 삶의 이야기가 늘 돌아볼 어떤 든든함이 되어줄 것이니 말이다. 

 어른들이 늘 하는 이야기가 있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책으로 엮으면 소설책 한 권은 너끈히 나올 것이라는 말이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너무도 평범하기만 하게 살지만, 그게 바로 또 가장 특별한 소설같은 삶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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