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
김이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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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환영’이 ‘幻影(환영: 사상(寫像)이나 감각의 착오로 사실이 아닌 것이 사실로 보이는 환각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소설의 제목으로는 그 쪽이 더 적당하다는 편견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아마도 이 소설 제목은 歡迎(환영 : 오는 사람을 기쁜 마음으로 반갑게 맞음)인 모양이다. 주인공 윤영이 늘 넘나드는 시의 경계에는 ‘안녕히 가세요.’, ‘어서 오세요’의 입간판이 세워져있기 때문이다.
  윤영의 삶은 항상 윤영을 속인다. 어느 시인은 ‘삶이 그대롤 속일 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고 했지만, 윤영은 너무나 슬프고 화가 난다. 항상 시험 준비를 하는 남편과 갓 태어난 아기와 함께 생활하기 위해서 윤영은 신새벽 어두운 세상을 향하여 옥탑방을 나선다.. 학벌도 변변치 않은 윤영은 집안조차 그녀의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녀의 등골을 빼먹었다. 똑똑하기로 유명해서 집안의 기둥이자 동네를 살려줄 인재였던 여동생은 사기꾼이 되어서 윤영의 마지막 희망마저 빼앗아 갔다. 엄마나 남동생 준영조차 윤영에게 손을 내밀 뿐이다. 고시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면서 비좁은 고시원에서 겨우겨우 살아가던 윤영은 지금의 남편을 만났고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한다는 그와 외롭고 서러운 처지를 공유하다가 덜컥 아기를 갖고 이 옥탑방으로 살림을 합쳐 나왔다. 그러나 아기를 낳고 보니 둘이 살 때와는 달리 돈이 이만저만 드는 것이 아니다. 어서 빨리 남편이 시험에 합격하여 번듯한 직장에서 월급을 받아다 주기를 고대하며 윤영은 당분간만 교외의 식당으로 일을 나가기로 한다. 윤영의 하루 일당으로도 한 번 사 먹어보지 못할 백숙을 하루 종일 나르고 손님들의 시중을 들면서도 남편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이 고통에서 가족들을 구해주기를 바라지만, 정작 남편은 아이를 돌보고 살림을 하는데 재미를 들인 모양인지 아침에 펼쳐져 있던 책은 밤에도 그 페이지이기 일쑤이고 집안은 반짝반짝 윤이 나고 아이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다. 왕백숙집의 장사 정체를 조금씩 알게 되면서 윤영은 갈등에 빠진다. 윤리라든가 도덕보다는 당장 오늘 먹을 밥과 납부할 공과금이 급한 윤영에게 동생은 또다시 연락해서 돈을 요구하고 늘 이번만이라고 다짐하지만 윤영의 굴레는 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영을 늘 환영하는 것은 강가의 표지판뿐이다. 처절하게 외로운 윤영에게 오히려 하나의 위안일 것인지 윤영을 유린하는 자들의 악마의 미소인지 모를 일이다.
  표지의 애매한 사진이 소설의 분위기를 짐작하게 한다. 물가의 식당은 늘 짙은 물안개를 피워서 윤영의 현실 감각들을 무디게 하지만, 사람과 삶에 염증을 느낄 때면 그 물비린내는 더욱 심하게 윤영을 감싸곤 하는 것이다. 불편한 진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지만, 천태만상의 인간들이 보여주는 추악한 욕망의 덩어리들이 난무하고 사람이 사람이 아니라 한 육체를 가진 짐승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그다지 탐탁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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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망고 - 제4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36
추정경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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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쯤 책이 나올 지 손꼽아 기다리는 몇가지 문학상들이 있다. 그 중에 정말로 단 한번도 실망시키지 않는 '창비 청소년 문학상'의 4회 수상작이 드디어 나왔다. <완득이> 부터 시작해서 <위저드 베이커리>, <싱커>까지 어느 하나도 다음에 읽어도 되겠다는 평가를 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를 묻는 아이들에게 주저없이 권할 수 있는 책들이었고, 누군가의 책상에 이 책들이 꽂혀있는 것을 보면 진정 아이들을 사랑하는 사람일 것이라는 상상도 했다. 또한, 우리 아이들에 대해서 이렇듯 어른들이 고민하고 있으니 무엇이 걱정일까 싶은 확대 해석까지도 했다.

  다문화 가정의 꼴통이던 완득이와 가족들의 방치와 학대에 못 이겨 마법의 빵집으로 달아난 소년, 그리고 인공의 세계에서 멸균의 상태로 살다가 우연히 싱크하게된 아마존까지 3회에 걸친 그 소설들은 충분히 흥미로웠고 감동적이었다. 거기엔 세상에 대한 관심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오롯이 드러나고, 읽는 사람까지도 훈훈한 마음을 갖게 한다.

 이 책 <내 이름은 망고>의 주인공 수아 역시 다른 작품들의 주인공처럼 참 어이없는 상황에 빠졌다. 느닷없이 아빠와 이혼한 엄마는 열일곱 살짜리 딸을 데리고 친구인 미경 아줌마가 있는 캄보디아로 온다. 부모님께서 이혼하신 것도 어이없는 일인데, 엄마가 수아를 맡아서 그 더운 나라까지 왔다는게 수아는 몹시도 불만이다. 어서 빨리 아빠와 친구들이 있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수아의 소망이다. 엄마는 일이 힘들고 사는 게 어려운지 가끔씩 술을 마시고 일어나지 못하는 날이 있다. 그 날도 엄마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관광가이드 일을 펑크내게 생겼다. 엄마는 수아에게 엄마 대신 일을 부탁하지만, 수아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그러나 그런 수아의 마음과는 아랑곳없이 엄마는 수아의 비상금까지 가지고 사라져버린다. 할 수 없이 엄마 대신 가이드 일을 맡은 수아.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현지 가이드인 쿤라마저 맹장염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수아의 웬수와 다름없는, 쿤라의 딸 쩜빠가 엄마 대신 일을 하겠다고 나선다.

 생전 처음 가이드일을 하면서 엄마가 어떤 일을 했었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되고 '압사라' 춤을 춘다며 재수없게 굴던 쩜빠와도 가까워졌다. 늘 '망고'라고 놀리던 옆집 삼콜 할배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게되고 아픈 아버지 대신 뚝뚝이를 모는 쏙천을 보면서 캄보디아 아이들의 어려운 삶을 이해하게 된다. 그들의 깊은 속을 들여다보고 진정한 친구로 받아들이게 되는 우리의 주인공 수아는 그야말로 글로벌리스트이다.

 어쩌면 온갖 편견과 이기심과 자만심, 그리고 독선과 독단으로 버무려진 어른들에게는 멀기만한 나라 캄보디아에서 펼치는 수아, 아니 망고의 좌충우돌 자아 찾기와 엄마 사랑하기는 순수한 아이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는지 모르겠다. 역사가 숨쉬는 앙코르와트에서의 수아의 당당한 모습이 참으로 근사한 소설이었다. 공부에 찌들고, 다른 아이들을 경쟁 상대로만 보아야하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드넓은 세상의 다른 나라에서 살아가는 멋진 친구들의 이야기를 꼭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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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이는 자 2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시공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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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면서 세상에 대해서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어린 시절에는 두려움과 무서움도 많았지만, 지금껏 살면서 보니 사람들은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할 만큼 비슷한 욕망과 갈증을 갖고 있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도 다들 비슷했다. 그러나 그런 평이함 속에 가끔씩 던져지는 거대한 충격은 그래서 더욱 견디기 어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부녀자의 실종, 연쇄 살인, 토막 살인등의 충격적인 제목들이 뉴스의 헤드라인에 등장할 때마다 치밀어오르는 공포가 바로 그것이다. 비슷하게 생긴우리 중의 누군가는 조용히 자신만의 방식대로 세상을 휘젓고 있었던 것이다. 때로는 세상이 자기를 알아주기를 욕망하면서 말이다.

 주말 내내 빠져 지낸 소설 <속삭이는 자>는 바로 그런 충격으로 다가왔다. 연속해서 실종 되는 여자아이들의 왼쪽 팔만 발견되는 엽기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어두운 상처를 가진 실종자 전문 수사관 밀라 바스케스는 그 사건을 도우려고 파견이 된다. 그들은 이미 팀을 꾸려서 비슷한 사건들을 해결한 팀이다. 거대한 덩치의 심문 전문인 보리스, 컴퓨터 전문가 세라 로사, 늘 단정한 정장을 입는 나이든 수사관 스턴과 예리한 커다란 눈을 가진 범죄학자 게블러 박사가 그들이다. 왼쪽 팔 무덤 이후에 여자 아이들의 사체는 하나씩 발견이 되고, 그 사체가 발견되는 지점에는 또 다른 악마가 숨어있다. 엽기적인 범죄를 저지른 핏속까지 악마인 그들은 다들 '그 사람'이 시켰다는 말을 남긴다.

 자신의 개인적인 사건의 기억과 이 사건들이 혼동되면서 밀라는 초인적인 힘으로 자신을 누르고 이겨나가며 사건을 해결하려 애를 쓴다. 그러나 사건은 점점 두려운 현실을 드러내고, 누군각의 치밀하고 거대한 그림은 그들을 서로 믿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내는 결정적인 반전들은 읽는 재미를 최고에 이르게 하지만,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무거운 것 또한 사실이다.

 소설 속에서 게블러 박사는 " 살인 본능은 우리 인간 모두가 가진 본능입니다. 하지만, 하늘의 도움으로 우리는 그런 본능을 통제하고 잠재우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한계점이라는 게 있기 마련입니다." 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쾌감을 누구나 원한다고 말이다.

 게다가 이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만만하다고 보는 이 세상 어딘가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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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남자들! 문학동네 청소년 10
이현 지음, 이지선 북디자이너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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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는 불운한 한 남자가 나온다. 전두환때문에 강직한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여읜 한 법대생 나성웅이 그이다. 그는 스스로 군인이 되어 아버지의 한을 풀고자 했으나, 형형한 눈빛과는 다른 형편없는 시력때문에 그 꿈을 좌절당하고 법대에 진학하지만 고시의 꿈도 실패하고만다. 그는 변두리의 한 건물에서 후진 인테리어의 노래방을 운영한다. 그에게는 잃어버린 자신과 아버지의 꿈을 완벽하게 실현시켜 줄 아들 금호가 있고, 더없이 사랑스러운 그래서 늘 어리게만 보이는 딸 금영이가 있다. 금영이, 남들 다가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서 다른 아이들 들러리를 서느니 차라리 전문계 고등학교에 가서 무엇인가 하나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은 우리의 주인공 금영이는 집근처의 서경 생과고(생명과학고등학교)의 조리과 신입생이다. 실습실 조리대를 같이 쓰게 된 대청마루 은마루와 예쁘고 새침한 백현지는 자신들의 친구가 학교 앞 노래방의 딸이라는 사실에 감격에 겨워 어쩔 줄을 모른다. 노래가사로 한글을 떼고, 노래방 번호로 숫자를 깨우친 금영이의 노래방 선곡 기술은 신기(神技)에 가깝다.
 절대로 이성 친구로는 사귀고 싶지 않지만, 정말 좋은 친구인 태진이까지 어울려 행복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는 금영이에게도 어려움이 찾아온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금영이에게 세상은 동화 같은 곳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남자들은 다 강동원과 강동원이 아닌 남자들로만 나뉘었고, 늘 힘들어하지만, 부모님은 참 좋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정해놓은 통행금지 8시를 어기고 나가본 세상은 금영이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어렵고 아픈 곳이었다. 금영이는 그 아픔의 시간을 멋진 친구들과 함께 건너는 행운을 가진다.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는 과정은 참으로 길고 지리한 듯 싶다가도 어느 순간 돌아보면 어느 새 어른이 되어 있는 아이의 모습에 깜짝 놀라게 된다. 언제나 내가 무엇인가를 해 주어야만 했던 그 작은 고사리 손과 오물거리는 입에서 처음엔 반항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좀 더 자라서는 오히려 부모의 잘못을 감싸주려는 아량까지도 가진 넓은 마음이 보인다.

 작고 여린 아이가 어느새 그런 어른스러움을 갖기 위해서 그 아이는 우리의 금영이처럼 아픈 시간들을 견딘다. 마치 알을 까고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그 시간들은 아이에게는 꼭 필요한 시간들이다. 너무도 아프고 힘겨워서 다 포기하고 싶어질지라도 다른 어느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그런 고통이다. 이 아픔을 현명하게 견딜 수 있도록 힘을 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

 읽으면서 이 소설의 내용이 실제 우리의 전문계 고등학교의 모습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다. 전문계는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가는 곳이라는 생각보다는 공부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지 않기로 한 학생들이 자신의 길을 스스로 찾아서 노력할 수 있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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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이름 2
패트릭 로스퍼스 지음, 공보경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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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권에서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어이없는 이유로 사랑하는 가족들을 모두 잃어버린 우리의 주인공 크보스는 테르비언에서의 비참한 생활을 청산하고 드디어 대학으로 가기로 결심한다. 스승의 서명이 담긴 책 <수사학과 논리학>을 저당잡힌 돈으로 여비를 마련하고 짐마차 일행을 따라 대학에 도착한 크보스는 드디어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크보스는 영리함과 뛰어난 재능, 순회 극단에서 갈고 닦은 언변으로 교수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처음으로 또래의 친구들을 사귀고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곳인 문서관에 들어갈 자격을 얻게 된다. 책으로 사방이 가득한 방에 대한 설렘은 크보스나 나나 비슷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위대한 영웅은 모든 영웅들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바로 박해자들을 만난 것이다. 위대한 혈통의 영웅은 뛰어난 능력을 소유하나 그를 박해하는 무리로부터 끊임없는 공격을 당하고, 헌신적인 조력자들을 만나 목숨을 건 우정을 만들어가는 그 운명 말이다. 크보스는 대학의 교수 한 명을 적으로 돌려버리고 엄청난 재산을 가진 귀족의 아들 엠브로즈와도 원수가 된다. 

 아름다운 음악과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여인 데나, 그리고 크보스의 능력을 아는 스승을 만난 크보스는 헌신적인 친구들과 근사한 시간을 보내나 그의 적들은 끊임없이 크보스를 괴롭힌다. 조금이라도 돈을 벌어 경제적으로 자유롭고 싶은 크보스의 바람은 언제나 좌절되고 크보스는 고리대금 업자의 돈을 빌리는 위험천만한 일을 저지르고 만다.

 점점 흥미를 더해가는 이 판타지의 세계는 어쩌면 헤어날 수 없는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크보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왜 크보스는 죽지 못하는 운명이 된 것일까? 아름다운 여인 데나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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