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삭이는 자 2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시공사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면서 세상에 대해서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어린 시절에는 두려움과 무서움도 많았지만, 지금껏 살면서 보니 사람들은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할 만큼 비슷한 욕망과 갈증을 갖고 있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도 다들 비슷했다. 그러나 그런 평이함 속에 가끔씩 던져지는 거대한 충격은 그래서 더욱 견디기 어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부녀자의 실종, 연쇄 살인, 토막 살인등의 충격적인 제목들이 뉴스의 헤드라인에 등장할 때마다 치밀어오르는 공포가 바로 그것이다. 비슷하게 생긴우리 중의 누군가는 조용히 자신만의 방식대로 세상을 휘젓고 있었던 것이다. 때로는 세상이 자기를 알아주기를 욕망하면서 말이다.

 주말 내내 빠져 지낸 소설 <속삭이는 자>는 바로 그런 충격으로 다가왔다. 연속해서 실종 되는 여자아이들의 왼쪽 팔만 발견되는 엽기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어두운 상처를 가진 실종자 전문 수사관 밀라 바스케스는 그 사건을 도우려고 파견이 된다. 그들은 이미 팀을 꾸려서 비슷한 사건들을 해결한 팀이다. 거대한 덩치의 심문 전문인 보리스, 컴퓨터 전문가 세라 로사, 늘 단정한 정장을 입는 나이든 수사관 스턴과 예리한 커다란 눈을 가진 범죄학자 게블러 박사가 그들이다. 왼쪽 팔 무덤 이후에 여자 아이들의 사체는 하나씩 발견이 되고, 그 사체가 발견되는 지점에는 또 다른 악마가 숨어있다. 엽기적인 범죄를 저지른 핏속까지 악마인 그들은 다들 '그 사람'이 시켰다는 말을 남긴다.

 자신의 개인적인 사건의 기억과 이 사건들이 혼동되면서 밀라는 초인적인 힘으로 자신을 누르고 이겨나가며 사건을 해결하려 애를 쓴다. 그러나 사건은 점점 두려운 현실을 드러내고, 누군각의 치밀하고 거대한 그림은 그들을 서로 믿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내는 결정적인 반전들은 읽는 재미를 최고에 이르게 하지만,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무거운 것 또한 사실이다.

 소설 속에서 게블러 박사는 " 살인 본능은 우리 인간 모두가 가진 본능입니다. 하지만, 하늘의 도움으로 우리는 그런 본능을 통제하고 잠재우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한계점이라는 게 있기 마련입니다." 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쾌감을 누구나 원한다고 말이다.

 게다가 이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만만하다고 보는 이 세상 어딘가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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