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망고 - 제4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36
추정경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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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쯤 책이 나올 지 손꼽아 기다리는 몇가지 문학상들이 있다. 그 중에 정말로 단 한번도 실망시키지 않는 '창비 청소년 문학상'의 4회 수상작이 드디어 나왔다. <완득이> 부터 시작해서 <위저드 베이커리>, <싱커>까지 어느 하나도 다음에 읽어도 되겠다는 평가를 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를 묻는 아이들에게 주저없이 권할 수 있는 책들이었고, 누군가의 책상에 이 책들이 꽂혀있는 것을 보면 진정 아이들을 사랑하는 사람일 것이라는 상상도 했다. 또한, 우리 아이들에 대해서 이렇듯 어른들이 고민하고 있으니 무엇이 걱정일까 싶은 확대 해석까지도 했다.

  다문화 가정의 꼴통이던 완득이와 가족들의 방치와 학대에 못 이겨 마법의 빵집으로 달아난 소년, 그리고 인공의 세계에서 멸균의 상태로 살다가 우연히 싱크하게된 아마존까지 3회에 걸친 그 소설들은 충분히 흥미로웠고 감동적이었다. 거기엔 세상에 대한 관심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오롯이 드러나고, 읽는 사람까지도 훈훈한 마음을 갖게 한다.

 이 책 <내 이름은 망고>의 주인공 수아 역시 다른 작품들의 주인공처럼 참 어이없는 상황에 빠졌다. 느닷없이 아빠와 이혼한 엄마는 열일곱 살짜리 딸을 데리고 친구인 미경 아줌마가 있는 캄보디아로 온다. 부모님께서 이혼하신 것도 어이없는 일인데, 엄마가 수아를 맡아서 그 더운 나라까지 왔다는게 수아는 몹시도 불만이다. 어서 빨리 아빠와 친구들이 있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수아의 소망이다. 엄마는 일이 힘들고 사는 게 어려운지 가끔씩 술을 마시고 일어나지 못하는 날이 있다. 그 날도 엄마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관광가이드 일을 펑크내게 생겼다. 엄마는 수아에게 엄마 대신 일을 부탁하지만, 수아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그러나 그런 수아의 마음과는 아랑곳없이 엄마는 수아의 비상금까지 가지고 사라져버린다. 할 수 없이 엄마 대신 가이드 일을 맡은 수아.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현지 가이드인 쿤라마저 맹장염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수아의 웬수와 다름없는, 쿤라의 딸 쩜빠가 엄마 대신 일을 하겠다고 나선다.

 생전 처음 가이드일을 하면서 엄마가 어떤 일을 했었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되고 '압사라' 춤을 춘다며 재수없게 굴던 쩜빠와도 가까워졌다. 늘 '망고'라고 놀리던 옆집 삼콜 할배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게되고 아픈 아버지 대신 뚝뚝이를 모는 쏙천을 보면서 캄보디아 아이들의 어려운 삶을 이해하게 된다. 그들의 깊은 속을 들여다보고 진정한 친구로 받아들이게 되는 우리의 주인공 수아는 그야말로 글로벌리스트이다.

 어쩌면 온갖 편견과 이기심과 자만심, 그리고 독선과 독단으로 버무려진 어른들에게는 멀기만한 나라 캄보디아에서 펼치는 수아, 아니 망고의 좌충우돌 자아 찾기와 엄마 사랑하기는 순수한 아이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는지 모르겠다. 역사가 숨쉬는 앙코르와트에서의 수아의 당당한 모습이 참으로 근사한 소설이었다. 공부에 찌들고, 다른 아이들을 경쟁 상대로만 보아야하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드넓은 세상의 다른 나라에서 살아가는 멋진 친구들의 이야기를 꼭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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