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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명저
김소연 지음 / 삼양미디어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베아트리체 첸치, 귀도
이 책을 읽고 만난 가장 큰 아름다움이다.
사실 나는 이런 류의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책을 권할 때 항상 원서를 완독하는 것이 진정한 독서라고 강조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학창시절 고전을 원본으로 읽지 않고 흔히들 부르는 '다이제스트'판으로 읽고서 잘난 체하는 이들을 얼마나 경멸했던가.
작품이란 작가의 영혼의 표현이므로 우리는 그 작가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원작을 읽어야함을 강조했었다.
물론 그래서 나는 아직도 다 읽지 못한 세계적인 작품들이 많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 <세계의 명저>는 그러한 나의 편견을 다시금 재고하게 하는 책이었다.
단순히 명저의 줄거리만을 나열한 책이 아니었기에 더더욱 나는 이 책을 신뢰한다.
세상의 모든 남녀노소들을 명작으로 초대하고픈 욕심에 이 책을 만들었다는 저자의 서문처럼 이 책은 우리를 학창 시절의 도서관으로 이끌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작가의 욕심처럼 하나의 명작이 탄생하기까지의 배경과 그 작품이 훗날의 다른 작품들에 끼친 영향까지도 소개해서 더 큰 문화의 세계로 독자를 이끌고 있다.
특히 나는 이 책에서 너무도 아름다운 그림을 발견했고, 내가 모르는 그림의 세계의 매력에 감탄하고 있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인간 실존에 대한 근원적 물음에 대한 작품부터, 사랑의 아름다움과 반전의 묘미를 찾는 작품들과 여성의 주체적인 삶을 찾는 작품, 다른 차원의 세상, 모험, 풍자와 소외된 사람들, 현실에 대항하는 인간의 의지, 그리고 전후의 허무를 다룬 잃어버린 세대의 작품들까지 45편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그 중의 대다수는 이미 우리가 다들 알고 읽은 작품들이었다.
특히나 감명 깊은 작품으로 기억하는 레마르크의 <개선문>은 그 책을 읽던 당시로 나를 이끌어 행복한 시간들을 갖게 하기도 했다. 책장에 꽂힌 <개선문>을 다시 한번 쓸어보고 라비크의 우울한 얼굴과 칼바도스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또한, 나는 흔히 사실주의를 이야기할 경우에 스탕달의 이야기를 예로 들곤 했다. <적과흑>을 읽을 당시 스탕달이 표현한 그 한 구절에 매료된 나는 오랜 세월이 흐른 후 후학들에게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문장으로 인용을 한다.
그 문장을 이 책에서 찾아내었을 때의 기쁨이라니.
다른 누군가도 나의 생각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때의 감동이었다.
"소설이란 세상의 모습을 충실하게 반영하는 거울로서 비록 추악한 얼굴이나 더러운 거리를 비추더라도 그건 거울의 죄가 아니다." - 본문 281쪽
나는 예전의 노트를 찾아내었다.
내가 읽은 문장은 "소설이란 큰 길을 따라서 이동하며 주변의 풍경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그것은 여러분의 눈에 푸른 하늘을 비쳐보이기도 하고 도로의 진창을 비쳐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그 거울을 지고 다니는 사람은 여러분으로부터 비도덕적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거울에 진창이 비친다. 그러면 여러분은 그 거울을 비난한다. 그보다는 진창이 있는 큰 길을 비난하시라. 아이, 오히려 물이 괴어 진창이 되도록 내버려둔 도로 감독관을 비난해야 하리라." 1992년 6월 11일 목요일로 메모되어 있다.
이 한 구절은 그야말로 금언이라는 생각을 한다.
오랜만에 어둑한 도서관에 앉아서 책 냄새를 맡고 싶다.
일주일에 두 권은 너무 부족해서 날마다 도서관을 드나들던 그 시절.
읽고 싶었던 책을 가슴에 끌어 안고 도서관 문 밖을 나서던 그 상쾌하고도 두근거리던 그 심정이 그대로 되살아 난다.
인간이란 어쩌면 너무나 행복하다.
돌이켜 생각할 과거가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