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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 - 사진하는 임종진이 오래 묻어두었던 '나의 광석이 형 이야기'
임종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지금 그의 노래를 듣는다.
이렇게 비내리는 오후엔 그의 노래는 피해야할 목록이건만 어쩔 수 없는 끌림으로 나는 우울의 바다로 들어간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오늘 밤도 깊이를 알 수 없는 그 바다에서 나는 나를 잃고 헤매어 다닐 것임을 예감한다.
어찌 이다지도 슬픈 목소리인가.
진정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닐까?
너무도 순수한 사랑의 노래 <널 사랑하겠어>는 나의 사랑을 다시 돌아보게 했으며,
서른이 되기 전엔 <서른 즈음에>를 들으면서 나는 내가 서른이 되기도 전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나이때 서른이란 너무도 아줌마스러웠으므로.
하지만 그는 내가 서른이 될 때까지 기다려주지도 않았다.
그가 떠나고 나는 그 다음해에 서른이 되었다.
그리고 서른이 되어 듣는 <서른 즈음에>는 그저 고통이었다.
나는 서른이라는 나이를 감당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 임종진과 같은 나이인 나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런데, 이 <서른 즈음에>란 노래, 정작 서른이 될 때보다 마흔 즈음이 되어서 속 깊이 와 닿아버리니 이게 웬일입니까"
- 본문 119쪽
채 마흔을 살아보지도 못한 그는 마흔을 살았다면 어떤 노래를 만들었을까?
정작 당신도 마흔엔 이 노래가 실은 마흔 즈음에 부를 노래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까?
그의 알 수 없는 죽음은 나의 젊은 시절의 큰 아픔이었다.
그의 노래의 진정한 의미를 나는 이제야 뼈 속 깊이 이해하는데, 그는 왜 떠났을까.
아니, 나는 왜 그가 우리 곁에 있을 그 당시에 그를 사랑하지 못했을까.
이 책 <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는 그저 흑백 사진이다.
그를 사랑한 사진가 임종진은 많이도 그를 담았다.
참 부러운 사람이다.
게다가 내가 사는 이 곳 사람인 듯하니 더욱 더 부럽다.
임종진씨가 그를 우연히 만난 대흥동 동사무소 앞 길은 내가 자주 다니던 그 길이 아닌가.
93년 그 때 나는 왜 그 자리에 없었지?
작가가 그를 따라 들어간 전면이 통유리로 된 그 찻집은 혹시 가끔씩 들르던 그 집, 가수가 주인이던 그 까페 아니었을까?
너무도 무방비한 상태로 고스란히 드러나는 그의 사진들이 참으로 마음에 닿는다.
상처받기 쉬운 여리디 여린 그 프로필은 고통이 그를 어디로 몰고 갔을까 하는 의문을 쉽사리 갖게 한다.
온통 흑백 사진인 책에서 가끔씩 튕겨나오는 컬러 사진은 오히려 생급스럽게 나를 놀라게 한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쓰던 그.
변해가는 너와 나의 모습에 고통스러워하던 그.
사랑했지만 그저 이렇게 멀리서 바라볼 수 밖에 없던 그.
지쳐버린 내게 일어나라고 고함을 치던 그.
그의 순수함을 사랑한다.
마흔엔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세계일주를 하리라던 그가 살아서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보았더라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언제 죽을지 알수 없는 인생 뭔가 새로운 일이 있겠거니 하고 기다리면서 행복해하련다"
- 본문 74쪽
그는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어서 떠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