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오디세이아 1 - 그리스 여신들의 자취를 따라 떠나는 여행
고혜경 지음 / 나무연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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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08 : 마음 오디세이아 I, 고혜경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1. 들어가며...

그리스 신화는 인류의 영연한 유산이자, 내 마음의 고향이다. 아주 어릴 적 친척집의 서재에 꽂힌 때묻은 "불핀치의 그리스 신화" 책을 운명처럼 접하고, 세상 그 무엇도 나를 떼어놓게 만들 수 없는 그 이야기의 마력에 매료되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몇날 몇일을 빠져들었다. 결국 그 책을 졸라서 받게 되었고, 지금도 내 서재에 꽂혀있는 운명의 소울메이트...적지 않은 세월 동안 마르고 닳도록 읽어도 또 새로운 느낌을 주는, 이런 책이야말로 영원불멸의 "고전"에 걸맞는 칭송을 받아 마땅한 것이다. 그 장고한 세월 동안 무수히 회자되고 다각도로 분석되고 왔고, 지금도 또한 그 명맥을 당당히 이어나가고 있있는 가운데, 이 저서 또한 그 찬양에 하나의 번제로서 올려지는 작품이다.

2. 저자의 의도...

사실 필자 뿐만 아니라 일찍이 그리스 신화는 심리학에서 매우 좋은 분석 대상이었으며, 각종 심리학 용어들도 그리스 신화의 흔적이 여실히 남아있기에 새로울 것은 없다. 다만, 이 책의 특징은 오로지 "여신"들만을 집중하여 그녀들의 일화와 메타포를 해설해주면서, 필자 또한 여성으로서 자신의 삶의 체험에서 느낀 감정들과 사연들을 연결하여 더욱 현실감있게 우리에게 전달해준다. 그리고 신화학자로서 그리스 현지를 답사하여 그 찬란한 유적지들을 돌아보며, 필자의 생각과 느낌이 실제 그리스 유적지들에서 어떻게 투영되어 보이는지 세세히 설명해준다. 아직 그 이상향, 그리스를 가지 못해 아쉬운 나에게는 반가움으로 다가왔고, 내가 화보나 다른 서적들에서 본 자료들과 비교하여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었다. 

3. 인상적인 부분...

일단 이 책은 그리스 주신 12명에서 6명의 여신들을 먼저 선정하고, 이 여신들의 설정과 당대 그리스인들의 정신 세계에서 차지하는 그 의미들을 간략하게 소개해주고, 필자 자신이 느끼는 바를 비교하여 (심리학 관점에서) 설명해준다. 예를 들어, 아테나를 제우스라는 너무나도 위대한 "아버지의 딸"이라고 특징지어서 설명하거나, 헤라를 가부장 사회에서의 전형적인 "아내", 그러나 상처를 간직한 안방마님으로 묘사하는 부분은 신화를 아는 독자들에게 고개가 끄덕이는 대목이다. 굳이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우리가 경험속에서 알고 있는 상황들을 설정하여 친숙하면서도 단박에 이해가 가도록 하는 방식이 매우 훌륭하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 점점 부각되는 "여성"으로서의 입지와 심리를 필자 자신의 이야기와 병치하여 진솔하게 서술한다. 신화 서술의 가장 큰 맹점은 너무나도 원형적인 서사여서 뻔하고, 마음으로 와닿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필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여 서술하여 이를 극복하고, 또한 독자인 우리도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대입하여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현명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아마 심리학자로서의 장점이기도 할 것이다.)


 

4. 아쉬운 부분...

양성평들을 지향하는 것이 당연한 요즘, 왜 여자들만 다루고 "남자"들은 소홀이 대하는 듯한 점이 의문일수도 있지만, 아마도 추측컨데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연작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이러한 구성을 하였을 것같다. 이 책이 좋은 반응을 받고, 추후에 의도한 바데로 연작 시리즈가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또한, 기존에 그리스 신화를 통독한 나같은 독자들은 여타의 주석없이 본 작품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아직 그리스 신화를 접하지 못한 학생들이나, 독자들...그리고 삶의 경험이 아직은 많지 않은 독자층에서는 다소 피상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라는 점은 느껴진다. 허나 필자는 아마도 나 정도 연령대 (또는 그 이상)의 독자들을 주로 생각하고 서술한 것이라 짐작된다. 만일 이 부분이 다소 와닿지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그리스 신화를 따로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방대한 양에 주눅들지 말고, 어디서부터인지도 고집하지 말고, 접해보길 바란다. 그 매력적인 이야기 구조와 다양한 인간군상, 그리고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우리의 모습을 투영한 신들의 위대한 이야기에 금새 매료될 것이라 자부한다. 

5. 나오며...

(위 관계도는 이 책을 읽고 내가 느낀 인물들간 관계도이다. 감상에 도움되시길 바란다.)  

오늘도 우리는 각종 매체에 탐닉하다 못해, 손에서 잠시도 떼지를 못하고 영상들에 중독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 (대중교통 뿐 아니라 길에서 흔하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해보면 금방 알게될 것이다.) 단순한 세태를 한탄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이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많은 열광과 호평을 받는 영상들을 보면, 찰나의 유희가 아닌 서사가 느껴지는 작품들이 많은 호응과 여운을 남기는 것을 알 수 있다. (유치하다고 매도할 수도 있는 "마블" 영화 시리즈를 보라..그 원형의 서사는 매우 잘 설계된 작품들이 다수다.) 이러한 서사의 가장 원형이 신화이고, 그 신화의 진수라 여겨지는 것은 역시 그리스 신화이다. 어느 영화에서 나온 대사 한 구절로 이 찬양을 마치고자 한다.

"신들이여...당신들이 나온지 3,00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가르침을 주시는군요..."

 

#마음오디세이아 #마음오디세이아1 #나무연필 #그리스신화

@woodpencil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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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할 권리 - 우리는 어디쯤에 있는가
조르조 아감벤 지음, 박문정 옮김 / 효형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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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07 : 저항할 권리, 조르조 아감벤 Giorgio Agamben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1. 들어가며...

작년 여름 한 통의 전화를 갑자기 받았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건, 의사였던 동창 친구 녀석의 부고... 늘 축구를 열렬히 사모하고, 운동을 좋아하던 쾌활한 친구를 기억하기에 "도데체 왜?"라는 질문을 꺼냈을 때, 들려오던 조심스러운 이야기는 AZ백신 2차 접종이후 쇼크사일수도 있다는 나즈막한 답변이었다. 당시 한국은 한참 코로나 사태가 극성이었을 때이고, 백신이 긴급하게 투입되어 난리법석인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연일 뉴스에서 코로나 사태의 심각성과 백신의 부작용 의심으로 인한 사망사례가 동시에 나오며 혼란의 시기를 보내던 때였다. 나 역시 며칠 후에 백신접종을 앞두고 있었고,(내 의사와 관계없이 직업적 이유로) 건강했던 친구의 마지막 쓸쓸한 길과 함께 다가올 내 운명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비단 이 이야기는 내 개인적인 일이기만 할 뿐 아니라, 상당수의 사람들에게도 벌어졌던 일이라 믿고 있고, 이 책의 부제와 같이 "우리는 어디쯤에 있는가" 라고 막연히 생각이 드는 시점에 와서야 이 책을 뒤늦게 접했다. 나와 마찬가지로 그동안 조르조 아캄벤의 글이나 발언을 접해본적 없이 이 책을 펴 본 사람들은 십중팔구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라고 할 만큼 도발을 넘어서, 아나키즘의 흔적까지 느낄 정도의 파격적인 주장에 대경실색할 지도 모른다. 더욱이 한국과 같이 국가주의(더 나아가 전체주의)에 가까운 정서를 가졌다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어 나갈수록 이 사람의 주장이 명확해지는 순간, 나와 같은 리버레테리안들은 어느새 그의 주장에 올라타는 걸 느낄 것만도 같다.

2. 저자의 의도...

우리는 공교육의 사회, 윤리 등의 시간에서 책에서만 실존하는 존재로 전락한 "사회계약론",을 주장하던 로크, 홉스, 루소, 그리고 스튜워트 밀의 "자유론"을 어렴풋이나마 기억할 것이다. 근대 국가 체계에서 그 이론적인 배경을 제공한 사상들이자, 현재 대한민국을 포함한 자유진영의 헌법속에서 반드시 발견되는 논리들 말이다. 그러나 "책에서만 전락하는"이라고 언급했듯이 누구나가 알지만 제데로 이들을 접하거나 읽은 이들은 전공자를 제외하면 극소수인 이 현실에서 "국가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았다. 그저 매일 숨쉬며 소비하는 공기처럼 자연주의적이고 언급될 필요조차 못느끼는 당연한 명제로 치부할때 쯤, 우리는 코로나 펜데믹이라는 전무후무한 사태를 맞이하고, 다시금 이 질문이 유효하다는 것을 저자는 지적한다. 우리가 어느덧 머리속에서 지워버린 그 잔영을 다시금 일깨워주며, 왜 싸우지 않냐고 격정적으로 선동한다. 그의 질문과 발언에 열렬히 지지하든, 격렬하게 반발하던, 그 격론의 장을 저자는 피하지 않으며, 완고하게 자신의 신념을 펼치고 있다.

3. 인상적인 부분...

이 책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에 비견될만큼 피가 끓는 선동의 글이다. 많은 학자들이 취하는 "전략적 모호함"이나 권위주의적 자세 따위는 개나 줘 버리고, 주먹을 불끈 쥐고 싸우자고 우리에게 호소하는 문장들로 가득차 있다. 누군가는 우리 사회의 안녕을 해치는 불온 서적으로 취급할만큼이나 말이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조금도 타협하지 않는 그 완고함에서 매력적이다. 나는 요즘 현재 사회의 많은 문제들에서 그 말도 안되는 "기계적인 상대주의"에 극히 반감을 가지고 있다. 아무도 정의에 대해 말하려 하지 않으며,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 말을 하지 않고 침묵함으로써 다같이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있는 "레밍"들의 무리 중 하나로 남기를 거부한다. 이런 자세야말로 우리가 비로소 "선생님"이라 불리우는 사람들이고, 우리는 그런 존재들에 목말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책에서 소개하듯이 백신 "그린패스"를 거부하며 그 모든 사회적 차별을 감수하면서 까지 학생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최근의 화재로 인한 데이터센터의 유실로 촉발된 대규모 플랫폼 중지 사태(카카오 그룹)에서 볼 수 있듯이, 너무나도 집중된 사회가 단 하나의 예기치 않은 오류로 어떻게 망가지는지를 예건하고 있다. 이웃한 중국 정부의 권위주의적 국가관에 의한 검열을 굳이 예를 들지 않더라고, 이미 많은 국가들이 "빅 브라더"의 실현에 성공했으며, 대중들이 다만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한탄하고 있다. 극도의 효율만 따지는 이 사회에서 인본주의적 사고가 사라지게된 이 현실을 주저없이 비판하고, 다소 극단적으로 보일지라도 다시 "연대"하여 투쟁하자고 "Again 6.8. 혁명"을 넌지시 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는 그에 의거해 개인에게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는 정당성을 가지게 되며, 국민을 보호하고 책임을 질 권력을 가지게 된다. 만일, 그 정당성을 상실하게 되면, 국민은 국가에 더이상 종속되지 않으며 그에 저항할 권리가 우리 모두에게 있음은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리이다."라는 지극히 당연한 권리를 다시한번 재상기시켜준다. 모든 국민들이 "바이든"이라고 들었다고 말조차 꺼내기 힘든 대한민국의 현실 앞에 우리는 침묵으로만 일관하고 있고, 비합법적인 권력의 힘이 과연 어디까지 남용될 수 있는지 목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사람들은 분연히 일어나고 있지만 말이다.)

4. 아쉬운 부분...

책을 끝까지 읽고 다시 한번 찬찬히 도입부의 문제적인 발언들을 돌아보면 저자의 피끓는 심정이 전달되어 감탄하게 되지만, 처음의 충격은 아마도 대부분의 독자들이 피할 수 없는것 같다.(물론 내가 보기에는 이조차도 어느 정도 의도된 것이라 사료된다.) 따라서 이해가 안가거나, 공감할 수 없다고 초반에 거부하지 말고 반드시 끝까지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러고 나서도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지 못하겠다면, 논의의 장에서 의견을 말하면 된다....라고 조언하고 싶다. 

또한 굉장히 많은 문학작품이나 사상서에서 따온 기가 막힌 인용들이 눈에 띄지만, 이는 아마도 이 책들을 상당부분 읽어본 독자가 아닐 경우,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무언가 거창하고, 단절적인 표현들이 거슬린다면 주석에 나온 작품들, 또는 최소한도로 그 소개를 읽어본다면 저자의 주장을 오독하는 일이 없을것이다. (독서량이 상당히 많다고 자부한 나조차도 이 작업을 해야만 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허나 너무나 현학적으로 그 담론들을 끌고가기 보다는 매우 직관적이며 명료하게 구사하여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들도 나름의 공감이 장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필요한 것들이 있다면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반추할 기회를 가지는 인내가 필요하지만...)

5. 나오며...

이제 코로나 시대의 종식을 아직 선언하기에는 이르지만, 어느덧 늘 그렇듯이 우리는 정상생활과 크게 차이나지 않게 살아가는 일상으로 돌아왔고, 지난 3년간 전대미문의 대격변이 지나간 앨범 속에 잠들어 버린것 같았다. 그러나 난 아직도 그 친구의 죽음에 의문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입증할 길은 이제 사라졌지만, 내 안의 의문과 불안감은 조금이라도 마음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불안감은 영원히 안고가는 동반자일 것이다. 내 안의 혼돈을 받아들이고, 뚜렷이 보이는 내일의 희망을 위해, 오늘 싸워야 하는 이유를 발견하고 살아가리라 다짐한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인용한 문구 중에 나를 사로잡은 문구를 소개하며 이 리뷰를 마친다.

"그들은 말하지 않을 것이다. 시대는 어두웠다고... 하지만 당신들은 왜 침묵했습니까?"

- 베르톨트 브레히트 Bertolt Brecht

 

#저항할권리 #얼굴없는인간 #_뒷이야기 #조르조아캄벤 #효형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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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 오케스트라
안지연 지음 / 이분의일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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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05 : 반가워, 오케스트라!, 안지연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1. 들어가며...

올 봄이던가? 집근처의 지역 문화센터에서 "왈츠"를 주제로 한 클래식 공연을 보게 된 일이 있었다. 지역구민을 대상으로 한 공연이라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간간히 해설도 겸해서 진행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기억한다. 커튼이 오르고 첫 곡으로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박쥐 서곡"이 나오면서, 흥겨운 리듬으로 연주를 마친 후에 의례히 나오는 그 적당한 정도의 박수가 나오고 지휘자 분이 마이크를 잡았다. 정적이 잠시 흐른 뒤 나오는 그의 첫 마디가 "박수 크게 치셔도 되요...원래 비엔나왈츠 축제의 축하공연에서 이 곡이 나오면 사람들이 기립으로 열광하는 곡이거든요! " 라고 너스레를 떠시는 모습을 보며, 순간 청중의 실소가 나왔던 광경이 떠오른다.

우리에게 클래식 공연은 과연 어떤 느낌일까? 잘 차려입고 점잔을 빼며 엄숙한 가운데, 긴장하며 봐야하는 의식? 아니면 누가 타켓을 얻어줘서 어쩌다가 가는, 나랑 상관없는 따분한 공연?... 클래식 애호가들은 아시겠지만 영국에서 매년 열리는 BBC PROMS(세계 최대의 클래식 페스티벌)를 보면 답이 나올거 같다. 그 축제 영상들을 보면 클래식은 누군가 특정 계층만이 향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누구나가 즐겁게 즐기고, 때로는 환호하며, 깃발도 흔들면서 웃는 삶의 문화가 아닐까 싶다. 꼭 예의를 차리고, 무언가 있어보이는 듯하며, 또한 당체 이해가 안되도 교양인의 체면을 위해 억지로 즐기는 그것이 아니란 말이다.

우리가 웃고 울고, 사랑을 속삭이거나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비통한 순간에 같이해 왔던 친구가 클래식인데(적어도 서구권에서는), 우리는 친해질 기회가 그동안 없던 생면부지의 낯선 이를 어느날 갑자기 우리 곁에 두고, 주변에서 왜 걔랑 친하게 못지내? 라고 탓하는 분위기가 딱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이다. 왜 걔랑 친하게 지내야돼? 라고 묻기보다 일단 먼저 곁에 두고 싶고, 천천히 알아가며 친숙해져서 결국에는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듯이, 우리에게 아직도 낯선 오케스트라 공연을 쉽게 다가오게 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 책을 저자가 발간했고, 평소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사는 나에게도 매우 동의가 되면서 와닿는 부분이 있는 시도였다. 

2. 저자의 의도...

이 책은 고전음악을 전공하고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일을 업으로 가진 저자가, 위에서 밝힌데로 여러 현장에서 접하게 되는 클래식에 대한 오해들과 선입견들을 타파하고 좀더 친숙하게 하고자하는 "입문서"에 가까운 책이다. 고로 처음부터 무지막지한 용어나 위압적인 썰을 풀기보다는 분량도 적고 가볍게 독자들이 읽을 수 있도록, 그러면서도 궁극적으로 느낌을 공유하고 싶은 곡들을 주제에 맞게 추천하고 있다. 

3. 인상적인 부분...

일단 우리의 기억을 되살려 보자. 분명 우리는 중고등학교 시절, 음악시간에 한두번쯤은 접해본 경험이 (아마도 시험을 보기 위한 또 하나의 짐? 으로)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새 그때의 지식은 금방 휘발되고, 살아가면서 각종 미디어를 통해 흘러나오는 주옥같은 멜로디의 클래식 곡들을 파편적으로나마 접하게 되는 것이 아마 대부분의 경험일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독자들에게 복잡하고 추상적으로만 느껴질 수 있는 오케스트라 연주의 기초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각 악기들의 포인트에 따라 크게 악기별로 카테고리를 분류하여 친절하게 소개한다. 다만, 책에서도 언급하듯이, 굳이 미주알 고주알 설명하기 보다는 "우리 엄마가 저한테 소리 지를 때의 모습 같아요!"라고 친숙하고 직관적으로 그 느낌을 전달하는데 주력하고 있고, 저자의 영리한 선택에 깊이 공감하는 바이다. (가끔 FM라디오 채널에서 나오는 경직되고 딱딱한 곡소개가 아니다!)

또한, 각 단락의 끝자락에 "지극히 개언적인 추천곡"이라는 챔터로, 해당 단락에서 저자가 느끼고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가장 잘 담고있다고 생각하는 곡들을 나열하고 있다. 곡중에는 개인적으로도 반가운 곡들도 있고, 미처 접해보지 못한 곡들도 찾아서 들어보면 내용이 수긍이 가는 대표적인 곡들을 잘 선정하여 눈길을 끈다. 아마 이 책을 읽어본 독자들 또한 이 부분을 가장 매력포인트로 삼지 않을까 추측이 간다.

마지막으로 직접 공연장에 가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책의 마지막 파트에 친절하게 자신만의 노하우나 꿀팁을 소개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공연장을 찾게 만들고 싶어하는 저자의 마음이 엿보인다. 사실 유투브만 검색해도 수없이 많은 연주와 아예 모 레코드 레이블에서는 "클래식 구독 서비스"까지 런칭한 이 마당에 굳이 공연장을 가야만 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수도 있으나, 이 부분은 나역시도 한번 직접 경험해 보시라 말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마치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 서비스가 편리하게 자리잡고 있지만, 우리가 극장에 어떤 기대를 하고 갈 때의 그 흥분에 비견된다고도 말을 할 수 있겠다. 그런면에서 저자와 나는 일종의 "동지의식?" 같은 부분을 느낄 수 있어 흥미로웠다.

4. 아쉬운 부분...

사실 이 책은 음악교과서도 아니고, 이미 다량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그냥 가볍기만 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저자의 의도대로 입문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부담없고 최대한 편하게 접하기 위한 책이므로 더 기대를 하시는 독자분들은 다른 서적들을 참고하시면 될거 같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책의 하이라이트인 추천곡 리스트를 좀더 시각적으로 일목요연하게 만들었으면 어떨까하는 점이다. 워낙에 요즘 사람들은 직관적으로 와닿는 컨텐츠에 열광을 하는 경향이 있고, 대부분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보게되는 UI에 익숙할테니 그에 걸맞게 장식만 해준다면 아주 금상첨화일듯하다. 

5. 나오며...

이 책의 진가는 책을 다 읽고난 지금부터 일것이다. 이 책에 이끌린데로, 각 개인의 취향에 따라 더 찾아서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유투브 등의 영상을 찾아보게 될 것이다. 그 다음은 직접 연주자들의 생생한 전달과 호흡을 느끼기 위해 공연장을 찾게 된다면, 저자의 의도가 성공적일 것이고, 개인적으로 그런 문화적 소양이나 취향을 거침없이 주변과 공유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의외로 요즘 주변의 지자체 문화지원 사업이나, 상업적 공연도 관심있게 지켜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꽤나 잘 구비가 되어있다.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면 훨씬 수월하게 공연을 접할 기회가 생각보다 많으니, 당장이라도 실행해 보시길 바란다. 끝으로, 같은 동지? 로써 좋은 시도를 한 저자에게 약소하나마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다...

#안지연 #반가워오케스트라 #이분의일 #책스타그램 #신간 #음악 #클래식 #이분의일서평단

@1half.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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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22학번
구하비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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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04 : 하버드22학번, 구하지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힘니다...

1. 들어가며...

하버드 Harvard...누군가에게는 꿈의 만신전이자, 이상향인 이 곳으로 대표되는 소위 미국 명문대학들은 지금도 자신들만의 철옹성을 쌓고 세간의 평을 묵묵히 의식하지 않은 듯, 유유자적하게 서있다. 그와는 무관하게 유난히도 극성인 이 땅에서 저 대학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투영하는 대상으로 자리잡은거 또한 사실이다. 누군가 그러더라..."인간의 욕망이 꿈툴대는 곳에 시장이 존재하고, 그 시장을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과 통제가 국가 기능의 한 단편이 아니겠냐"고...고로 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소위 "외고"로 대표되는 기형적인 교육시스템은 오늘도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의 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허나 나는 지금도 말한다. 그 "시장"이라는 곳이 절대로 침범해서는 안되는 마지막 보루 중에 하나가 "교육"이라고...(물론 온갖 사교육이 판치는 대한민국에서는 내 이 주장이 공허하겠지만..) 학문은 세상과 동떨어져 존재할 수 없으나, 그 순수성과 순기능은 우리 사회가 보존해줘야 마땅할 불가침의 영역이라고...(그런 면에서 작금의 현실은 매우 씁슬하다.) 안타깝게도 이 소설은 그 전쟁터 같은 현실을 보여주는 작은 단편 영화같은 시도이다.

2. 저자의 의도...

정말 다양하게 쏟아져 나오는 K-드라마의 소재 중 최근 단골이 "상류층의 뒤틀린 욕망"이고, 이 책은 그 소재의 하위 소재 중 하나인 "사교육"을 모티브로 쓰여진 전형적인 판타지 소설이라고 평하겠다. 다만, 작가 개인의 체험 (책에서 밝힌 프로필로 추측해 보건데) 을 바탕으로, 우리 아이들의 고뇌와 방황을 좀더 자세히 묘사하고 있으며, 나아가 우리에게 "과연 이러한 경쟁의 끝은 어디이며,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3. 인상적인 부분...

첫 장을 넘기고, 중반으로 가면서 그 집단에 속해보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디테일한 묘사가 가장 눈에 띄인다. 일단 한 번 "입학시험"이라는 검증을 이긴 그 우월감, 그렇게 모인 선택된 집단에서의 또다른 경쟁의 시작과 그로 인한 좌절감, 갈등의 묘사는 나 개인적으로도 겪었던 일이라 공감이 무척 되는 부분이었다. 마치 교실에서의 권력자인 "선생"이 "반장"에게 떠든 사람 적어서 내라고 그 얄량한 권위를 위임할 때, 그 반장이 느끼는 우월감, 또는 권력의 맛..처럼 말이다. (나중에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어이없는 상황이지만 말이다.) 이런 디테일로써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이 좀더 현장감을 부여하고 있고, 그 점에서 저자의 체험은 강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인지과학"을 전공하고, 학위를 받은 저자의 배경이 투영된 구절들이 눈에 띈다. "캐치-22", "르네 지라르의 욕망의 삼각형" 같은 심리학에서 통용되는 전문용어들이 등장하고 이를 글에서의 상황에 적절히 해설하며 전개하고 있다. 비교적 사회과학의 레토릭에 친숙한 나 정도의 독자도 따로 아카이브를 찾아봐야 하는 용어들도 등장하나, 저자는 적절히 상황에 맞게 누군가의 입을 빌려 독자들에게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전체적인 소설의 형식을 추리 소설에 가깝게 진행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약간은 메마르고, 객관적으로 단서가 될 법한 사건, 용어들을 나열하고, 그로부터 이야기가 전개되는 모습이 마치 퍼즐을 맞추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따라서 저자와의 지적게임을 즐기는 독자들이라면 큰 흐름의 줄기가 느껴져, 이 소설의 읽음에 있어 막힘없이 매 페이지가 넘어가리라 생각한다. 

4. 아쉬운 부분...

먼저 저자에게 충고하고 싶은 게 개인적으로 하나 있는데, 저자와 유사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나로써도 종종 빠지는 함정이라고 믿는 "머리로만 모든 것을 이해하려 든다"라는 점이다. 사회는 공정한게 아니라, 공정한 느낌을 받는거라고 내뱉는 독설이나, 두 남녀주인공의 서로에 대한 감정, 우정, 사랑으로 치닫는 과정 또한 내눈에는 지극히 논리적인 계단을 밟고 올라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번 돌이켜 생각해보면, 위대한 작가들은 마음에 울림을 남는 문장으로써 기억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울림은 눈에 보이는 의도가 아닌, 독자의 자연스러운 감정과 사고의 흐름속에서 만들어지도록 해야 그 생명력을 부여받는다. 이런 면에서 본 작은 사회비판적인 측면에서 그 기획의도는 충분히 느껴지나, 그 결말에서의 감정선은 다소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마도 이건 저자의 주제의식의 과잉에서 비롯된 미스가 아닌가 싶다.

또한 중간중간 에세이의 소재로 나오는 수많은 용어들과 지식들에 대해, 단지 입시로서의 휘발되는 그 과정에 화가 치밀다 못해 분노가 쌓이는 지점이 존재했었다. 일례로 에세이의 모범답안으로 나온 "언어의 생명력이란, 우리의 모든 실존이고, 허구이며, 실현가능한 삶에 숨결을 불어넣는 것이다."라는 구절에서 나는 "아니 기껏해야 17살짜리 학생들이 저 어마어마한 문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일갈하며, 그것도 단지 시험문제로 나온 것에 대한 답변으로 영어로 적고 있다"라는 사실에 경악하며, 과연 그들이 저 문장의 무게나 그 엄밀함의 세계를 1%라도 가슴속에 담고 저 말을 할까?...라는 점에서 말이다. 단지 지적허영, 또는 입시문제의 답안으로써 소비되는 지식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하는 말이다.

5. 나오며...

나는 고백컨데, 저자만큼이나 치열한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다. 그리고 그로 인한 좌절과 인생의 전환점 또한 가지게 된 사람이다. 내가 제일 현 대한민국의 병폐..라고 보는 것중 하나가 "맹모삼천지교" 라는 어이없는 대목이다. 내 아이에게 만큼은 좋은 거 보여주고, 내가 하지 못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하며, 그것이 부모로써의 도리...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한 가지 묻고 싶은 지점이 있다. "도데체 왜?..그렇게 해서 아이들에게 무엇이 남는가?"라는 질문말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하더라도 나의 욕망의 투영 대상으로 내 아아를 바라보고, 그렇게 조정해가며, 그 아이의 한 인간으로서의 인격을 무시한 채, 자신들의 가치를 주입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하는 질문말이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삶과 꿈이 있다. 설령 그것이 내 기대와 다르더라도 인정해주며, 같이 공감하고, 또는 비판하며 같이 살아가는게 사람으로써의 옳은 자세아닐까...오늘도 지쳐서 살아가는 그들을 위로하며 이 글을 마친다...당신은 정말 당신의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가?...

#다산북스 #하버드22학번 #대한민국교육 #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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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이커머스의 역사 - Since1996 현직자의 인사이트로 살펴본 IT 플랫폼 26년사
이미준(도그냥)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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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02 : 대한민국 이커머스의 역사, 이미준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힘니다...

1. 들어가며...

모름지기 "역사"를 들춰본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늘 흥분된다. 세상 모든 것에 발생사가 존재하고, 이를 탐구하는 것은 마치 지식의 세상이라는 잔잔한 호수에 또 하나의 돌을 던져 파문을 일으키는 것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생존"이라는 대전제에 매몰되어 정말 숨 돌릴 틈 없이 달려온 대한민국이라는 이 땅에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이커머스(저자의 견해에 따라 온라인 상거래를 지칭)들이 등장하고, 사라졌는지 한번 멈추어 바라보는 이 책은 나름의 가치가 있는 듯하여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2. 저자의 의도...

이 책의 저자는 일선 현장에서 이커머스의 기획 및 구축 실무를 담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동안의 대한민국 이커머스 흥망사를 다루고 있다.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속도에 목숨을 거는 민족아닌가..."라는 문구처럼 무수히 많은 이커머스의 흐름을 크게 구분하여 제시하고, 그동안의 업적을 분석하며 향후 이커머스의 흐름에 밑거름이 될 지표들을 제시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하겠다..

3. 책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

역시 역사는 "연표"만이 남는다...라고 누가 했던가...일일히 나열하기도 힘든 사건사고들을 나열하기 보다, 큰 흐름을 제시하고 그 맥락안에서 개별 사건들을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에게 이정표를 제시하는데에 이거만큼 좋은 것도 없으니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저자의 "이커머스 연대기 연표"는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으며, 저자 자신 또한 이를 인지하는듯 책의 도입부에 전면 배치한 게 가장 눈에 띈다.

또한, 내용의 흐름상 무차별적으로 등장하는 웹용어 (주로 미국의 언론이나 업계에서 통용되는) 들이 낯선 해당 영역의 전문지식이 부족한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해설을 달고자, 중간중간 해설코너 (사진참조)를 다루는 친절을 베푼게 눈에 띈다. 다만, 저자가 언급하였듯이 이 책의 기본 틀은 온라인 강의를 기본으로 하였으므로, 그 틀에서 아마 시도된 것이라 추측된다. (일반적으로 보통의 서적들은 각주나 미주로 처리하는데, 이게 잘못하면 가독성을 헤치는 안좋은 결과로도 이어지는 단점이 있다.) 아마 업계에 대한 통섭적인 지식을 단기간 내에 습득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4. 내가 느끼는 아쉬운 부분...

이 책의 가장 장점인 "연표"가 아직은 좀더 수정 보완되어야 마땅할 것으로 생각된다. 디테일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름지기 연표는 큰 맥락을 제시해야 하므로 디테일을 좀더 간략하게 하고, 큰 흐름을 강조하면 보다 더 한눈에 들어오는 좋은 시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내가 생각한 연대기의 순서는 태동기 / 성장기 / 격변기 / 완숙기..라고 큰 가제로 꼽아보고, 각 제목에 맞춰 세부 분절을 하면 어떨까..하는 제안을 해본다. (그러고보니 마치 연대기가 공룡의 연대기 구조를 연상케 하는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쥬라기 시대의 각 초기, 중기, 말기가 나뉘듯이 말이다..)

또한 역사는 엄밀히 말하면 그것을 기록하는 "사관"의 시점에서의 서술이 어떻게든 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이 책에서도 여실히 증명된다. 이커머스의 개발 및 기획자인 저자의 입장에서 이커머스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사회적, 법적 규제를 은근히 못마땅해 하는 것이 느껴진다. 허나 여기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한다는 것 또한 저자는 받아들여야 한다. 일례로 나는 아직도 "새벽배송"의 편리함에 죄송한 마음이 든다. 내가 편히 쉬고 자고 있는 동안에도 누군가는 일을 해서 내가 편의를 누리지만, 과연 내가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고 있는지 의문이여서 밀이다. 저자가 지적하듯히 유난히 까탈스럽고 변덕스러운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 서비스를 무한정 개발할 수도 있지만, 그로 인해 소외되고 가뜩이나 열악한 노동 환경에 또 하나의 짐을 얹어주는 건 아닌지 배려를 하는 여유가 있으셨으면 좋겠다...

5. 나오며....

저자가 지적한대로 대한민국은 그 특유의 "유별남"이 존재한다. 트렌드에 민감하면서도, 충성도를 보여줄 때가 있다가도 가차없이 변심하는...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그 역사적 연원을 일일히 이 리뷰에서 언급하지는 않겠다. 저자는 그런 상황을 전제로 깔고, 이제까지의 대한민국 이커머스 역사를 반추하는게 목적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성공적이라 말해도 될거 같다. 짧지만 강렬하게 변화해온 이 세태를 정리하려는 시도는 높게 사며, 앞으로도 진화하는 양상의 과정을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알려주면 고맙다는 말을 끝으로 그동안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대한민국이커머스의역사 #이미준 #초록비공방 #도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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