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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와 천재 - 루소부터 히틀러까지 문제적 열정의 내면 풍경
고명섭 지음 / 교양인 / 2024년 1월
평점 :
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101-24-03 4 광기와 천재. 고명섭 저, 2024
서평단 및 출판사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도서협찬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1. 들어가며...
"우리는 모두가 (어느 면에서) 정신병자다..." - 만프레드 뤼츠
위 문구는 독일 심리학자 만프레드 뤼츠 Manfred Lutz 의 도발적인 어록이다. 물론 문자 그대로 우리 모두가 정신병적인 병리학적 증상이 있다라기 보단, "정상과 비정상"의 차이는 학문적으로 결정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는 문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만큼 인간의 심리나 감성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잣대를 들이밀기가 어려운 측면이 많다는 이야기이다.
통상적으로 우리가 어떤 인물을 "천재적이다"라고 평하는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 무엇이 한 사람을 모두에게서 돋보이게 하는 것인가. 과학자라면 어떤 이론의 유효함, 인문학자라면 보다 더 우리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는 혜안, 예술가라면 즐거움을 주어야 할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것들을 가능케 할 것인가를 생각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건 "사고"의 전환내지는 남다른 방향성 아닐까?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을, 흔하게 다루는 방식으로 남들에게 제안한다면, 아마도 그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다르게 다가오기는 힘들 것이다. 무언가 남다름이 있으려면 그 "독특함의 유효성"이 존재해야만 마땅할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사고가 가능한 사람들은 적어도 일반인들과 동일한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다시말해 사고의 방향이 남들과 달라야 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조금 전에 거론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가 문제가 된다.
과연 그들에게, 그러한 사고가 가능한 그들에게 일반인의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짐작하기 쉽다. 예를 들어, 그 유명한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화가이자 발명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자신이 관찰하고 분석한 모든 것들은 자신의 수기 노트인 codex에 남겨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알려진 노트의 많은 필사와 드로잉들은 지금도 예술적 가치와 학문적 놀라움을 전해주고 있다. 그런데 그 노트의 구절에 보면 매우 일반인들과 다른 통찰을 보여준다. 이는 지금에 와서 봐도 놀라울 정도라고 평가받는데, 당대의 일반 대중들에게는 이해될 수 없는 광인의 기록으로 비쳐지지 않았을까?
이렇듯 남다른 비범함을 사고하는 사람들은 종종 일반인들에게 이해되기 어렵다. 그래서 광기에 찬 천재의 모습은 매우 흔하게 그려지는 그들의 이미지이다. 그러나 그 광기의 내면에는 사고의 남다름에서 기인한 것들이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두 가지의 면은 실은 하나의 모습인 것이다. 이 책에서도 흔하게 관찰되는 이런 모순의 상황들을 우리가 잘 아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고, 이는 그동안의 업적에 가려진 그들의 내면의 모습을 보는 좋은 기회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2. 저자의 의도...
이 책의 저자 고명섭 작가는 전작 "생각의 요새"에 이어 지속적으로 철학에 대한 사유와 이를 소개하는 중견의 작가이다. 이번 작품은 2007년에 발간한 자신의 작품을 다시 재가공하여 발표한 작품이다. 기존 작품과 일관되게 작가 자신의 문제의식에 따라 철학자, 사상가, 정치가들을 분류하고 그들을 하나의 주제의식 아래 묶어낸 작품이다.
이번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은 특정 인간의 사유와 행보의 흐름이 보이는 "모순"이다. 누구도 완벽할 수 없는 우리 인간들의 삶에서 모순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인가보다. 통상적으로 추앙받는 위인들의 개인사를 들여다보면 적잖이 모순점들을 파악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어떤 비판의 지점을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생애와 그 사람의 사고는 반드시 일치하기 어려우며, 역사는 그 불일치하는 지점을 용납한다. 이 책에 거론되는 인물들은 인류의 지적 흐름에 적잖이 족적을 남긴 사람들이며, 그들의 유산은 지금도 찬란히 빛나고 언급된다. 그러나 한가지 깨달은 것은 그 사람의 도덕성과 업적을 반드시 일치시켜서 보는 의식은 확실히 문제점이 있다. 그 어느 누구도 모든 면에서 도덕적일수는 없으며 (심지어 그 당시의 도덕률과 지금 현대의 그것이 일치하지 않기도 하고) 그가 남긴 유산으로 오롯이 평가받아야 마땅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지점에서 작가의 문제의식과 나는 동조하는 지점이 존재하며, 다만 이 책에서 언급하듯이 그러한 것들이 사유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는 따져보아야 할 문제이다. 저자도 이 점을 머릿말에서 분명히 밝히고 있으며, 이 책을 시작하고 있다.
3. 인상적인 부분...
먼저 눈에 띄는 이 책의 특징은 선정한 인물들의 격상 내지는 격하를 위한 비판이 아니라는 점이다. 평생 아비의 역활을 거부한 장자크 루소, 오로지 자기 증명에 매달려 거대한 철학의 반추 지점을 만들지만 이내 스스로 부정하는 비트겐슈타인, 그리고 너무나도 그 악명이 높은 히틀러까지... 모두가 작가의 눈에서는 인물들의 개인사가 사유에 미치는 과정을 추적하고, 거기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지점을 포착하려 한다. 그리고 그 결과물들이 어떻게 평가받을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도 빼놓지 않고 더한다. 이는 기존의 우리가 가지고 있던 이 사람들의 이미지에 대해 다른 각도의 조명을 제공한다. 그냥 한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그 순간의 과정에 몰두한 사람들이었고, 훗날 그것이 인류 역사에 남는 발견이었을 뿐, 그것이 마치 신의 권능도, 악마적 재능도 아닌 것임을 따라가는 것이다.
또한 인간적인 부분을 드러냄으로써 이 사람들이 고민했던 지점을 같이 관찰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그들이 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는지를 충분히 납득시키고 있다. 사실 선정한 인물들의 면모를 보면 하나같이 자신의 영역에서 거대한 족적을 남긴 위인들이다. 한 사람만 특정해서 다루어도 지면이 모자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작가는 과감히 논의의 장을 자신의 주제의식에 맞추어 철저히 다루고 있다. 따라서 선정된 인물들에 대한 자세한 배경을 모른다 하더라도, 이 책에서 소개된 정도만 따라가도 대략적인 그 인물의 업적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아마도 이 거대한 인물들의 사상을 접하기 힘든 현대인들에게 이런 의도로 접근해서 소개를 할 수도 있는 접근법을 택하였다고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각 장에서 보는 인물들의 구성은 일대기에 가까우며 작가의 서술대로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한 인간의 조명된 역사를 관찰할 수 있다. 이 짧은 지면으로만 특정 인물의 모든 것을 판단이 가능하다고는 말하기 힘들지만, 이 정도의 접근으로도 저자의 주제의식은 충분히 전달될만큼 좋은 필력을 가진건 사실이다. 이 작가의 기존 작품에서처럼 최대 강점은 서술의 호흡이 매우 짧지만, 조밀해서 빠르게 독자들이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런 작가의 장점을 여전히 볼 수 있다.
4. 아쉬운 부분...
이번 작품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챕터를 나눈 기준이 여전히 자의적이고, 각 장의 유기적인 구성은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각 장의 챕터가 독립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어,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전체 책을 다 읽고 나서 전체적인 주제의식을 느낄려면 이 인물들을 다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좀 힘들수도 있다는 말이다. 즉,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있고, 저자의 의도를 눈치챌만큼 독서의 수준이 되지 않은 독자라면, 그냥 각 소 챕터별로 단절된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또한, 소개하는 인물들의 업적에 비해 제한된 분량을 할애한 바, 실제 각 인물들의 발언이나 인용은 직접보기 어렵다. 루소의 경우, 그 사람의 주장에 동조하는지와 상관없이 명문장으로 유명하며, 실제 그 문체에 매료된 독자들도 적지 않다. 카프카 또한 독특한 서술의 구조를 자랑하는 작가이니만큼 원전의 어떤 것들을 직접 독자가 보지 않으면, 저자의 소개대로만 피상적으로 받아들일수 있는 여지가 있어 아쉬운 대목이다. 그렇지만 지면의 관계상 원전의 구절이나 인용을 넣는다면 엄청난 분량으로 말미암아 독자들의 의지를 꺾었을거라는 판단을 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따라서 이러한 점은 양해를 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도 보인다.
5. 나오며...
다시 우리의 문제로 돌아오도록 하자. 당신이 살아가면서 모든 사고가 일관되게 진행되어 간다고 확신하는가? 살아오면서 오점 하나 없이 매 순간 최적의 판단을 한다고 자신하는가? 아마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요즘 각광받는 AI에게나 해당될법한 이야기일 것이다. 인간은 생애 전반에 걸쳐 많은 모순된 상황에 직면한다. 설령 자신의 주관대로 살아간다 하더라도 자신의 소신대로만 결정을 내리는 것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여기 이 위인들도 마찬가지이다. 한 인간이었고, 사고의 남다른 지점이 있지만 그들도 매일 똑같은 상황에 직면해서 삶의 투쟁에서 살아갔을 것이다. 그들의 남겨진 업적이 거대하고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다고 해서 그들이 생애 전반에 그렇게 살아왔다고 보는 것은 과도한 추측이다. 그들도 한 인간으로서, 그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안고 살아가는 사회인으로서 내릴 수 있는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는 먼 훗날 지금 우리를 바라보는 후세도 아마 같은 생각으로 우릴 판단할 것이다.) 다만 그들이 남긴 유산들을 우리는 계승하며 우리의 자산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단지 그뿐이다. 그들을 신의 위치로 놓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그들의 업적을 외면하고 폄하할수도 없는 것이다. 남다른 사고를 한 그들을 한 인간으로서 조명한 이번 작품에 공감하고, 이 기획을 한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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