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워, 오케스트라
안지연 지음 / 이분의일 / 2022년 9월
평점 :
품절


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05 : 반가워, 오케스트라!, 안지연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1. 들어가며...

올 봄이던가? 집근처의 지역 문화센터에서 "왈츠"를 주제로 한 클래식 공연을 보게 된 일이 있었다. 지역구민을 대상으로 한 공연이라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간간히 해설도 겸해서 진행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기억한다. 커튼이 오르고 첫 곡으로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박쥐 서곡"이 나오면서, 흥겨운 리듬으로 연주를 마친 후에 의례히 나오는 그 적당한 정도의 박수가 나오고 지휘자 분이 마이크를 잡았다. 정적이 잠시 흐른 뒤 나오는 그의 첫 마디가 "박수 크게 치셔도 되요...원래 비엔나왈츠 축제의 축하공연에서 이 곡이 나오면 사람들이 기립으로 열광하는 곡이거든요! " 라고 너스레를 떠시는 모습을 보며, 순간 청중의 실소가 나왔던 광경이 떠오른다.

우리에게 클래식 공연은 과연 어떤 느낌일까? 잘 차려입고 점잔을 빼며 엄숙한 가운데, 긴장하며 봐야하는 의식? 아니면 누가 타켓을 얻어줘서 어쩌다가 가는, 나랑 상관없는 따분한 공연?... 클래식 애호가들은 아시겠지만 영국에서 매년 열리는 BBC PROMS(세계 최대의 클래식 페스티벌)를 보면 답이 나올거 같다. 그 축제 영상들을 보면 클래식은 누군가 특정 계층만이 향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누구나가 즐겁게 즐기고, 때로는 환호하며, 깃발도 흔들면서 웃는 삶의 문화가 아닐까 싶다. 꼭 예의를 차리고, 무언가 있어보이는 듯하며, 또한 당체 이해가 안되도 교양인의 체면을 위해 억지로 즐기는 그것이 아니란 말이다.

우리가 웃고 울고, 사랑을 속삭이거나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비통한 순간에 같이해 왔던 친구가 클래식인데(적어도 서구권에서는), 우리는 친해질 기회가 그동안 없던 생면부지의 낯선 이를 어느날 갑자기 우리 곁에 두고, 주변에서 왜 걔랑 친하게 못지내? 라고 탓하는 분위기가 딱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이다. 왜 걔랑 친하게 지내야돼? 라고 묻기보다 일단 먼저 곁에 두고 싶고, 천천히 알아가며 친숙해져서 결국에는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듯이, 우리에게 아직도 낯선 오케스트라 공연을 쉽게 다가오게 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 책을 저자가 발간했고, 평소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사는 나에게도 매우 동의가 되면서 와닿는 부분이 있는 시도였다. 

2. 저자의 의도...

이 책은 고전음악을 전공하고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일을 업으로 가진 저자가, 위에서 밝힌데로 여러 현장에서 접하게 되는 클래식에 대한 오해들과 선입견들을 타파하고 좀더 친숙하게 하고자하는 "입문서"에 가까운 책이다. 고로 처음부터 무지막지한 용어나 위압적인 썰을 풀기보다는 분량도 적고 가볍게 독자들이 읽을 수 있도록, 그러면서도 궁극적으로 느낌을 공유하고 싶은 곡들을 주제에 맞게 추천하고 있다. 

3. 인상적인 부분...

일단 우리의 기억을 되살려 보자. 분명 우리는 중고등학교 시절, 음악시간에 한두번쯤은 접해본 경험이 (아마도 시험을 보기 위한 또 하나의 짐? 으로)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새 그때의 지식은 금방 휘발되고, 살아가면서 각종 미디어를 통해 흘러나오는 주옥같은 멜로디의 클래식 곡들을 파편적으로나마 접하게 되는 것이 아마 대부분의 경험일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독자들에게 복잡하고 추상적으로만 느껴질 수 있는 오케스트라 연주의 기초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각 악기들의 포인트에 따라 크게 악기별로 카테고리를 분류하여 친절하게 소개한다. 다만, 책에서도 언급하듯이, 굳이 미주알 고주알 설명하기 보다는 "우리 엄마가 저한테 소리 지를 때의 모습 같아요!"라고 친숙하고 직관적으로 그 느낌을 전달하는데 주력하고 있고, 저자의 영리한 선택에 깊이 공감하는 바이다. (가끔 FM라디오 채널에서 나오는 경직되고 딱딱한 곡소개가 아니다!)

또한, 각 단락의 끝자락에 "지극히 개언적인 추천곡"이라는 챔터로, 해당 단락에서 저자가 느끼고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가장 잘 담고있다고 생각하는 곡들을 나열하고 있다. 곡중에는 개인적으로도 반가운 곡들도 있고, 미처 접해보지 못한 곡들도 찾아서 들어보면 내용이 수긍이 가는 대표적인 곡들을 잘 선정하여 눈길을 끈다. 아마 이 책을 읽어본 독자들 또한 이 부분을 가장 매력포인트로 삼지 않을까 추측이 간다.

마지막으로 직접 공연장에 가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책의 마지막 파트에 친절하게 자신만의 노하우나 꿀팁을 소개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공연장을 찾게 만들고 싶어하는 저자의 마음이 엿보인다. 사실 유투브만 검색해도 수없이 많은 연주와 아예 모 레코드 레이블에서는 "클래식 구독 서비스"까지 런칭한 이 마당에 굳이 공연장을 가야만 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수도 있으나, 이 부분은 나역시도 한번 직접 경험해 보시라 말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마치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 서비스가 편리하게 자리잡고 있지만, 우리가 극장에 어떤 기대를 하고 갈 때의 그 흥분에 비견된다고도 말을 할 수 있겠다. 그런면에서 저자와 나는 일종의 "동지의식?" 같은 부분을 느낄 수 있어 흥미로웠다.

4. 아쉬운 부분...

사실 이 책은 음악교과서도 아니고, 이미 다량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그냥 가볍기만 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저자의 의도대로 입문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부담없고 최대한 편하게 접하기 위한 책이므로 더 기대를 하시는 독자분들은 다른 서적들을 참고하시면 될거 같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책의 하이라이트인 추천곡 리스트를 좀더 시각적으로 일목요연하게 만들었으면 어떨까하는 점이다. 워낙에 요즘 사람들은 직관적으로 와닿는 컨텐츠에 열광을 하는 경향이 있고, 대부분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보게되는 UI에 익숙할테니 그에 걸맞게 장식만 해준다면 아주 금상첨화일듯하다. 

5. 나오며...

이 책의 진가는 책을 다 읽고난 지금부터 일것이다. 이 책에 이끌린데로, 각 개인의 취향에 따라 더 찾아서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유투브 등의 영상을 찾아보게 될 것이다. 그 다음은 직접 연주자들의 생생한 전달과 호흡을 느끼기 위해 공연장을 찾게 된다면, 저자의 의도가 성공적일 것이고, 개인적으로 그런 문화적 소양이나 취향을 거침없이 주변과 공유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의외로 요즘 주변의 지자체 문화지원 사업이나, 상업적 공연도 관심있게 지켜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꽤나 잘 구비가 되어있다.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면 훨씬 수월하게 공연을 접할 기회가 생각보다 많으니, 당장이라도 실행해 보시길 바란다. 끝으로, 같은 동지? 로써 좋은 시도를 한 저자에게 약소하나마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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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half.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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