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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로니아 찬가 ㅣ 에디터스 컬렉션 16
조지 오웰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12월
평점 :
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101-24-03 : 카탈로니아 찬가. 조지 오웰 저, 2023
서평단 및 출판사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도서협찬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1. 들어가며...
당신은 "내전 Civil War"에 대해 아는가?
인류가 문명을 이루기 전후로 분쟁의 역사는 늘 있어왔고, 필연적으로 그 투쟁의 방편에서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정치적 이유이건 경제적 이유이건 대립하는 당사자들 간의 화해와 조정이 불가능하면, 결국 남는 것은 "힘의 논리"였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곳곳에서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걸 쉽게 목격할 수 있지 않은가... - 아마 영원히 사라지는 것을 바라는건 너무 순진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
있어서도 안되고, 있게 되면 그 참상의 끔찍함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전쟁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추악한 전쟁은 "내전"이라고 역사가들은 종종 지적한다. 어제까지 우리편인 그들과 오늘은 갈라서 생사를 다퉈야하는 그 특유의 속성때문에 전쟁사에 있어서 내전만큼 추악한 전쟁은 없다고들 말한다.
전쟁은 생과 사를 가르는 중차대한 기로의 문제이다. 따라서 적과 나와의 투쟁에 대한 정당성 부여는 모든 전쟁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다. 싸워야만 하는 이유를 우리편에게 납득시키지 못하면, 일단 전쟁 수행 의지를 꺾고 들어감은 물론 전쟁 중의 모든 감정적(도덕성을 포함) 상황을 감당할 수 없다. 따라서 전쟁의 기획자 - 내지는 입안자 - 들은 전쟁의 당위성을 우리편에게 주입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게 마련이다. 다시말해, 적과 나를 구분하고, 그 싸움에 대한 명분을 제공해야만 하는 것이다. 여기서 그 비극이 시작이 되는 지점이다.
어제까지 나와 다르지 않은 그들을 타자화시켜야 하고, 감정의 이입대상이 아닌 투쟁의 대상으로 전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이데올로기적, 종교적, 경제적 등의 이유를 들어 그들을 "타도의 대상"으로 전락시켜야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작은 차이점도 놓치지 않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명분을 제공하지 위한 선동이 작동하게 되고, 어느 것 하나라도 대중들에게 먹혀들어가면 그때부터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됨을 우리는 역사에서 익히 잘 보아왔다.
이와 같이 추악한 전쟁의 이면을 모두 담은 "내전"이야말로 인간의 비극이 어디까지 나락으로 떨어지는지 보여주는 장일것이다. 이 땅의 6.25 전쟁도 그중 하나였으며 그 후유증을 지금도 청산하지 못한채 이렇게 대치하고 있지 않는가? 이와 유사한 사례로 들만한 20세기의 전쟁 가운데 "스페인 내전"을 들 수 있다. 우리와 지리적으로 먼 나라의 이야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세계사에서 스페인 내전의 의미는 조금 다르다. 왜냐하면 한 국가의 내전이라고 한정하기에는 너무나 특이한 지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먼저 표면적으로는 파시즘과 공화파와의 대립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이념의 대립이 정말 다채롭다. 공산주의를 비롯 아나키즘, 공화주의 등 20세기를 수놓았던 대표적 이념들로 세례를 받은 정치 세력이 "의용군"형태로 참전했기 때문이다. 둘째로 파시스트 정권을 지원한 독일, 이탈리아와 공화파를 지원한 소련간의 대립이 이후 엄청난 파국을 불러올 "2차 세계대전"의 전초전 격인 꼴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치는 여기서 신무기의 성능 시험이나 실전 능력의 축적을 통해 이후 2차 대전의 초석을 쌓게된다.)
여기서 특이할만한 점은 파시스트 세력들의 막대한 지원에 맞서 전 세계 각국에서 "의용군" 형태로 정말 다양한 세력들이 참전했다는 것이다. 한 나라의 내전, 즉 집안싸움을 두고 국제전의 양상을 띄게 된것도 모자라, 자발적으로 맞서 싸우는 의용군의 명분을 내세우게 되었다는 지점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많은 학자들이나 매체들이 이 지점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았고, 지금 소개할려는 조지 오웰의 책, "카탈로니아 찬가'도 대표적인 작품으로 우리에게 기억된다.
2. 저자의 의도...
저자인 조지 오웰 George Orwell 은 "동물농장", "1984"들의 걸작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이다.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영국 작가들중에 단연코 상위권을 자랑하는 작가이며, 그 특유의 냉소주의와 비판적인 문체로 많은 사랑을 받은 작가이다. 이 작품, 카탈로니아 찬가는 비교적 초기작으로써 본인이 직접 의용군으로 참전하여 느낀 점을 르포 형식을 빌어 발간한 작품이다. 따라서 책의 곳곳에서 생동감있고, 현실적인 묘사가 돋보이며, 저널리스트 경력에 맞게 각국의 정세와 이해 관계, 그리고 반응들을 다각도로 보여주며 이 전쟁의 참삼을 알리는데 널리 기여한 작품이기도 하다.
조지 오웰의 정치적 성향은 흔히들 반파시스트, 반자본주의 성향으로 분류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리버럴리스트, 즉 자유주의자에 가깝다고 평하고 싶다. 그 이유는 작품 세계에서 보여주는 전체주의 - 파시즘이나 사회주의를 포함하여 - 에 대한 극렬한 냉소 및 비판의 지점이 그 이념적 모순이나 실현 가능성에 기초한 비판이 아니라, 전체적인 권력의 집중으로 인한 모순의 상황들을 주로 비판하는 지점때문이다. 이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에서도 그 맥락을 같이 하는 지점이 발견된다. 즉, 거대 독점 자본주의의 횡포에 맞서 합리적인 지점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고 나아가 사회적으로도 견제해야 함을 피력하는 부분에서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오웰은 "거대한 권력의 횡포"를 가장 견제하고 이를 비판하는데 평생을 바쳐왔다고 말하고 싶다. 이 작품에서도 그런 성향을 숨기지 않으며, 이 작품의 성공 이후로 자신의 방향성을 확고히 하고, 이후 언급한 명작들을 쏟아내게 된다.
3. 인상적인 부분...
이 작품 카탈로니아 찬가의 가장 큰 미덕은 그 생생한 현장감에 있다. 피상적으로 멀리서 바라보며 비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부에서 치열하게 전개되는 다양한 구조적 모순을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바데로 정리하고 있다. 당시 의용군은 정말 이념의 스펙트럼이 다양하여, 지금에 와서 보면 화합하기 불가능할 정도의 세력들이 의용군의 간판 아래 함께 공존하는 기이함을 보인다. 그러므로 그 수면 아래서 벌어지는 세력 간의 대립과 모순은 정말 다양했고, 조지 오웰은 이를 놓치지않고 이 작품에서 낯낯히 기록한다. 공산주의자 내에서도 볼셰키비 주의자들과 트로츠키 파와의 해묵은 갈등, 아나키스트들의 일당 독재에 대한 공격, 공화주의자들의 현실적인 무능함들을 가감없이 그려내며 한낱 "혁명"의 이름으로 가려진 이들의 비현실주의를 아주 냉소적으로 조롱한다. (훗날 이 지점은 논란의 대상이 된다.)
또한, 앞서 이야기한 모순의 모습을 드러냄에 있어 "블랙 코메디"의 형식을 차용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일단 제목부터가 스페인 내전의 참혹함을 명징하게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외면당한 카탈루냐 지방을 빌려 "카탈로니아 찬가"라고 쓰고 있다. 이 모든 모순점들을 드러내며 모든 투쟁의 명분을 시궁창으로 끌고한 그 현실에 대해 찬가라는 반어법적 수사를 쓰고 있는 것이다. 책의 곳곳에서도 지극히 냉소적으로 조롱하며, 쓴 웃음을 짓게만드는 대목을 의도적으로 배치한 흔적이 포착된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내전의 추악하고도 비참한 현실에 대비하여 웃음을 잃지 않게되는 비극적 모순을 작가의 의도에 따라 느끼게 된다. 실제로도 이 책을 읽는 나를 포함하여 많은 독자들이 "재미있다"라고 표현할만큼 그 의도는 명백히 관찰되며,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신문 저널기자 출신답게 그 당시 각국의 반응과 의의를 아주 생생하고도 다채롭게 분석하고 있다. 실제 스페인 내전에 대해 사전 지식이 없다라더라도 이 책의 부록으로 분류된 챕터만을 읽어보면 그 당시의 분위기를 능히 짐작하게끔 잘 정리해놓았다. 다만 초판본에 이 챕터는 중간의 한 장으로 기획되어서 출간되었지만, 위에서 언급한 블랙코디디로 점철된 내용의 흐름과 너무도 상충하여 작가 본인도 이를 못마땅해 한 나머지 재판본에는 따로 분류하여 실었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이 장은 이 책의 주된 의도와 상관없이 생략되거나, 따로 존재할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지 오웰은 반드시 이 장을 포함시키고자 했다. 개인적으로 그 이유를 추측해 보건데 일종의 "부채 의식"이 작용하지 않았나 보인다. 다시말해 자신이 목격한 그 참혹한 현장을 단지 희화화한다는 비판의 여지를 작가 본인 스스로도 감지하고,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반드시 이 장이 필요했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 그럼으로써 직접 체험한 동료들의 비참한 죽음에 대한 마음의 빚을 털어낼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4. 아쉬운 부분...
작품의 재미로만 보면 이 카탈로니아 찬가는 충분히 그 역활을 다한다. 적덩히 위트도 있으며, 지적이고 냉소적인 거리감도 유지할 수 있으니 밀이다. 그러나 스페인 내전은 그 비극의 참상이 우리가 생각하는것 이상으로 깊다. 이 전쟁 이후 프랑코 총통은 완전히 정권을 장악하고 무려 40년 가까이 철권을 휘두르는 독재 정권을 수립한다. 이후 무수한 학살과 탄압, 부정부패는 두고두고 스페인을 잠식하며 지금도 이 당시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의 문제는 조지 오웰의 작품에서 과연 희화화될 정도의 문제인가라는 지점은 여전히 논란을 낳고 있다. 만일 누군가 우리 한반도에서 벌어진 6.25의 비극을 블랙 코메디로 다룬다면 과연 당신을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마찬가지의 정서적 반응이 당연히 지식인들 사이에 존재했고, 특히 진보진영의 공격은 매우 극렬했다. 물론 이것은 단순히 문학작품이고, 예술의 영역에서 다루지 못할 것은 없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나 큰 피를 흘린 사건이다. 따라서 이 지점의 비판은 조지 오웰 본인이 피할 수 없는 지점이고, 작가도 두고두고 고민했다는 여담이다.
또한 이 책에서 주된 분노의 지점인 "혁명"의 모순에 대해 나는 반드시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실제로 조지 오웰은 이 작품 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 - 동물농장 같은 - 에서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해온 경력이 있다. 합리주의적이자 현실주의자인 오웰의 특성 상, 혁명의 전후에 벌어지는 많은 일화들은 상식적으로 모순덩어리로 보이는게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치밀하게 계산하고, 냉정하게 그 명분을 따져 대처함으로써 보다 그 현실 가능성을 높인다면 그 대의적 명분이 좀더 높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은 그의 논리대로라면 타당한 지적일 것이다. 그러나 내가 동의하지 않는 지점은 결코 혁명은 그렇게 계산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초에 혁명이란 구 체제의 모순에서 비롯되며, 그 모순으로부터 켭켭히 쌓인 "감정"의 지점으로부터 그 힘을 얻게 된다. 즉, 도저히 지금의 현실로는 내 삶이 망가진다는 느낌을 참을 수 없을때 비로소 안정을 깨고, 변화의 길을 택하는 것이다. 따라서 혁명은 정치적 "감정"의 극단적 표현이 반드시 수반될 수 밖에 업고, 이는 예측이 가능한 영역이 될 수 없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이유로 촉발되어 어떠한 모습으로 전개되어갈 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실주의적인 비판은 결과론적인 것이지, 그 당시의 유효한 주요 담론으로 채택되기 어렵다. 당장의 정치적 감정을 쏟아낸 대중들에게 비젼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냉소적 비판을 가한다면, 대부분 외면해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5. 나오며...
이제 우리의 현실로 돌아와보자. 스페인 내전의 상흔은 지금도 스페인 사회에서 큰 사회문제로 여전히 남아있다. 혼란의 와중에 벌어진 대규모 학살과 이후 이어진 기나긴 독재,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많은 부정부패와 또다른 인권 탄압의 문제는 덮고 넘어가기에는 너무나 그 상처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나긴 세월동안 이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채, 스페인은 이른바 "침묵의 협약"으로 조용히 망각을 택했다. 즉, 지금은 해결할 수 없으니 일단 잊자는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를 말하고 싶어하고, 그 피해 당사자들의 기억은 지속된다. 위에 올린 그림처럼 스페인 내전 중 벌어진 게르니카 학살의 참상을 피카소가 작품으로 표현하여 지금도 추앙받는 명작으로 그 기억을 담아내고 있으니, 그 상흔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이 땅의 현실 또한 너무나도 닯아있다. 해방 이후 극렬한 좌우 대립이 남긴 끝없는 폭력의 역사와 급기야 6.25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생사를 가르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겪었다. 게다가 그 당시 벌어진 많은 학살들은 여전히 대중들에게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며, 지금도 좌우대립의 구시대적 모순이 지속되고 있다. 일례로 제주 4.3 사건의 경우, 그 참혹함은 스페인 내전을 능가함에도 여전히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서야 국가가 그들을 기리기 위해 추모공원을 설립하고, 몇몇 뜻있는 학자들이 그 참상을 고말하는 학술 자료들을 발간하고 있지만, 내가 본 기록들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만일 당신이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정부가 발행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기록을 참고하면 나의 이 지적이 왜 유효한지 금방 확인할 수 있다. 너무나도 그 기록이 참혹하여 차마 지면에 필설할 수 없을 정도의 참혹함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도 스페인의 그들처럼 망각의 길을 택했다. 그리하여 똑같이 역사의 장에 그 상처를 그냥 안고 가는 모순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나는 과연 이 미봉책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가늠할 수 없다. 세월이 흘러 보다 더 자유로워진 세상, 또 지금의 기억을 보다 더 거리를 두고 다룰 수 있는 세대가 지금 우리가 잊기로 한 이 사건들을 보면서 그걸 망각하기로 한 우리들을 무어라 평가할지 두렵다. 훗날 이 조지 오웰처럼 누군가 우리는 냉소적으로 비아냥대는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한번쯤 생각해야 한다고 느끼며 이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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