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22학번
구하비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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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04 : 하버드22학번, 구하지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힘니다...

1. 들어가며...

하버드 Harvard...누군가에게는 꿈의 만신전이자, 이상향인 이 곳으로 대표되는 소위 미국 명문대학들은 지금도 자신들만의 철옹성을 쌓고 세간의 평을 묵묵히 의식하지 않은 듯, 유유자적하게 서있다. 그와는 무관하게 유난히도 극성인 이 땅에서 저 대학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투영하는 대상으로 자리잡은거 또한 사실이다. 누군가 그러더라..."인간의 욕망이 꿈툴대는 곳에 시장이 존재하고, 그 시장을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과 통제가 국가 기능의 한 단편이 아니겠냐"고...고로 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소위 "외고"로 대표되는 기형적인 교육시스템은 오늘도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의 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허나 나는 지금도 말한다. 그 "시장"이라는 곳이 절대로 침범해서는 안되는 마지막 보루 중에 하나가 "교육"이라고...(물론 온갖 사교육이 판치는 대한민국에서는 내 이 주장이 공허하겠지만..) 학문은 세상과 동떨어져 존재할 수 없으나, 그 순수성과 순기능은 우리 사회가 보존해줘야 마땅할 불가침의 영역이라고...(그런 면에서 작금의 현실은 매우 씁슬하다.) 안타깝게도 이 소설은 그 전쟁터 같은 현실을 보여주는 작은 단편 영화같은 시도이다.

2. 저자의 의도...

정말 다양하게 쏟아져 나오는 K-드라마의 소재 중 최근 단골이 "상류층의 뒤틀린 욕망"이고, 이 책은 그 소재의 하위 소재 중 하나인 "사교육"을 모티브로 쓰여진 전형적인 판타지 소설이라고 평하겠다. 다만, 작가 개인의 체험 (책에서 밝힌 프로필로 추측해 보건데) 을 바탕으로, 우리 아이들의 고뇌와 방황을 좀더 자세히 묘사하고 있으며, 나아가 우리에게 "과연 이러한 경쟁의 끝은 어디이며,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3. 인상적인 부분...

첫 장을 넘기고, 중반으로 가면서 그 집단에 속해보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디테일한 묘사가 가장 눈에 띄인다. 일단 한 번 "입학시험"이라는 검증을 이긴 그 우월감, 그렇게 모인 선택된 집단에서의 또다른 경쟁의 시작과 그로 인한 좌절감, 갈등의 묘사는 나 개인적으로도 겪었던 일이라 공감이 무척 되는 부분이었다. 마치 교실에서의 권력자인 "선생"이 "반장"에게 떠든 사람 적어서 내라고 그 얄량한 권위를 위임할 때, 그 반장이 느끼는 우월감, 또는 권력의 맛..처럼 말이다. (나중에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어이없는 상황이지만 말이다.) 이런 디테일로써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이 좀더 현장감을 부여하고 있고, 그 점에서 저자의 체험은 강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인지과학"을 전공하고, 학위를 받은 저자의 배경이 투영된 구절들이 눈에 띈다. "캐치-22", "르네 지라르의 욕망의 삼각형" 같은 심리학에서 통용되는 전문용어들이 등장하고 이를 글에서의 상황에 적절히 해설하며 전개하고 있다. 비교적 사회과학의 레토릭에 친숙한 나 정도의 독자도 따로 아카이브를 찾아봐야 하는 용어들도 등장하나, 저자는 적절히 상황에 맞게 누군가의 입을 빌려 독자들에게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전체적인 소설의 형식을 추리 소설에 가깝게 진행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약간은 메마르고, 객관적으로 단서가 될 법한 사건, 용어들을 나열하고, 그로부터 이야기가 전개되는 모습이 마치 퍼즐을 맞추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따라서 저자와의 지적게임을 즐기는 독자들이라면 큰 흐름의 줄기가 느껴져, 이 소설의 읽음에 있어 막힘없이 매 페이지가 넘어가리라 생각한다. 

4. 아쉬운 부분...

먼저 저자에게 충고하고 싶은 게 개인적으로 하나 있는데, 저자와 유사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나로써도 종종 빠지는 함정이라고 믿는 "머리로만 모든 것을 이해하려 든다"라는 점이다. 사회는 공정한게 아니라, 공정한 느낌을 받는거라고 내뱉는 독설이나, 두 남녀주인공의 서로에 대한 감정, 우정, 사랑으로 치닫는 과정 또한 내눈에는 지극히 논리적인 계단을 밟고 올라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번 돌이켜 생각해보면, 위대한 작가들은 마음에 울림을 남는 문장으로써 기억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울림은 눈에 보이는 의도가 아닌, 독자의 자연스러운 감정과 사고의 흐름속에서 만들어지도록 해야 그 생명력을 부여받는다. 이런 면에서 본 작은 사회비판적인 측면에서 그 기획의도는 충분히 느껴지나, 그 결말에서의 감정선은 다소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마도 이건 저자의 주제의식의 과잉에서 비롯된 미스가 아닌가 싶다.

또한 중간중간 에세이의 소재로 나오는 수많은 용어들과 지식들에 대해, 단지 입시로서의 휘발되는 그 과정에 화가 치밀다 못해 분노가 쌓이는 지점이 존재했었다. 일례로 에세이의 모범답안으로 나온 "언어의 생명력이란, 우리의 모든 실존이고, 허구이며, 실현가능한 삶에 숨결을 불어넣는 것이다."라는 구절에서 나는 "아니 기껏해야 17살짜리 학생들이 저 어마어마한 문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일갈하며, 그것도 단지 시험문제로 나온 것에 대한 답변으로 영어로 적고 있다"라는 사실에 경악하며, 과연 그들이 저 문장의 무게나 그 엄밀함의 세계를 1%라도 가슴속에 담고 저 말을 할까?...라는 점에서 말이다. 단지 지적허영, 또는 입시문제의 답안으로써 소비되는 지식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하는 말이다.

5. 나오며...

나는 고백컨데, 저자만큼이나 치열한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다. 그리고 그로 인한 좌절과 인생의 전환점 또한 가지게 된 사람이다. 내가 제일 현 대한민국의 병폐..라고 보는 것중 하나가 "맹모삼천지교" 라는 어이없는 대목이다. 내 아이에게 만큼은 좋은 거 보여주고, 내가 하지 못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하며, 그것이 부모로써의 도리...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한 가지 묻고 싶은 지점이 있다. "도데체 왜?..그렇게 해서 아이들에게 무엇이 남는가?"라는 질문말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하더라도 나의 욕망의 투영 대상으로 내 아아를 바라보고, 그렇게 조정해가며, 그 아이의 한 인간으로서의 인격을 무시한 채, 자신들의 가치를 주입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하는 질문말이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삶과 꿈이 있다. 설령 그것이 내 기대와 다르더라도 인정해주며, 같이 공감하고, 또는 비판하며 같이 살아가는게 사람으로써의 옳은 자세아닐까...오늘도 지쳐서 살아가는 그들을 위로하며 이 글을 마친다...당신은 정말 당신의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가?...

#다산북스 #하버드22학번 #대한민국교육 #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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