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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 문명을 가로지른 방랑자들, 유목민이 만든 절반의 역사
앤서니 새틴 지음, 이순호 옮김 / 까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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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공식 북 리뷰 시리즈 201-24-37 노마드 문명을 가로지른 방랑자들, 유목민이 만든 절반의 역사, 앤서니 새틴 Anthony Sattin 저, 2024 ★★★★?

우리가 기존에 가진 유목문명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뒤집는 신선한 역작! 꽤나 흥미진진한 역사이야기여서 읽기 좋아요!
(자세한 리뷰는 프로필 링크나 아래의 링크 참조바람.
https://m.blog.naver.com/fatman78/223501716227)

2. 저자의 의도
이번 신간, “노마드”의 저자인 앤서니 새틴 Anthony Sattin 은 영국 “지리학 Geographical)”지의 편집 고문이자, 왕립 지리학회의 회원지 “콘데 나스트 트레블러 Conde Nast Traveller”의 기고 편집자이다. 이미 “젋은 로렌스 The young Lawrence”, “베일을 들어올리다 Lifting the veil”과 같은 일련의 저서들로 주목을 받은 바 있으며, 방랑 민족의 서사에 대해 꾸준히 소개를 해오고 실제로 중동에서 현지 취재도 하면서 집필을 하는 작가이다. (이 책에서도 마지막 챕터에 자신의 여행기를 담았다.)

그의 작품들을 보면 위에 말한 영화 속 로렌스 중위처럼 유목 민족에 대한 애정과 그들의 잊혀진 이야기, 그리고 학문적 연구 결과들을 대중들에게 꾸준히 설파하며 그만의 작품 세계를 인정받고 있다. 이번 신간에서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한 축으로 그 이면에 담긴, 그러나 우리가 주목하지 않거나 잊혀진 유목 민족의 역사를 과감하게 드러냄으로써 이들과의 상호관계와 기존의 현대 문명 중심의 사관이 어떻게 수정되어야 하는가를 또한번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어찌보면 따분하고, 고루한 이야기들을 기존의 관점을 뒤집어서 신선함으로 재가공하고,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우리(정주 문명) 위주로만 생각했는지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또한, 이미 고고학계의 바뀐 시선들에 따른 새로운 연구결과들을 소개함으로써 역사가 결코 정지해있는 것이 아니며 새로운 증거나 사료가 나오면 언제든지 그 서술이 바뀔 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 세 줄 요약평.
1. 정주문명과 유목문명은 내내 반복해왔다고 보이지만 실제로는 협력의 관계하에 있었다.
2. 유목문명의 잊혀진 서사는 역사학의 결점이지만 현재는 고고학의 발전으로 점점 새로운 사료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3. 어쩌면 유목문명의 소박함이 현재 정주문명의 폭주함을 극복하는 소중한 시점이 될 수 있다.
#노마드
#앤서니새턴 #까치글방 #유목민 #역사 #문명
#도서리뷰 #도서추천 #책리뷰 #책추천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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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 - 그 역사의 뿌리를 찾아서
조승옥 지음 / 글씨앗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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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공식 북 리뷰 시리즈 201-24-35 육군사관학교, 조승옥 저, 2024 ★★★?☆

우리 한국군의 심장부! 그러나 사랑할수만은 없는 과거사를 가진 애증의 존재 육사! 그들의 역사를 내부자(육사 교수)에게서 들어보는 좋은 기회!
(자세한 리뷰는 프로필 링크나 아래 링크 참조바람.
https://m.blog.naver.com/fatman78/223472969166)

2. 저자의 의도.
먼저 이번 신간, “육군사관학교”의 저자인 조승옥 교수는 “육사 21기”로 임관하여 육사 교수 요원(육사에서 외부 기관으로 위탁 교육을 위해 선발하는 제도)으로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육사 철학 교수로 임명되였다. 이후 월남전 파병 등 군의 주임무도 수행하면서도, 서울대 대학원을 마치고 2003년 최종 전역하기 까지 육사 철학 교수로 재직해온 이력을 가진 육사 내부의 인물로 분류할 수 있는 분되시겠다.

여기서 잠시만 저자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역사적 맥락을 돌이켜보면, 5.16 쿠데타는 박정희 육사 5기를 정점으로 당시 김종필로 대표되는 육사 8기가 주도하였으며, 12.12 쿠데타는 전두환 육사 11기를 주축으로 “하나회”로 대표되는 육사 17기가 주도한 반란이었다. 따라서 저자는 마지막 쿠데타 세력과는 4기수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후배로서 80년대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떠올리면 군 수뇌부의 요직이나 정치권으로 진출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되는 위치를 지니고 있었다고 보는게 타당하다. - 당시 육사 출신은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표면적인 이력에는 육사 외부의 이력이 존재하지 않으며, 육사 교수직도 여러 병과 중에 다소 외곽에 가까운 “철학 교수”로 줄곧 재직해온 것으로 미루어 보면, 정치적 야망이나 권력의 길을 모색하기 보다는 학자로서의 길을 걸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같다. 따라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번 신간, “욱군사관학교”의 출간 이유와 기저에 깔린 생각을 미루어 짐작해 보면 다음과 같다.

그것은 다름 아닌, 육사의 어두운 과거 청산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모두가 잘 알다시피 전임 쿠데타 세력은 대통령 시해라는 비극으로 끝나버렸고, 후임 쿠데타 세력은 문민정부 이래로 역사적, 법적 단죄를 받았으며 최근 두 전임 대통령이 연달아 서거했다. 따라서 이제는 보다 자유롭게 그동안의 누적된 불신을 고려한 출판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게다가 저자는 철학 교수로서 학자의 양심을 두고 고뇌한 흔적이 살짝 엿보이기도 하고, 내부자 출신임에도 육사에 대한 민감한 문제를 거론하는 전향적 자세마저 보이니 아마도 내 짐작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이번 신간에서 육사의 근원을 구한말까지 끌어올린다. 그럼으로써 근대 국가의 핵심이라고 일컬어지는 사관학교의 정당성을 현재의 육사와 동일선상에 놓고자 시도를 하고 있으며, 아울러 일제 강점기의 저항 운동 중 큰 한 축인 신흥무관학교新興武官學校 까지 포함을 하려고 한다. 그러으로써 현재 대한 민국 헌법에서 규정하는 임시 정부의 정통성을 계승하는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새로운 역사적 기술을 위한 초석으로서 이번 신간을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장에서는 앞서 언급한 정통성 문제를 재조명하기는 한다. -

* 세 줄 요약평.
1. 근현대국가의 핵심 상비군에는 반드시 사관학교 제도가 있다.
2. 그런 중요한 우리 육사는 일제 잔재와 두번의 쿠데타 성공의 흑역사가 존재하는 애증의 역사이다.
3. 이번 신간에선 친일 청산은 비교적 전향적으로 시도하였으나, 아직 쿠데타 세력과의 비판은 미진하여 절반의 성공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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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독일사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
안병억 지음 / 페이퍼로드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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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공식 북 리뷰 시리즈 101-24-20 하룻밤에 읽는 독일사, 안병억 저, 2024 ★★★★☆

대표적인 역사 대중교양서로 자리잡은 “하룻밤에 읽는 시리즈”의 독일편이 나왔네요! 이 책 읽기편하고 재미있어요! ㅎㅎ
(자세한 리뷰는 프로필 링크나 아래의 링크 참조바람.
https://m.blog.naver.com/fatman78/223395336007)

2. 저자의 의도.
이번 신간의 저자인 안병억 작가는 경제 유투브 채널, “삼프로TV”를 유심히 보시던 분이라면 반가울 것이다.각종 매체에서 국제 정치사와 글로벌 이슈 분석의 패널로 등장하며 독자들에게 알려진 작가로서, 현 대구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과거 연합 뉴스에서 국제부 기자로 경력을 시작했고, 이후 케임브리지 대학으로 늦깍이 유학을 가서 학위를 마친 이력이 눈에 띈다. 즉, 대중의 흐름을 현장에서 먼저 접하고, 이후 자신의 커리어에서 특정해서 연구를 시작했다는 짐작을 해볼 수 있겠다.

이 책에서는 보다 더 대중진화적으로 눈높이를 맞춰, 역사적 흐름에 기대어 오로지 “독일”이란 주제에 촛점을 맞춰 기술한 점이 돋보인다. 물론 중세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지금과 다른 국경을 보이며, 영토도 그때마다 수시로 바뀐 역사가 있어 반드시 현대적 독일이란 국가에 맞춤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학문적이라기보다는 통사通史 에 가까운 책으로서 그 임무를 다하고 있다고 보인다. - 그리고 그 결과물은 괜찮다고 개인적으로 평하고 싶다. -

* 세 줄 요약평.
1. “독일”이라는 현대 국가의 형성에 맞춰 유럽사에서 쉽게 잘 발췌함.
2. 적절한 키워드와 친절한 연표, 시원한 지도가 인상적임.
3.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독일은 굴곡진 역사를 통해 지금의 강대국이 되었음을 저자는 적절히 전달함.

#하룻밤에읽는독일사 #안병익 #페이퍼로드
#역사 #전쟁사 #독일 #게르만민족의이동
#책리뷰 #책추천 #도서리뷰 #도서추천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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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문화로 쓴 세계사 - 하버드대 마틴 푸크너의 인류 문화 오디세이
마틴 푸크너 지음, 허진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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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공식 북 리뷰 시리즈 101-24-09 컬처 culture 문화로 쓴 세계사, 마틴 푸크너 Martin Puchner , 2024 ★★★★✮


*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도서협찬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공식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들어가기 앞서..) 

* 이 글은 저자의 견해를, 제가 현대 생물학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해석한 것을 바탕으로 각색한 글이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1. 들어가며..




어김없이 찾아오는 주말, 2024년 대한민국 서울의 젊음의 거리인 홍대입구는 청춘들로 붐빈다. 웃고 떠들며 서로 반기는 사람들의 표정과 흥청거리는 분위기는 지난 4년간의 - 20201월을 공식적인 발병시점으로 잡는다면 - 우리의 삶이 무너지는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짐을 느껴지게 한다. 언제 그랬냐는듯 사람들의 기억 속에 그렇게 “COVID-19” 바이러스는 잊혀진 것 같다.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우리는 답을 찾아냈다늘 그렇듯이.” 극복했고, 누군가는 지난 4년간의 우리의 싸움을 정리하고 있다.


우린 이번 사태로 무엇을 배웠는가?

 

먼저 생각보다 우린 서로 얽혀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제 유행성 질병은 단지 어느 한 국가나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로 실시간으로 확산될만큼 빠르고, 다양하게 서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음을 정말 뼈저리게 느꼈다. 거기에 추가적으로 그 질병의 공포의 양상마져 실시간으로 전파되는 모습마저 -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매체 - 우리는 실제로 경험했다. (여기까지는 인문학적의의일 것이다.)

 

또 하나는 과학의 영역에서 다시 한 번 시각 Dogma”을 바꾸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 지난 70년대에 우리가 기어코 발견한 유전자의 핵심, “DNA” 중심의 생물학적 관점을 기반으로 한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 드디어 “RNA” 의 역활을 주목하고 이를 활용한 최초의 사례가 되었다. - 우리의 구세주 m-RNA 백신! -




 

여기서 잠깐 과학적 지식을 점검해보자.

 

위에선 언급한 RNA의 역활을 주목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사실 우리는 수 억년 전부터, 초기의 세포細胞 Cell가 탄생한 이래로 끊임없이 외부의 자극에 대해 맞서왔다그것이 환경적 요인이던외부 침입자에 의해서이던 생존生存 의 투쟁은 늘 있어왔다생물(세포)이 살고자하는 그 의지는 가히 그 끝을 헤아리기 힘들며다양한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 그 와중에 극복을 못한 것들은 지금 우리 곁에 없다. - 특히 외부 침입자에 의한 대응책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그것은 다름아닌 자신을 무장하는 면역체계 Immune System 의 발생과 발전이다! 외부 침입자의 색출과 대응, 그리고 퇴치까지 나름 최선의 방안을 모색해 왔으며 이는 우리의 DNA에 이미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이 생존경쟁 - 외부 침입자와 이를 막는 객체사이의 - 은 마치 우리의 전쟁처럼 대응과 맞대응으로 치열하게 점철된다. 이 끊임없는 도전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 세포는 과거의 적들에 대한 정보와 대응책을 마치 도서관에 기록을 저장하듯, 자신의 DNA와 미토콘드리아 Mitochondria에 새겨넣는다! - 그리고 죽으면서 대대로 자손들에게 이 긴요한 정보를 넘겨준다. DNA와 같이 말이다. -

 

 

여기까진 고등학교 내지는 대학교 일반생물학의 수준 지식이고, 우리나라 학생들이 배우는 내용이다그러면 이번 코로나 사태의 변화는 무엇인가? 라고 묻는다면, 기존의 라이브러리격인 DNA보다 실제 면역물질을 발현하고 대응하는 RNA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아무리 도서관(DNA)에 책이 있어도 그 책을 어디서, 어떻게 꺼내 쓰느냐가 진짜 문제였는데, COVID-19 바이러스라는 희대의 강적에 맞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RNA) 성공한 것이다. - 그 결과 당신이 지금 살아서 이 글을 보고 있는 것이다. -



여기까지 보면 자연의 신비란 대단하면서도, 그 피비린내나는 투쟁의 역사는 가히 스펙터클의 경지에 이른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선대의 이 귀중한 전쟁 경험을 세포분자의 레벨에서 기록해놓고, 전수해주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이 끔찍한 투쟁을 매번 반복해야 할 것이며, 어쩌면 절멸絶滅 의 순간에도 다다를지도 모를 일이다. 생각만해도 아찔한 이 위험을 우리는 이렇게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어도 스스로 극복해왔다. 기록이라는 신의 한수로 말이다!

 



그렇다..이처럼 경험과 지식의 전수는 생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에 있어서 더없이 유리한 지점을 제공하는 전략인 것이다. 이는 생물학 뿐만 아니라 인류 문명사의 전반에 걸쳐 무수히 관찰되는 위대한 전략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 문제를 놓고 계속 고민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 인류가 사라지기 전까지 계속 반복될 지적 생명체로서의 의무이자 권리인 것이다!

 

따라서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우리의 종족 특성이기도 한 이 기록, 특히 문화文化 의 기록은 늘 존재해왔다. - 남겨져서 발견하냐, 못 하냐의 문제이지 남기지 않은 적은 없다고 본다. - 적어도 문화란 단어가 인간의 모든 행위 양식을 통칭한다를 사전적 의미를 곱씹어보면 더욱 그러하다. 왜냐하면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고 자신의 흔적을 남길려는 것은 어찌보면 세포 주준에서조차 볼 수 있는 생존 - 사후에도 - 의 욕구에 가깝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바라보는 행위에서 이 문화의 역사는 가장 좋은 주제가 아닐까 싶다.

 

2. 저자의 의도.

 



여기 또 하나의 문화사에 대한 신간이 우리 앞에 놓여져 있다. 이 책의 저자 마틴 푸크너 Martin Puchner 는 한국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지 몰라도, 인문학 쪽에서는 꽤 유명인사이다. 현재 미국 하버드 Harvard 대학교에서 영문학/비교문학 교수에 재직하고 있으며, 저명한 시리즈 노튼 세계 문학 전집 Norton Anthology of World Literature”의 주 편집위원이였다. 이외에도 문학 역사에 대한 다수의 명저들을 집필하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구겐하임 펠로쉽(2017)과 훔볼트상(2021)을 수상하였다.

 

그런 푸크너가 또다시 신작 컬처, 문화로 쓴 세계사를 내며 화려한 주목을 받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주 전공인 문학만을 다루지 않으며, “문화라는 거대한 정의에 맞게 다양한 인간의 행위 양식 - 예술작품, 건축, 종교, 과학 등 - 의 보존과 전달에 이르는 서사를 다양하게 그려내고 있다. 게다가 다양성의 시대에 맞게 서양의 그것에만 치중하지 않고, 동양과 제 3세계까지 아우르는 대장정大長程 을 표방하면서 말이다. - 우리 한국도 언급한다! - 따라서 독자들은 이번 신작을 통해 유구한 역사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좋은 기회를 맞이한 듯 보인다.

3. 인상적인 부분.


앞서 도입부에서 지적했듯이,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분자생물학의 치열한 생존 경쟁에 이입하여 바라보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역사에 남겨진 많은 기록들은 그 고귀함과 미지의 힘과는 상관없이, 우리 인류가 그 당시의 시대를 거치며 살아온 그 기나긴 투쟁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마치 우리가 모든 그간의 투쟁의 기록을 우리 세포 DNA에 기록하듯이 말이다.



그 모습은 알타미라 Altamira의 동굴 벽화로 신성함을 공유하고 의식의 하나로 - 또는 인간 자신의 존재 이유를 신에게 묻기 위해 - 남겼을 수도 있다. 때로는 고대 페르시아 왕들의 광활한 제국의 치세治世 를 위한 지혜의 창고 Summa”의 모습을 띄기도 하였으며, 이제는 과학의 힘을 빌려 그 안에서 우주 Meta-verse”를 창조했노라고 선언하는 단계까지 왔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의외로 단순한 질문 하나가 깔려 외양만 바꿔서 흘러내려 온것이 내 눈에는 선하다.

 우리는 무엇이고어디로 가는가?

 The Question over the Ages.. by FATMAN 

현대에 와서 몇몇 의심되는 증거들이 나타날 조짐이 보이기는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만이 유일하게 자신에 대해 지속적인 질문을 던지는 존제라는 것이다! 결국 책에서 다루는 그 수많은 문화적 사례들은 이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그동안의 우리의 여정이라고 나는 믿는다. 생존의 투쟁을 지나, 자연을 정복하고, 나아가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는 양상은 늘 지속되어 왔다. - 이제는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관심을 돌린 지 꽤 되고, 조만간 다른 행성으로 직접 가려는 시도의 첫 걸음마까지..-

 


이 모든 행위양식(문화) 안에는 저 단순한 지적 호기심 - 그러나 궁금해서 참을 수 없는 ㅋ - 의 산물이자, 그 과시내지는 도전이 우리의 많은 것들을 정의해 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이 책은 다원화多元化 된 최근 학계의 시각을 반영하듯 동서양, 3세계까지 균형있게 조명을 한다. 특히 서양학자라는 선입견이 무색하게 중국 고전에 대한 해박한 설명, 일본 문학과 미술에 대한 세밀한 당대의 정치적 해석, 그리고 남미의 고대 아즈텍 문명이나 아프리카의 근대 문화를 통해 이러한 문화 양식이 결코 어느 한쪽의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잘 지적하고 있다. -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인간의 보편적 특성에 가깝다. -



또한 저자는 더 나아가 문화의 약탈적 편입, 또는 자발적 계승이라는 상반된 양상을 반영하듯 그렇게 문화의 다양한 흐름의 역사를 여러 에피소드들을 통해 보여준다. 이것은 단지 문화뿐만 아니라, 우리 세포 내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교류의 양상과도 매우 동일하다. 생존을 위해 바이러스는 낯선 타 세포라는 환경에 서슴없이 침투하고, 생존을 위해 갖은 노력과 기제機制 를 동원하는가 하면, 방어하는 세포의 입장에서는 순응하는 바이러스를 때론 자신의 필요에 의해 영입하고 보존하기도 한다!

 - 이런 두 유사성을 의식하듯 문화 바이러스란 용어가 아예 존재하기도 한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눈여겨 볼 것은 이른바 고전 古典에 대한 조명을 반드시 들고 싶다. 고전은 끊임없이 맑은 물을 뱉어내는 샘물처럼 우리에게 영원한 영감靈感 을 우리에게 부여한다. 비단 그리스 로마 고전 뿐만아니라 중세 시대의 기사도 이야기, 근대의 과학적 사고와 계몽주의적 소설들, 그리고 현대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까지.. 이 모든 것들이 우리가 자랑할만한 유산들이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 세월의 풍파를 이리도 견뎌온 작품들이니 더욱 그러하다. -

 

그러나 디지털 혁명 이후 고전, 특히 문학 쪽의 변화(쇠퇴?)는 우려되는 수준이다. 이른바 문해력을 시험을 통해서라도 유지하고 싶은 욕망들이 존재할 정도로 기존 텍스트 위주의 서사 구조는 새로운 세대들에게 무너져 가고 있다. 그 공백을 영상 매체 내지는 인터랙티브 서사(게임)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으며 그 추이는 막을 수 없다고 보인다. - 재미있고 돈되는 것들 앞에 장사없다. -

 

다만 그러한 새로운 대안 매체들도 결국 원초적 창조는 불가능하다. 다시말해 자신들의 서사 구조를 어디선가 빌려와야 하는데, 그 원천은 여전히 기존 텍스트에서 차용하는 것이란 말이다. 따라서 그 근원을 이해하고, 보다 더 창조적으로 서사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라도 누군가는 후세대에게 지속적으로 고전을 기록하고 알려야만 하는 것이다. 아마도 저자인 푸크너 교수는 이 점을 고려해서 다양한 고전들을 재조명하고,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 고전에 대한 따분한 선입견을 버리고, 저자가 추천하는 고전들 보시길 권한다. 재밌다. -

 

4. 아쉬운 부분.

 



이 책에서 아쉬운 부분은 그렇게 잘 보이지는 않는다. 먼 고대부터 시작하여 중세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전 역사의 시간 흐름에 따라 안배를 잘 했으며, 그 와중에 세계관들의 균형 감각마저 고민한 흔적들이 보이는 구성이다. 게다가 각 에피소드의 분량 또한 현대 독자들의 호흡에 맞게 다듬은 티가 역력하니 두께에 비해 꽤나 가독성이 좋을 것이다. - 벽돌책이라고 쫄지 마시라. -



다만 문학 교수로서 그 한계는 보이는 지점이 있다. 현직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고, 온라인 강의로도 외부와의 강연을 하는 입장에서 자신의 주 전공 분야인 문학이외의 분야의 - 예를 들어, 미술, 건축, 음악 등 - 에피소드는 문학을 다루는 분량보다 현저히 작다. 아마도 전문가적 입장(학자)에서 경계를 넘어 다른 분야까지 거론하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이 되는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텍스트 위주의 서사에 정통한 학자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강조하고 싶은 자긍심의 발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위의 사진같은 유물들의 소개 사진이나 이해를 돕기 위한 삽화들은 비교적 잘 찾아보기 힘들다. 이미지에 좀더 익숙한 독자들은 처음엔 페이지를 가득채운 깨알같은텍스트의 분량에 질려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안에 담겨 있는 이야기는 꽤나 흥미진진하니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 그래도 영미권 작가들이 명료한 글을 잘 쓰는 편이다. 대륙권(유럽)의 작가들은 정말 난해한 작가들 널리고 널렸다! -

 

5. 나오며..


잠시 언급했듯이, 이른바 문해력의 문제가 심심찮게 거론되는 현재 세대의 독서를 위해 출판사는 다양한 모색을 시도하는 중인듯 하다. 이번 서평을 위해 특별히 필사의 가이드 메모와 발제문 發題文형식의 독서카드를 친히 보내왔다. - 못 미더우니 이거 가지고 읽어 보라는게지. -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예 이걸 따로 책과 함께 포함해서 판매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다라는 긍적적 시도의 평을 내리고 싶다. (아니면 적어도 홈페이지에 홍보용 자료 내지는 참고 자료로 올려주는 방안도 괜찮을듯 하다.)

 

의외로 초보 독서가들에게 이와 같은 인문학 도서들은 진입 장벽이 꽤 존재한다. 읽고 싶어도 분량이 부담되거나, 저자의 주제의식으로 가는 경로가 꽤나 험난한 도서들이 대량으로 존재한다. - 소위 무자비한 책들.- 과거에야 지성인이라면..” 내지는 필독 도서라는 사회적 인식이 저변에 깔린 상태라 이악물고 보는 시절이었지만, 지금은 그 환경이 격변에 가까울 정도로 바뀌었다. 더군다나 대체할 매체가 차고 넘친다는 환경적 변화 요인도 존재한다. 이미 상당수의 독자들이나 잠재적 독자들은 그런 식의 서사에 익숙해 질대로 익숙해져 있다!

따라서 좋았던 시절을 회고하며 한탄하는 것보다는 변화된 세대에 맞춰 그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어느 정도 해소해 줄 시도는 좋아보인다.

  

끝으로, 푸크너 교수의 인류 문화사, 특히 고전에 대한 애정은 간만에 느끼는 흥미로움이었다. - 누가 고전주의자 아니랄까봐! - 보다 더 많은 독자들이 이 책에 나온 문헌들과 고전들을 접해본다면 좀더 우리 인류의 문명 그리고 발전에 대한 서사를 한 단계 높이는데 충실한 텍스트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한 누군가 나서서 과거의 유산을 기록하고 소개해야 하는 입장에서 기꺼이 그 역활을 자임한 푸크너 교수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며 독자들의 좋은 반응이 있기를 기원한다.



#푸크너 #역사 #문화 #문명 #세계사 #어크로스출판사 

#책추천 #책리뷰 #서평 #도서추천 #신간도서 @across_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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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 간토대학살, 침묵을 깨라
민병래 지음,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추진위원회 기획 / 원더박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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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61 : 1923 간토대학살, 침묵을 깨라, 민병래 저, 2023


출판사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도서협찬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1. 들어가며...

"사람이 언제 죽는지 아나? 총알이 그의 심장을 뚫고 지나갈 때?...(중략)

아니야, 사람들에게서 잊혀졌을 때이지..."

이 구절은 흔히들 잘 알려진 "기억"의 중요성에 대해서 언급할 때 회자되는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유한하다. 누구도 죽음의 그림자 앞에 똑같이 놓여 있다. 다만 누군가는 그 죽은 이를 기억하고, 끊임없이 회자됨으로써 비록 그의 "실체"는 죽었지만, 그의 "이미지"는 살아서 숨쉬는 것이다. 그리하여 또다른 생명력을 부여받고, 때로는 "불멸"의 지위를 얻기조차 한다. 우리가 기억하는 많은 위대한 인간들은 이러한 과정으로 살아남는다. 그러나 다른 의미로 기억되어야 할 이들도 존재한다.


지금도 폴란드 땅에 위치한 그 악명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방문하면, 지금은 전시관으로 바뀐 한 켠에 빼곡히 자리잡은 이름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다름아닌 이 반인륜적 범죄행위로 죽어간 "희생자"들의 이름들이다. 벌써 전후 80년이 흘러가는 시점이지만 누구도 이들에게서 강제로 더이상 "생명력"을 빼앗지 못한다. 비록 폭력으로 그때는 죽어갔을지라도, 다시 그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기억하여 영원한 삶의 기회를 다시 부여하고 있다. 또한 그럼으로써 다음의 두 가지 점을 우리는 기대하고 있다. 첫째는 죽어가야만 했던 그들의 비극을 이렇게라도 위로하고 피해자들의 한과 증오를 심리적으로 승화시킨다. 다시말해, 사회적 애도를 함으로써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무의식을 다시 한번 보듬어 주는 것이다. 둘째로, 가해자인 "독일"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과거의 과오를 잊지않게 함으로써 언제든 다시 발현할수도 있는 극단의 정서를 비판하는 것이다.(물론 이러한 행위들이 오롯이 독일 국민이 원한 것인가는 논외로 치자.)

2차 대전의 최대 피해자 중 하나인 우리 한국으로써는 위의 선례는 남다르게 다가온다. 여전히 변하지 않는 가해자 "일본"에 대해서 비판을 가할 때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이 책에서도 거듭 강조한다. "관동대지진 학살 - 원명칭은 '간토대학살'이지만 우리에게 더 익숙한 용어로 이후 대신함 - "의 진실은 지금 "사망 직전"이라는 위기 의식의 발로에서이다. 구체적 진술과 기억을 가진 피해자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 바스라져만 가고, "한일협정"으로 대표되는 정치 행위에 의해 이들에 대한 기억을 의도적으로 지우라는 암묵의 강요에 더이상 침묵해서는 안된다. 

이 무거운 주제로 나는 이 책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점은 분명히 해두고 싶었다. 이 거대한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지나친 "감상주의"는 배격하기로 말이다. 한 장, 한 장 그날의 처참한 기억을 읽을 때마다 끓어오르는 분노와 절망감으로 자칫 일시적인 흥분에만 침착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이다. 이 중요한 역사의 화두를 매듭짓기 위해서는, 그럼으로써 이 범죄의 "가해자"들에게 정의를 묻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이성적으로 반박 불가한" 인정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나의 작은 바램때문이다.  

2. 저자의 의도...

이 책의 저자는 현재 시민단체 <푸른>의 이사이며, 매체 <오마이뉴스?에 관련 글을 기고하는 시민 운동가이다. 또한 민주시민 단체의 일련의 운동들에 관여하고, 여기서 느끼는 소감이나 생각들을 꾸준히 저서로 발간한 작가이기도 하다.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저자가 내게 쓴 빼곡한 "편지"와 이 책의 서문에서 밝히듯이, 이 책은 "관동학살 100주기 추도사업추진위원회"와 공동으로 기획한 저서이다. 소수의 뜻깊은 운동가들과 한일 양국의 시민단체들이 줄기차게 주장해 왔지만, 가해자인 일본 정부의 복지부동인 모습과 피해자인 우리 한국의 무대응에 분노하며 일반 대중들에게 이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임을 숨기지 않는다. 이미 꽤 많은 폭로 기자 회견과 학술 활동, 심지어 문화 예술 활동을 통한 각종 고발들이 이어져 왔고, 이에 대한 기록은 모두 이 책에 담겨있다. 

다만, 이번 기획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이 활동을 하는 "그들의 모습을 기억"하는 것이다. 마치 영화를 찍는 사람들을 영화로 남기듯이 말이다. 그럼으로써 그들의 미약하나마 소중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앞으로도 계속될 이 투쟁을 후대의 누군가가 이어주길 바래서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아우슈비츠의 사례처럼,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그들에게 되묻는 행위 자체인 것이다. 언젠가 이 모든 범죄들을 인정하고 "정의"가 이루어진 후에도, 다시는 이와 같은 인류의 오점이 그들 역사 앞에 등장하지 않도록 그들 스스로 "도구화된 이성"을 경계하도록 하는 것이 이 책의 바램이라고 하겠다.

3. 인상적인 부분...

이 책은 관동대학살의 기억을 최초로 주도한 재일사학자 강덕상 姜德相, 1932~2021 을 책의 첫 부분으로 시작한다. 우리 뿐만 아니라 일본에게도 현대사는 온통 질곡의 시기였으며, 더욱이 "식민지"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가지고 그들 사이에서 살아온 경계인의 현실을 조명한다. 뿌리깊은 차별에 항거하고, 그 근원인 역사의 오점을 인식하고 이를 고발한 그의 한평생은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로 보인다. 다만 여기서 그를 기억하는 이유는 이후의 일본 역사에서 팽배한 전체주의와 군국주의의 폭력의 기원을 바로 이 "관동대학살"로 최초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마치 독일 나치 정권의 유태인 박해를 독일 국민들이 용인하면서부터, 모든 정치적 탄압 및 전체주의로 인한 사회의 획일화, 그리고 이어지는 세계 대전으로까지.... 이 모든 과정과 유사하게 그 "최초의 폭력"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그들의 과오를 깊게 지적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현재 접하는 <산케이 신문>을 비롯한 일본의 극우 매체들, 그리고 체제에 순응적인 다른 일본 매체들에서 자주 발견되는 "과격 극우들의 의도적 강조"를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이 책에서 지적하는 소수이지만 양심을 가진 일본 시민들의 운동 또한 주목해야 한다. 아무리 일본 극우 세력들이 이마져도 그들의 과오를 감추기 위한 반증으로 이용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어찌 보면 우리보다 더 전체주의적 분위기 - 천황 중심의 일극 체제 - 하에서 타인으로부터 비난내지는 테러의 위협마져 감수하면서도 그들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념"에 의한 그 행위는 존중되어야 마땅하며, 우리도 그들을 지지해줌으로써 더욱 그들 내부로부터의 반성을 이끌어내야 그 의미가 크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문화 예술적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들에 대한 소개는 내게 싶은 여운을 남겼다. 일찍이 니체가 밝혔듯이 진정한 예술은 삶과 동떨어지지 않는 "디오니소스"적인 정신을 반영해야 한다고 느낀다. 이들의 작은 작품들로 인하여 과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초월적 질문마져도 가능케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그 결과물들을 보다 많은 일반 대중들에게 알리고, 같이 공유하며 기억하는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더욱이 그 역사적 사실과 근거들이 세월의 폭력앞에 굴하지 않도록, 현대적인 방법(예를 들면 "구글 맵"과 같이)을 차용하는 모습들도 우리에게 소개한다. 이를 위해 책 말미에 특별히 이 "제노사이드"의 흔적은 담은 "다크 투어"의 소개도 하며 우리에게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 이제 아우슈비츠만을 기억하지 말고, 관동대학살의 기억도 당당히 그 목록에 올림으로써 오히려 그들(일본)의 미래를 올바르게 이끌어야 한다.  

4. 아쉬운 부분...

먼저 이 책을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은 "부끄러움"이었다. 이 부끄러움은 내가 이 운동에 그동안 가졌던 무관심이 아니라, 이 중요한 역사적 범죄에 대한 우리만의 "인문학적 고찰"에 관한 그 어떤 저서도 못 접해봤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잘 알다시피, 나치가 저지른 모든 반인륜적 범죄의 기록과 더불어 그에 대한 통렬한 비판은 한나 아렌트 Hannah Arendt 의 명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으로 귀결된다. 단지 그들의 과오를 비판함을 넘어 인류 보편의 철학적 화두까지 던지는 위대한 시도를 함으로써, 이후 숱한 담론과 추종 연구를 낳은 이런 저작을 왜 우리는 가지지 못했는가라는 절망감때문이었다.(한국 인문학자들의 소심함과 무지함에 동탄한다.) 이 사건을 반추해보면, 단지 천재지변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벌어진 살육이 아니다. 이후 일본의 역사에서 지속적으로 관찰되는 폭력의 근원이라고 나는 믿는다. 이를 단죄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베"로 대표되는 현 일본의 극우주의의 재림은 피할 수 없는 결말이라고 느껴진다. 따라서 이 책이 아니라, 우리, 그리고 양심에 근거하여 행동할 책임이 있는 학자들에게 아쉬움이 크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 책에 있어 지적할 부분은 분명 존재한다. 처음 이 책의 제목과 표지에서 저자의 의도와 달리 일종의 "피로"를 느꼈기 때문이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100주년을 바라보건만, 이 학살의 폭로는 계속되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이 폭로가 향하는 대상 또한 세월에 따라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내가 이 책에서 받은 과장된 감정의 폭로만으로는 그 한계가 드러나지 않나하는 우려가 든다. 가령 현재 대한민국에서 판치는 MZ세대들의 노조에 대한 반감을 예로 들어보자. 현 정치세력의 의도된 망언들과 보수 언론들의 합작으로 노조에 대한 공격적인 반발감은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이다. 분명 헌법으로 보장하는 권리를 주장하고, 더욱이 그동안의 군사 정권에서 그들에게 가해진 폭력으로 인해 강성이미지를 택할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역사는 무시하고, 지금의 폭력적 모습 - 그마져도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한 - 이나 "빨갱이"라는 극단적 표현마져 서슴치 않는 그들의 인식에서 적잖이 충격을 받은 바 있다. 나는 이 근본적인 이유를 현 세대와의 "동조성"을 잃어버린 그들의 모습을 이유로 들고 싶다. 지금의 세대는 "공감"을 우선시하는 세대이다. 그들에게 공감할만한 의제와 표현방법을 찾지 않는 한, 이런 오명을 벗어나긴 힘들 것이라고 본다. 이는 이 책에서도 느껴진다. 좀더 "세련"되고 자연스럽게 이후 세대들에게 이 진실을 전하려는 정당성을 납득시키지 않는 한 우리는 시간의 힘앞에 굴복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5. 나오며...

다시 돌아와 지금의 우리를 바라본다. 정치적인 논쟁을 떠나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자. 작금의 집권 세력에서 느껴지는 "우리 안의 우경화"에 대한 우려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분명히 "한일협정"과 별개로, 개인의 전쟁범죄에 대한 "청구권"의 시효는 국제법상으로 무의미함을 보장받고 있고, 그 국제법에 의거하여 대한민국 최고 사법기관에서 내린 배상판결에 대해서, 행정부에서 독단적으로 이 판결을 부정하는 것은 3원 분립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게다가 그 의도가 국민들에게 도저히 공감을 얻어낼 수 없는 이 불법이 버젓히 자행되고 있는 현실을 무어라 설명할지 모르겠다. 한발 더 나아가, 이 "불의"에 동조하는 일부 국민들마져 존재함이 확인되는 사실이 더더욱 우려되는 바이다. 아무리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 의해 백번 양보한다 하더라도 이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정의 복구를 져버리는 행위에 동조한다면 과연 앞으로 이런 불의가 우리를 대상으로 일어날지 누가 알겠는가?

위안부 배상 및 사과문제, 강제 징용에 대한 배상 및 국가 차원의 사과, 그리고 이 "관동대학살"의 진실규명까지, 모든 사안들은 하나의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 그것은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범죄들을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그들이 깨닫지 못할 지언정, 우리가 이를 묵인한다면 이는 우리 안의 폭력과 반민주주의적 역행을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 있어 이 소중한 것들을 남겨준 세대에게 빚진 우리는, 다음 세대들에게도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물려주어야할 의무가 있다. 여전히 미안한 마음으로 이 의미있는 작업을 묵묵히 이어가는 저자와 시민운동가들에게 깊은 경의를 표하며 글을 마친다.


#1923간토대학살침묵을깨라 #민병래 #관동대지진 #원더박스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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