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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할 권리 - 우리는 어디쯤에 있는가
조르조 아감벤 지음, 박문정 옮김 / 효형출판 / 2022년 9월
평점 :
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07 : 저항할 권리, 조르조 아감벤 Giorgio Agamben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1. 들어가며...
작년 여름 한 통의 전화를 갑자기 받았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건, 의사였던 동창 친구 녀석의 부고... 늘 축구를 열렬히 사모하고, 운동을 좋아하던 쾌활한 친구를 기억하기에 "도데체 왜?"라는 질문을 꺼냈을 때, 들려오던 조심스러운 이야기는 AZ백신 2차 접종이후 쇼크사일수도 있다는 나즈막한 답변이었다. 당시 한국은 한참 코로나 사태가 극성이었을 때이고, 백신이 긴급하게 투입되어 난리법석인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연일 뉴스에서 코로나 사태의 심각성과 백신의 부작용 의심으로 인한 사망사례가 동시에 나오며 혼란의 시기를 보내던 때였다. 나 역시 며칠 후에 백신접종을 앞두고 있었고,(내 의사와 관계없이 직업적 이유로) 건강했던 친구의 마지막 쓸쓸한 길과 함께 다가올 내 운명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비단 이 이야기는 내 개인적인 일이기만 할 뿐 아니라, 상당수의 사람들에게도 벌어졌던 일이라 믿고 있고, 이 책의 부제와 같이 "우리는 어디쯤에 있는가" 라고 막연히 생각이 드는 시점에 와서야 이 책을 뒤늦게 접했다. 나와 마찬가지로 그동안 조르조 아캄벤의 글이나 발언을 접해본적 없이 이 책을 펴 본 사람들은 십중팔구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라고 할 만큼 도발을 넘어서, 아나키즘의 흔적까지 느낄 정도의 파격적인 주장에 대경실색할 지도 모른다. 더욱이 한국과 같이 국가주의(더 나아가 전체주의)에 가까운 정서를 가졌다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어 나갈수록 이 사람의 주장이 명확해지는 순간, 나와 같은 리버레테리안들은 어느새 그의 주장에 올라타는 걸 느낄 것만도 같다.
2. 저자의 의도...
우리는 공교육의 사회, 윤리 등의 시간에서 책에서만 실존하는 존재로 전락한 "사회계약론",을 주장하던 로크, 홉스, 루소, 그리고 스튜워트 밀의 "자유론"을 어렴풋이나마 기억할 것이다. 근대 국가 체계에서 그 이론적인 배경을 제공한 사상들이자, 현재 대한민국을 포함한 자유진영의 헌법속에서 반드시 발견되는 논리들 말이다. 그러나 "책에서만 전락하는"이라고 언급했듯이 누구나가 알지만 제데로 이들을 접하거나 읽은 이들은 전공자를 제외하면 극소수인 이 현실에서 "국가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았다. 그저 매일 숨쉬며 소비하는 공기처럼 자연주의적이고 언급될 필요조차 못느끼는 당연한 명제로 치부할때 쯤, 우리는 코로나 펜데믹이라는 전무후무한 사태를 맞이하고, 다시금 이 질문이 유효하다는 것을 저자는 지적한다. 우리가 어느덧 머리속에서 지워버린 그 잔영을 다시금 일깨워주며, 왜 싸우지 않냐고 격정적으로 선동한다. 그의 질문과 발언에 열렬히 지지하든, 격렬하게 반발하던, 그 격론의 장을 저자는 피하지 않으며, 완고하게 자신의 신념을 펼치고 있다.
3. 인상적인 부분...
이 책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에 비견될만큼 피가 끓는 선동의 글이다. 많은 학자들이 취하는 "전략적 모호함"이나 권위주의적 자세 따위는 개나 줘 버리고, 주먹을 불끈 쥐고 싸우자고 우리에게 호소하는 문장들로 가득차 있다. 누군가는 우리 사회의 안녕을 해치는 불온 서적으로 취급할만큼이나 말이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조금도 타협하지 않는 그 완고함에서 매력적이다. 나는 요즘 현재 사회의 많은 문제들에서 그 말도 안되는 "기계적인 상대주의"에 극히 반감을 가지고 있다. 아무도 정의에 대해 말하려 하지 않으며,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 말을 하지 않고 침묵함으로써 다같이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있는 "레밍"들의 무리 중 하나로 남기를 거부한다. 이런 자세야말로 우리가 비로소 "선생님"이라 불리우는 사람들이고, 우리는 그런 존재들에 목말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책에서 소개하듯이 백신 "그린패스"를 거부하며 그 모든 사회적 차별을 감수하면서 까지 학생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최근의 화재로 인한 데이터센터의 유실로 촉발된 대규모 플랫폼 중지 사태(카카오 그룹)에서 볼 수 있듯이, 너무나도 집중된 사회가 단 하나의 예기치 않은 오류로 어떻게 망가지는지를 예건하고 있다. 이웃한 중국 정부의 권위주의적 국가관에 의한 검열을 굳이 예를 들지 않더라고, 이미 많은 국가들이 "빅 브라더"의 실현에 성공했으며, 대중들이 다만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한탄하고 있다. 극도의 효율만 따지는 이 사회에서 인본주의적 사고가 사라지게된 이 현실을 주저없이 비판하고, 다소 극단적으로 보일지라도 다시 "연대"하여 투쟁하자고 "Again 6.8. 혁명"을 넌지시 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는 그에 의거해 개인에게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는 정당성을 가지게 되며, 국민을 보호하고 책임을 질 권력을 가지게 된다. 만일, 그 정당성을 상실하게 되면, 국민은 국가에 더이상 종속되지 않으며 그에 저항할 권리가 우리 모두에게 있음은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리이다."라는 지극히 당연한 권리를 다시한번 재상기시켜준다. 모든 국민들이 "바이든"이라고 들었다고 말조차 꺼내기 힘든 대한민국의 현실 앞에 우리는 침묵으로만 일관하고 있고, 비합법적인 권력의 힘이 과연 어디까지 남용될 수 있는지 목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사람들은 분연히 일어나고 있지만 말이다.)
4. 아쉬운 부분...
책을 끝까지 읽고 다시 한번 찬찬히 도입부의 문제적인 발언들을 돌아보면 저자의 피끓는 심정이 전달되어 감탄하게 되지만, 처음의 충격은 아마도 대부분의 독자들이 피할 수 없는것 같다.(물론 내가 보기에는 이조차도 어느 정도 의도된 것이라 사료된다.) 따라서 이해가 안가거나, 공감할 수 없다고 초반에 거부하지 말고 반드시 끝까지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러고 나서도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지 못하겠다면, 논의의 장에서 의견을 말하면 된다....라고 조언하고 싶다.
또한 굉장히 많은 문학작품이나 사상서에서 따온 기가 막힌 인용들이 눈에 띄지만, 이는 아마도 이 책들을 상당부분 읽어본 독자가 아닐 경우,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무언가 거창하고, 단절적인 표현들이 거슬린다면 주석에 나온 작품들, 또는 최소한도로 그 소개를 읽어본다면 저자의 주장을 오독하는 일이 없을것이다. (독서량이 상당히 많다고 자부한 나조차도 이 작업을 해야만 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허나 너무나 현학적으로 그 담론들을 끌고가기 보다는 매우 직관적이며 명료하게 구사하여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들도 나름의 공감이 장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필요한 것들이 있다면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반추할 기회를 가지는 인내가 필요하지만...)
5. 나오며...
이제 코로나 시대의 종식을 아직 선언하기에는 이르지만, 어느덧 늘 그렇듯이 우리는 정상생활과 크게 차이나지 않게 살아가는 일상으로 돌아왔고, 지난 3년간 전대미문의 대격변이 지나간 앨범 속에 잠들어 버린것 같았다. 그러나 난 아직도 그 친구의 죽음에 의문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입증할 길은 이제 사라졌지만, 내 안의 의문과 불안감은 조금이라도 마음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불안감은 영원히 안고가는 동반자일 것이다. 내 안의 혼돈을 받아들이고, 뚜렷이 보이는 내일의 희망을 위해, 오늘 싸워야 하는 이유를 발견하고 살아가리라 다짐한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인용한 문구 중에 나를 사로잡은 문구를 소개하며 이 리뷰를 마친다.
"그들은 말하지 않을 것이다. 시대는 어두웠다고... 하지만 당신들은 왜 침묵했습니까?"
- 베르톨트 브레히트 Bertolt Brecht
#저항할권리 #얼굴없는인간 #_뒷이야기 #조르조아캄벤 #효형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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