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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논객 - 우리 사회를 읽는 건축가의 시선
서현 지음 / 효형출판 / 2024년 2월
평점 :
FATMAN의 공식 북 리뷰 시리즈 101-24-07 도시논객, 서현 저, 2024 ★★★★☆
*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도서협찬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공식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1. 들어가며..



“우리에게 인문학 人文學 이란 무엇일까?”
사전적인 단어의 정의말고, 우리가 실제로 지금 느끼고 받아들이는 그 정의말이다. 한 잔의 커피 옆에 펼쳐놓은 책 한 권, 여유로운 시간과 공간에서 보는 멋진 그림 한 점? 아니면 SNS에서 오늘도 쏟아지는 “인문 베스트셀러”라는 타이틀을 달고 우리 눈을 아프게하는 수없이 쏟아지는 책들? - 그 중 진짜 인문학이라 부를 만한 것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차치하고. -
물론 저 행위 양식 안에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인문학의 흔적이 있다. 그러나 무언가 저 이미지만으로 인문학을 말한다면 당신은 2% 부족함을 느낄 것이다. - 200% 일수도. ㅋ -

인문학을 언어적으로 풀어보면 “Humanities, Humanitas (라틴어)” 이다. 이를 우리 말로 풀어보면 인간에 대한 “모든 것”, 인간 중심의 사고에 기초한 행위 양식을 총칭하는 뜻이다.
따라서 앞서 이야기한 이미지도 충분히 해당되지만, 더 본질적으로는 주변을 바라볼 때, “우리 인간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에 대한 질문을 하고, 그에 답을 하는 것이라 보면 적절하지 않을까..- 진지하게 하면 더 좋고. -
그렇다면 이 질문에 대한 한계가 없다고 했을 때, 가능한 모든 것은 인문학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유구한 인류의 역사 이래로 셀 수 없이 많은 서적과 흔적들이 다 그러하다. 그리도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장소 Place”도 그 시선을 피해갈 수 없다. 아니, 더더욱 그래야만 한다!

잘 의식하지 못하지만, 우리네 삶은 꽤나 주변에 흔적을 남긴다. “빈 손으로 왔다, 빈 손으로 간다”의 말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태어나면서부터 아무 것도 없으니까 주변 자연을 변형하여 우리 스스로를 살아가게끔 하고, 죽을 때는 그동안의 모든 것을 남기고 사라진다. 그러니 일생 내내 주변 환경을 이용하고, 무언가를 생산하며 그 흔적을 반드시 남기게 된다.- 이게 성립하니 고고학 考古學이 존재하는거 아닌가. ㅋ -

따라서 우리 주변, 즉 장소들에 대한 고찰(인문학)은 늘 있어왔고 다양한 모습으로 표출된다. 그리고 그 모습은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이 “도시 都市“도 피해갈 수 없다!
- 오히려 이 거대 도시 Metropolis 야말로 인류 문명의 도서관이다. -

지금 내 앞에 놓여진 이 책, “도시논객” 또한 그 대오 隊伍에 합류하는 작품이다.
2. 저자의 의도.


이 책의
저자, 서현 서울대 교수는 이미 독자들에게 베스트셀러 “빨간도시”,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로 잘 알려진 건축가이다. 대중들에게 다가가는걸 그다지 내켜하지 않는 타 한국 교수들하고 다르게, 일찍부터 꾸준히 신문 칼럼에 인문학적 건축 글을 기고하며 위에 말한 책으로 대중들로부터 그 응답을 받은 학자이다.
- 방송을 잘 안타서 그렇지, 오래 전부터 자기 목소리를 내시던 분임. -

이번 신간은 그의 계속된 여정 와중에 현재 표류하고 있는 이 사회, “대한민국”의 민낯을 “도시”를 매개로 비판하며 쓴 작품이다.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무언가를 위해 달려가는 폭주 기관차인 이 대한민국을 한 발짝 떨어져서 관찰하고, 기록을 남기며, 마음에 있는 하고픈 말을 담은 책이란 말이다. - 도데체 무엇을 향해서?.. -


우리를 비판하는 책이야 한 가득 나오고 있지만, 서현 교수는 그 중에서도 도시를 매개로 날카로운 성찰을 보이는 일련의 그룹에 속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그동안 “발전국가”라는 국가 아젠다로 피폐해진 한국의 삶을 재조명하며, 급기야 “부동산”이라는 병리적 현상으로 신음하는 우리들을 각성시키고 나아가 “성과 지상주의”의 이 폐해를 바꾸고자 노력하고 있다.
- 도데체 언제쯤 가야 우리는 잘 산다고 말할거니? -
3. 인상적인 부분.


일단 이 책의 최대 미덕은 그의 시선을 공유하며 “눈이 즐겁다”는 것이다. 그러나 착각하면 안된다. 그것은 유희遊戱적 즐거움이 아니라, 우리가 잊고 살았던 가치를 일깨우는 “불편함”에 가깝다.
“도시의 투전판 전략”.. “일회용품 도시”.. “땡전 없는 시대와 청와대”.. “부채 의식 없는 건축”..
도시논객 中
단지 의례적인 비판이 아니라, 삶의 실천 속에서 나오는 그의 생각과 가치에 의해 나오는 당연한 이 불편함은 우리에게 무언가 울림을 준다. 우리가 매일 보고, 스쳐 지나가기만 하는 것들속에 너무도 많이 우리의 “가치관이 쇠퇴함”을 우리도 모르게 남기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를 놓치지 않고 반드시 “이미지(사진)”으로 우리가 목격하게 해준다. 그리고 나는 동의한다.
- 솔직히 나랑 너무 비슷해서 놀랐다. 프로불편러. ㅋ -


그리고 이 책은 “시원시원하게 말하는” straight 한 매력이 있다. 통상 학자들은 그 특유의 현학적 자세때문에 그들의 발언이 우리에게는 유약하거나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 앞선 제 자기계발 글 참조 - 그러나 서현 교수는 있는 그대로 직선적으로 다가간다. 때로는 우리가 숨기고 싶어하는 어떤 면이라도 그는 그냥 말한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내면 속에 담고만 사는 - 그래서 병이 되는 - 지점을 끄집어내어 모두가 바라보고 같이 고민하며 치유하길 바란다.
- 이 부분은 동양권 문화에서 아쉬운 지점이다. 그냥 덮어놓고 가는 망각의 해법이 얼마나 많은 일들을 망쳐왔는가! -
“(태극기 부대) 서울 도심을 가득 메운 아우성. 태극기와 성조기는 이해하겠으나 이스라엘 국기는 생경하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봐도 생경할 일이다”
“흰 눈 위의 불평등”
“용산으로 이주한 대통령 집무실. 이주 초기에는 근접 접근이 허용되었으나 다시 겹겹이 담장이 설치되었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있었던 모양이다”
“(어떤 지하철의 경로석 풍경) 나이에 근거한 자신감이 없으면 이 자리에서 이런 자세를 취하기 어렵다”
도시논객 中
때로는 냉소를 지나 불편함에 이를 수도 있음에도 이 책이 독자들에게 받아들여질 만한 부분은 바로 “인간에 대한 따스한 성찰”일 것이다! (이거 없으면 욕 좀 먹을수도)


“(한강 복판의 노들섬) 강으로 둘러싸인 저 공간을 다중 이용 공간으로 만들려면 도시의 희소재인 섬의 가치를 버려야 한다. 그곳에 섬이 있고 슬프고 외로울 때 갈 수 있는 공간으로 남는 것이 옳다.”
“한국 전쟁 피난 시절의 기억을 관광상품으로 만들기 시작한 부산. 저 계단을 오르내린 기억들까지 모두 소중한 자산이다.”
도시논객 中
이처럼 “모두까기”가 아닌 자신의 신념에 근거한 지적이며 비판이기에 그 날카로움이 아프지 않게 다가오는 것 아닐까? 물론 저 지적이 일개 이상주의 학자의 주장이나 세상 물정모르는 동키호테같은 선비의 그것으로 치부하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적어도 그 안에는 사람의 가치를 배제하지 않는다. 단지 “장소”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 안에서 어우러지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그리고 그 사람들이 보다 더 행복하게 살아가는 가치의 입장을 대변하는 서현 교수의 불편함은 그 진정성에서 기꺼이 용인해줄 수 있다.
4. 아쉬운 부분.
이 책을 읽으며 솔직히 서현 교수한테 아쉬운 부분은 없었다. 속시원히 하고 싶은말 다하시고, 그것도 친히 “사진”까지 첨부해서 기록하니 말이다. 굳이 들자면 지면의 분량 제한으로 아마 전부 다는 말 못한 점? 정도는 들 수 있겠다. ㅋ
오히려 아쉬운 점은 바로 “우리들”이다!
무엇보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흔하게 관찰되는 옛 건물들이나 그 이전 시대의 유적들에 대해 볼 수 있는 것, 그것은 바로 “폭력적인 현대 도시의 군림”이다!


오로지 개발 이익(땅값), 상권, 임대료, 부동산 가치에 함몰되어 정작 그 안에 살아가고, 기억(추억)을 가지고 사는 이들의 생각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그 폭력성 말이다.
주변 경관과의 부조화는 애교 수준이고, 역사고 뭐고 간에 일단 돈이 되어야한다는 약탈적 행태는 이 땅에서 끊이지 않는다. 나는 개발을 반대하는 박제주의자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며 필요하면 개발을 하고, 때론 새출발을 해야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모두가 이렇게 오로지 개발만을 부르짖는다면 정작 우리를 위한 개발이 맞는가? 라는 생각이다. - 건물을 위해 우리가 사는 건 아니다. - 때론 어떤 건 그냥 놔두어야 그 의미가 있다. (적어도 부득이한 경우 최소한 기존과의 조화라도 생각해보길 바란다.)


또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근대 건축물들, 특히 일제시대때라는 라벨이 붙은 자취들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볼거냐 라는 문제가 남아있다. 비단 지금은 사라져버린 “중앙청” 철거논란 뿐만 아니라, 구 도심 곳곳에 남아있는 근대 건축물들의 향후 거취 논란이다.

개인적으로 고백하건데 나는 우리 나라가 최초로 개항한 곳 인근에서 자랐다. 어릴 때부터 보아온 그 서양식(일제식) 건물들이 낯설지 않고, 게다가 나름의 미가 있는 아기자기한 동네에서… 지금도 가끔 옛 추억에 그 동네를 가면 반절이나마 아직 그 건물들이 남아있어 나를 위로한다. 그리고 내 주관적으로 겉으로 뻔지르르하게 유리로 도배하고, 번쩍거리며 위용을 자랑하는 요즘의 건물보다 백 배이상의 미학을 느낀다. - 일제 찬양이 아니다! -




더욱이 민족주의 정신에 입각하여 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일면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걸 “없애자고” 한다면 과연 그만큼 순수해질까 반문하고 싶다. 아픈 기억도 역사이고 그걸 우리는 제데로 기억해서 후대에 물려줄 의무도 있다고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시대는 이제 다양성을 존중하는 걸 넘어, 서로의 것을 인정하고 그 전체로서 살아가는 것과 인간을 위해, 지속가능성을 위해 보존을 말하는 시대로 이미 넘어와 버렸다. 젊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연남동, 익선동, 힙지로, 성수동..”등 그 핫플레이스로 가보면 무엇을 현대의 대중들이 원하는지, 소위 시대정신 Zeitgeist가 뭔지 알게될 터이니 말이다.




“아기자기한 그 모습에서 나오는 우리의 삶의 이야기”가 바로 그 몰려드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는 것임을..
5. 나오며..


어느덧 이 책 “도시논객”으로 출발하여, 거대 도시 비판, 그리고 나아가 천박한 자본주의 비판까지 담론을 살짝 맛보앗으니 이런 것이야 말로 인문학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그 안에 담겨진 무수히 많은 알레고리들과 우리의 반영된 이미지들을 포착하여 거꾸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그런 것, 그것이 바로 인문학의 역활일 것이다. - 근데 나는 이과인데. ㅋ -
근데 나는 벌써 걱정된다. 이 책에 담긴 서현 교수의 시선이 불편하다고 외면할 몇몇 독자들이 보여서이다. 오늘도 쏟아져나오는 경제경영(이라 쓰고 돈벌이라 읽는) 서적들이나 자기계빌 서적들에 비해 초라해 보일것만 같은 불안감 때문일까? 그러나 이 책은 적어도 오늘을 살아가는 당신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에 대한 한 부분에 답을 줄거리 확신한다. 우리는 모두 “행복”을 위해 나아가며, 그 길에는 반드시 “돈”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독자들에게 추천할란다. 내가 소중해했고 편하게 느껴던 그 건물들이 살아남길 바라기도 하고, 내 후손들에게 오늘 고민한 이 흔적들이 그들 사이에서도 숨쉬고 이어나가 몇 백년 후의 랜드마크라 내세울 이 땅의 품격있는 도시를 꿈꾸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아가는 곳이 건물이지, 건물을 위해 우리가 사는 것은 아니라는 진리를 반드시 전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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